홍기택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가 휴직계를 낸 사실을 정부가 확인하면서 산업은행이 곤혹스러운 처지가 됐다.
홍 부총재의 산업은행 회장 시절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분식회계와 관련한 책임론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휴직계를 내자 이에 책임을 지는 듯한 모양새를 띠게 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홍 부총재의 휴직이 사직으로 가는 수순으로 보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금껏 대우조선의 조직적인 분식회계에 대해 알지 못했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8일 하반기 경제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홍기택 AIIB 부회장의 휴직계를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유 부총리는 "홍 부총재가 개인적인 일로 결정을 내렸고 이사회에서 받아들인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홍 부총재는 지난 25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1차 AIIB 연차총회에 불참했다.
당시 연차총회 참석차 베이징을 방문했던 유일호 부총리는 당일 진리췬 AIIB 총재와의 면담에서 홍 부총재의 휴직계 제출 사실을 전달받았다고 한다.
특히 대우조선과 관련해 산업은행을 감사했던 감사원이 홍기택 전 산은 회장에 대해 '봐주기' 감사를 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감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근거로 "감사원은 지난해 10~12월 산업은행 감사를 통해 홍 전 회장이 대우조선해양 임직원의 부당 성과급 지급을 묵인한 사실을 알고도 금융위원장에게 '조사 개시 통보'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은 작년 11월 24일과 26일, 지난 1월 22일 등 세 차례에 걸쳐 문제가 드러난 산업은행 임직원 8명에 대해서는 '조사 개시 통보'를 홍 전 회장에게 했다.
백 의원은 "정작 감사원은 산업은행의 지도·감독권이 있는 금융위원장에게 홍 전 회장에 대한 '조사 개시 통보'를 하지 않았다"며 "그 결과 홍 전 회장은 지난 2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로 영전할 수 있었다"고 했다.
백 의원은 "홍 전 회장이 AIIB 부총재로 자리를 옮길 수 있도록 감사원이 의도적으로 '봐주기 감사'를 한 것은 아닌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했다.
홍 부총재는 감사원 결과 발표 직전 언론과에 인터뷰에서 "지난해 10월 중순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최경환 부총리,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임종룡 금융위원장,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등으로부터 정부의 4조2천억원대의 대우조선해양 지원 결정 내용을 전달받았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그는 "청와대·기재부·금융 당국이 결정한 행위였다"면서 "애초부터 시장 원리가 끼어들 여지가 거의 없었으며 산업은행은 들러리 역할만 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이후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만 홍 부총재는 산업은행을 통해 관련 인터뷰 내용을 부인하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현재 산업은행은 대우조선 분식회계와 관련해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있다.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를 조직적 사기범죄로 보고 엄정한 사법처리를 예고했다.
검찰은 대우조선의 수사가 마무리 되는대로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산업은행에 대한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산업은행이 분식회계로 인해 피해를 입었으나 동시에 조작된 실적으로 배당금을 챙겨온 만큼 그 과정에서 '비리'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원하는 목표 실적에 맞는 원가 금액이 확정되면 이에 맞춰 회계 장부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분식회계를 수년 간 자행해 왔다.
검찰의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대우조선의 최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책임 여부를 파악하는 데도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검찰은 이번 사태과 관련해 산업은행을 압수수색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