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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산업계 전망] 올해 상반기 재계에서는 롯데그룹의 경영권 다툼과 검찰수사가 가장 큰 이슈였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포함한 몇몇 대기업 총수들이 책임경영을 외치며 잇따라 등기이사 또는 대표이사에 복귀하기도 했다. 조선 및 해운의 구조조정을 놓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고, 김영란법의 입법 예고와 여소야대 정국이 전개되면서 대기업 옥죄기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4일 재계에 따르면 2016년 상반기는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등 국내 1, 2위 그룹이 비교적 조용하게 보낸 반면 재계 5위인 롯데가 가장 주목을 끌었다.
지난해부터 불거진 형제간 경영권 다툼으로 롯데그룹은 올 상반기에도 시끄러웠다. 신격초 총괄회장의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경영권을 찾기 위해 동생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지속적으로 압박했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해 8월 주총에서 해임된 이후 올 3월과 지난달 주총에서도 잇따라 패배했지만, 무한 주총을 예고하며 장기전을 예고했다.
특히 검찰에 롯데 관련 정보를 제공하면서 롯데그룹이 비자금 조성 의혹 등으로 대규모 수사를 받게 되는 단초 역할을 했다. 이로 인해 롯데그룹은 롯데케미칼을 비롯한 상당수 계열사들이 압수수색을 받고, 주요 임원들이 소환 조사를 받고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금고지기 역할을 했던 인사도 포함되면서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롯데그룹에 대한 무차별적인 사정 정국에 재계는 잔뜩 몸을 움추리고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재계 1위 삼성그룹은 삼성SDS 분할을 검토하는 것이 상반기 가장 주요 사항이었다. IT 서비스 산업은 그대로 남겨두고, 물류사업 부문을 떼어내는 것을 추진 중이다. 물류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이지만, 일부 소액주주들이 반대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된 이후 주가가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태평로에 있는 삼성생명 건물을 부영에 매각한 것도 재계에서는 이례적인 것으로 봤다. 이건희 회장이 2014년 5월 이후 2년 넘게 병상에 누워있으며, 지난달 30일에는 SNS를 통해 사망설이 유포되기도 했다. 그룹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지만, 이로 인해 삼성그룹 주가는 장중 크게 출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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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2위 현대차그룹은 상반기에 삼성동 한전부지에 건립하게 될 GBC 개발계획을 발표했다. 지상 105층, 용적률 799%로 2017년 상반기 착공해 2021년 완공할 예정이다. 시민과 소통하는 랜드마크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며, 현대차그룹의 새로운 도약이 시작되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정부와의 인센티브 협상으로 차질이 우려됐던 기아차 멕시코공장은 예정대로 본격적인 가동을 시작했다.
디자인 강화를 위해 루크 동커볼케에 이어 벤틀리 출신의 이상엽 디자이너도 영입했다. 현대차와 제네시스 브랜드의 디자인에 향후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 합병 과정에서 발생한 순환출자 문제도 해소됐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노조들이 공동교섭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해결해야 할 숙제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2년 만에 (주)SK 등기이사에 복귀하면서 책임경영을 시작했다. 지난해 연말 혼외자 고백 등으로 재계를 놀라게 했던 최 회장은 복귀 이후 신성장동력 발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SK家 맏형인 최신원 SKC 회장은 SK네트웍스 회장으로 복귀하면서 오너 공백으로 부진했던 SK네트웍스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은 성추행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LG그룹은 가장 조용한 상반기를 보냈다. LG전자는 G5 부진에 허덕였다. 출시 직후에 비해 판매가 급감하면서 지난 1일 임원 20여명이 교체됐다. 적자폭을 줄이는 것이 과제가 됐다. 반면 전기차 전장부품 인력은 대폭 늘리면서 신사업 확대에 힘을 쏟는 모습이다.
포스코는 선제적으로 이뤄진 강도높은 구조조정이 상반기에도 지속됐다. 올해도 계열사 구조조정 35건, 자산 구조조정 19건 등 총 54건에 대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고객사들과의 공동마케팅도 눈에 띈다. 쌍용차 티볼리 에어, 르노삼성 SM6, 한국지엠 올 뉴 말리부 등의 마케팅 행사를 지원했다. 특히 포스코 권오준 회장이 직접 프로모션에 참석해 고객사들의 신차가 많이 팔리도록 힘을 보탰다. 현대제철이 현대차와 기아차에 대한 자동차강판 물량을 상당수 빼앗아가면서 나머지 완성차들에 대한 대응전략이 크게 바뀌고 있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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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과 현대그룹은 조선 및 해운 구조조정 이슈에 직면하면서 가장 힘든 시기를 보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이후 수주 절벽으로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최대 3000명의 인원 감축과 조직 통폐합 등이 진행 중이다. 보유중인 현대차 지분도 전량 블록딜을 통해 매각했고, 하이투자증권 매각도 추진할 예정이다.
