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시군들, “단속이 능사 아냐. 법령이 불합리한 규제 조장”
  • ▲ 지난해 9월15일 '개발제한구역 정책발전 경기도 시장·군수협의회'는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계류 중인 개발제한구역 관련 법률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호소했다. ⓒ 사진 뉴시스
    ▲ 지난해 9월15일 '개발제한구역 정책발전 경기도 시장·군수협의회'는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계류 중인 개발제한구역 관련 법률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호소했다. ⓒ 사진 뉴시스

    경기도가 개발제한구역(개발제한구역)내 위법행위 단속문제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도는 경기지역 개발제한구역 안에서 벌어지는 위법행위가 연간 1천 건이 넘는다며, 관할 시군 및 담당공무원에게 엄정한 단속을 강조하고 있지만, 현실은 간단치 않다. 개발제한구역 내 위법행위를 단속해야 할 공무원과 이들이 속한 시군은 “현실과 동떨어진 법령을 가지고 어떻게 단속을 하느냐”며, 불편한 심경을 감추지 않고 있다.

개발제한구역 내 위법행위를 바라보는 경기도와 관할 시군의 시선은 대조적이다. 한쪽은 위법행위에 대한 단속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다른 한 쪽은 현실과 맞지 않는 법령 개정이 먼저라며, 사실상 단속에 손을 놓고 있다.

시군과 담당공무원들이 법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이유로 단속에 눈을 감으면서, 개발제한구역 곳곳에서는 이런 현실을 악용한 무단 폐수 방류 등 위법행위도 고개를 들고 있다.

개발제한구역 내 위법행위를 해결할 근본적인 해법은 법령 개정이지만, 국회와 정치권, 정부는 뒷짐을 진채 상황을 지켜만 보고 있다.

경기도는 시군 담당 공무원들을 불러 직무교육을 실시하고, 개발제한구역 내 단속업무를 소홀히 한 책임을 물어 시군 공무원들에 대한 징계처분을 내리기도 했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일부 시군은 개발제한구역 내 불법 형질 변경 등 위법행위에 대한 이행강제금을 부과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 정황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도는 조만간 개발제한구역 관리 실태를 특별 점검할 방침이다.

경기도가 행정력을 동원해 압박수위를 높이면서 시군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시군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경기지역 시장 군수들은 “개발제한구역 내 위법행위 문제의 근본적 해법은 관련 법령의 개정”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경기지역 21개 시장 군수들이 모여 만든 ‘개발제한구역 정책발전 경기도 시장·군수협의회’는 
지난해 9월15일, 관련 법률 개정안의 국회 처리를 요구하면서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윤식 시흥시장은 “실정에 맞지 않는 제도가 공익이라는 이름으로 시행되면서, 오랜 기간 주민들에게 보상 없는 희생과 고통을 강요해왔다”고 비판했다.

협의회는 당시, ‘개발제한구역 해제 규모 및 기준’ 완화 등 6개의 건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국회에 계류 중인 개발제한구역 관련 법률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당부했다.

협의회는 개발제한구역 문제에 대한 정치권의 무관심에 안타까움을 나타내면서, 주민들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서라도 국회가 앞장서 과도한 규제의 족쇄를 풀어주길 촉구했다.

이들의 말처럼, 개발제한구역 관련 현행법이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나왔다.

관련 법률의 개정을 요구하는 이들은, 현행법의 지나친 규제가 주민 삶을 옥죄고 있다며, 주민 의견을 반영한 법률의 조속한 개정을 거듭 호소하고 있다.

실제 현행법을 있는 그대로 적용하는 경우, 환경 보호와 관계없는 영역에서 주민들의 삶이나 경제활동이 제한을 받는 결과가 발생하는 건 사실이다.

개발제한구역 안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은 거주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건물 보수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만약 허가 없이 건물을 보수한다면 ‘불법 증개축’에 해당돼, 수리한 부분을 뜯어내거나 이행강제금을 내야 한다.

주거 편의를 위해 벽과 지붕을 수리하는 일상적인 일이 범죄행위가 되는 모순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시군 단속 공무원이다. 단속 공무원이나 관할 시군이 개발제한구역 안에서 일어나는 위법행위에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정부가 개발제한구역 관련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일부 제한을 완화했지만, 주민들이 체감하는 규제는 아직도 견고하다.

한 단속 공무원은 “정부가 1일자로 개발제한구역 내 규제를 일부 풀었지만, 현장 분위기는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지키기 힘든 규정을 만들어 놓고 공무원들에게 왜 단속하지 않느냐고 몰아세우면 안 된다. 공청회를 하든 현장 실사를 하든 정부와 국회가 현장 상황을 더 정확하게 파악하고, 불필요한 조항은 즉각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