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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뱅크 시장을 은행권이 선점했다고 하지만 아직 낙관하긴 이르다.
시중은행 등 뒤로 카카오, K뱅크가 하반기 출사표를 던질 채비를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IT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을 주도하기 위해선 ‘은행법’ 개정이라는 암초가 존재한다. 그러나 금융위원회가 발 벗고 암초 제거에 나선 만큼 이들의 추격이 무서운 건 사실이다.
◆본인가 전 금융당국 코드 맞추기
일단 카카오, KT가 주도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은 오는 8월경 본인가를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K뱅크는 오는 8월, 카카오뱅크는 11월 경 전산설비 구축과 직원 추가채용 등을 거쳐 본인가를 신청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두 회사는 은행권이 반대하는 성과연봉제 도입을 적용하겠다고 천명해 금융당국과 코드 맞추기에 나섰다.
금융당국 역시 이에 대한 답례로 각종 편의를 봐주고 있다.
먼저 인터넷전문은행이 보다 신속하게 출범할 수 있도록 본인가 이전이라도 인터넷전문은행의 전산시스템을 금융결제원 및 한국은행 지급결제망을 연결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 올해 1월 출범한 한국신용정보원의 신용정보망에도 사전에 연계할 수 있도록 충분한 테스트 기간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은행권이 카드업, 금융투자업 등을 영위하기 위해서 기나긴 싸움을 거친 것도 인터넷전문은행에겐 단순 통과점에 불과하다.
금융위원회는 인터넷전문은행이 본인가 신청 시점에 예비인가 절차를 별도로 거치지 않고 겸영업무 본인가도 한꺼번에 신청할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을 약속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혁신적인 IT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을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은행법 개정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인터넷전문은행이 금융개혁 대표주자로서 성공적으로 출범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은행권 메기 역할, 기대반 우려반
카카오톡 누적 가입자 수 4600만명, KT의 LTE 시장점유율 30%.
인터넷전문은행 출사표를 던지 IT기업의 장점은 사실상 넉넉한 고객 기반이다.
하지만 기존 고객들이 인터넷전문은행을 이용할 것이라고는 장담하기 힘들다.
이들이 내세운 특화서비스인 간편송금, 포인트를 활용한 현금성이자, 빅데이터를 활용한 중금리대출 등은 현재 은행권의 모바일뱅킹에서 실현 중이다.
보다 차별화된 서비스를 고객에게 어필하지 않는 이상 충성고객을 이끌어 내기 힘들다는 게 업계 의견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그동안 인터넷전문은행의 장점으로 꼽혔던 사업들은 은행권 모바일뱅킹들이 선점하고 있다”며 “금리가 낮은 상황에서 고객들에게 고금리를 제공하지 않는 이상 예금고객 유치는 사실상 힘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실제 인터넷전문은행의 주요 먹거리는 중금리대출 시장이다.
은행권 보다는 다소 높은 금리, 2금융권보다는 낮은 금리로 틈새시장을 공략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금리대출은 이미 은행을 비롯해 저축은행, 캐피탈, 카드업계가 모두 뛰어든 상황이다. 결국 중금리대출 시장이 안전한 먹거리를 보장하기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야 영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했던 일본의 경우 영업 5년차에 겨우 흑자로 돌아선 사례가 대부분이다.
다이와넥스트, 세븐뱅크처럼 2~3년 만에 흑자를 본 은행도 있지만 이들 은행이 순수하게 비대면 영업으로만 영업을 영위했다고 보기엔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