현대그룹은 현대상선의 구조조정으로 지옥과 천당을 오갔다. 사채권자 집회를 통해 채권 만기를 연장하거나 출자전환을 약속했고, 힘들게 진행됐던 용선료 협상도 가시적인 성과를 이끌어냈다. 해운동맹 가입이 막판 중요 문제로 거론됐지만, G2 가입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기사회생의 기회를 잡고 있다.
한진그룹도 한진해운에 대해 자율협약을 신청하고, 선주들을 상대로 용선료 협상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선주사인 시스팬社 회장을 비롯한 채권단이 조양호 회장의 사재출연 등 그룹의 대규모 지원을 강요하고 있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한항공 역시 조종사노조가 37%의 무리한 임금인상을 요구하면서 세무조사 청원운동까지 벌이고 있어 안팎으로 어려웠다.
한화그룹은 올 상반기에 방산부문 강화에 집중했다. 삼성그룹으로부터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를 인수해 한화테크윈, 한화탈레스로 방위산업 역량을 확대한데 이어 두산DST를 인수해 한화디펜스로 탈바꿈시켰다. 이를 통해 글로벌 TOP 10 방위산업체로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두산그룹은 박용만 회장이 물러나고 조카인 박정원 회장이 취임하면서 4세 경영시대를 열었다. 박정원 회장은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이어받았다. 두산DST 매각, KAI 지분 매각, 두산인프라코어 공작기계 사업 매각, 두산건설 배열회수보일러 매각 등으로 상반기에만 2조원이 넘는 유동성을 확보했다. 지난달에는 두산면세점을 오픈하면서 미래 먹거리 확보에 나섰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두산면세점의 판매가 부진해 조기에 정상화시키는 것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CJ그룹은 건강이 악화된 이재현 회장의 당부로 아들 선호씨가 코리아나멤버 딸인 이래나씨와 결혼을 했다. 이재현 회장은 CJ(주), CJ제일제당 등기이사에서도 물러났다. 이에 손경식 회장을 주축으로 전문경영인 체제로 그룹 운영이 전환됐다.동부그룹은 실적이 개선된 동부하이텍을 매각하지 않고 계열사로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채권단인 산업은행이 공식적으로 매각 계획을 철회했기 때문이다. 동부대우전자는 유상증자를 통해 프리미엄 제품 개발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김준기 회장은 과거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동부건설 법정관리 직전에 손실을 회피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효성그룹은 조석래 회장이 탈세 혐의가 인정돼 실형을 선고 받았지만, 실적 상승세는 이어가고 있다. 이외에도 GS그룹은 특별한 이슈 없이 조용했고, 금호아시아나그룹도 지난해 금호산업 인수 이후 무난한 경영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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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브렉시트 후폭풍과 김영란법이 최대 변수
하반기에는 6월 말 현실화된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즉 브렉시트 여파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유럽 수출에 대해서 가격 경쟁력이 제고되는 측면이 있는 반면, 수요 둔화로 득실을 따지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브렉시트를 대비해 각 기업들의 환율 전략과 수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
김영란법에 대한 각 기업들의 대비책 마련도 분주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대관업무에 있어서 위축될 수 밖에 없는 공무원들을 상대로 어떻게 효율적인 업무 공조를 이룰 수 있을지 관건이다. 아울러 법 준수를 위한 임직원들의 교육들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김영란법은 대기업은 물론 자영업자 등 경제활성화에 역행할 수 있는 측면이 크기 때문에 가뜩이나 어려운 한국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여소야대 정국이 되면서 야당의 입김이 거세져 정상적인 기업활동에 차질이 발생할 우려도 높아졌다. 또 정치, 경제, 연예 등 사회 각분야에 걸쳐 검찰의 사정이 하반기에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롯데그룹의 전방위적 검찰 수사가 어느 선까지 확대될지가 최대 관심사다. 검찰의 칼 끝이 신격호 총괄회장은 물론 신동빈 회장까지 겨눌 경우 롯데그룹은 크게 흔들릴 수 밖에 없게 된다. 때문에 오너 리스크가 있는 기업들은 잔뜩 긴장하고,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삼성SDS 분할이 구체화될지 여부가 관건이다. 삼성중공업을 살리기 위해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것도 관심사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이 어느 정도 사재를 출연해 주주들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을지 지켜볼 대목이다. 삼성전자는 7월부터 신형 갤럭시노트 양산에 돌입한다.
현대차그룹은 계열사 노조들의 공동교섭 요구를 어떻게 대응하면서 임금협상 및 단체협상을 마무리할 수 있을지가 과제다. 신차 부재로 내수 판매량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지도 문제다. 부분변경 모델인 G80이 출시되지만, 풀체인지 모델인 그랜저 출시까지 공백이 크기 때문이다. 개소세 인하 혜택이 종료되면서 내수판매 확대를 위해 어떤 전략과 마케팅을 선보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