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바이오벤처 협업 일색 탈피...생태계 성숙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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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진화된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으로 혁신 범주를 넓히고 있다.

     

    기존에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개방형 혁신은 유한양행, 녹십자, 한미약품 등 대형 제약사가 중심에 서서 바이오벤처, 학계 등과 협업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바이오벤처는 대형 제약사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고, 대형 제약사는 바이오벤처로부터 초기 단계 기술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바이오벤처가 또 다른 벤처를 발굴하거나 벤처 업체끼리 공동 연구를 진행하는 등 으로 혁신 범주가 넓어지고 있다. 바이오벤처끼리 서로 강점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개방형 혁신'은 다른 기업이나 기술력을 지닌 소규모 창업기업(스타트업), 학계 등 외부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적극 받아들이고 공유해 새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회사 혁신 방식을 일컫는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휴젤, 바이오리더스, 브릿지바이오, 아미코젠 등 바이오벤처들은 대형 제약사가 아닌 벤처나 관계사 등과의 협업에 나서고 있다.

     

    휴젤은 개방형 혁신 과정을 통해 발굴한 바이오벤처 '토닥'과 함께 지난 5월부터 사업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토닥은 반도체 공정 기술로 저렴한 인공 와우(달팽이관)를 제작하는 스타트업이다.

     

    이는 바이오벤처가 또 다른 바이오벤처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이목을 끌었다.

     

    휴젤 관계자는 "한 달 반여 동안 토닥과 지속적으로 만나며 협업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선배 바이오벤처로써 토닥의 사업화를 돕고 함께 시너지를 내는 방안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특수효소 전문기업 아미코젠 역시 앞서 투자한 10개의 바이오벤처와 함께 신사업 기회를 찾고 있다. 아미코젠 측은 벤처 기업별 사업 역량을 고려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협력을 꾀할 방침이다. 바이오벤처인 바이오리더스와 브릿지바이오는 각각의 강점을 바탕으로 면역질환치료제 공동 개발에 나선다.

     

    연구개발 비결을 가진 바이오리더스는 신약개발 플랫폼 기술을 제공하고, 'NRDO'(No Research Development Only) 업체인 브릿지바이오는 개발 및 사업화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바이오 업계에서 'NRDO'란 연구(Research) 없이 개발만 하는 사업 모델을 칭한다. 신약 후보 물질을 외부 파트너로부터 도입한 뒤 임상 개발에만 집중하는 업체다.

     

    이처럼 바이오벤처 간의 개방형 혁신이 점차 늘어나는 데 대해 업계에서는 다양한 역량을 갖춘 바이오벤처가 등장한 덕이라고 평한다.

     

    예전에는 대부분 바이오벤처가 초기 단계 연구에만 집중했기 때문에 벤처끼리의 협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혜택이 없어 대형 제약사와 손잡는 일이 필요했다.

     

    하지만 최근엔 바이오벤처 간 협업으로도 서로 이득을 줄 수 있는 생태계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는 "기존 바이오벤처들이 기초 연구에만 집중했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다양한 역량을 갖추면서 벤처들끼리도 충분히 협업하고 상승효과를 낼 수 있는 가능성이 커졌다"며 "업계의 성숙과 함께 바이오벤처 사이의 개방형 혁신은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