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단순 부탁 등 처벌 가능성, 행사 축소·교직원 교육 등 변화 예고
  • ▲ 28일 헌법재판소가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사립학교 교직원이 포함된다는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교육 현장의 큰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뉴시스
    ▲ 28일 헌법재판소가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사립학교 교직원이 포함된다는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교육 현장의 큰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뉴시스


    사립학교 교직원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는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으로 교육계에서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부정청탁금지법, 이른바 '김영란법'에 사학 교직원이 대가성에 상관없이 일정 금액 이상의 금품 등을 받으면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등 단순한 실수로 처벌을 받을까 우려는 모습이다.

    29일 교육계 등에 따르면 전날 헌법재판권 9명 중 7명이 사학 교직원의 김영란법 적용은 합헌이라고 결정하면서, 올해 9월28일부터 공직자의 범위에 포함된 것에 사립대 등은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사립학교 교직원이 부정한 청탁을 받거나 직무 관련성 또는 대가성에 관계없이 100만원이 넘는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형사 처벌을 받기 때문에 국내 대학 중 80%가량이 사학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수 학교 교직원이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 된 것이다.

    특히 식사는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으로 제한되면서 학내 행사 축소 등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서울 소재 A대학 총무팀 관계자는 "사학 교직원 입장에서 학술대회, 세미나 등 식사 자리에 제한이 생기기 때문에 학교 행사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헌재 결정에 대학 현장의 파급력이 염려된다"고 말했다.

    경북지역 B대학 홍보팀 관계자는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관련 법으로 사학 교직원들을 옥죄지 않을까 싶다. 단순한 식사도 누군가가 신고 대상이 될 수 있어 앞으로 어떻게 김영란법이 시행될지 궁금하다. 국회의원이 빠지고 사학 교직원이 김영란법에 포함된 것이 의아스럽다"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경기 소재 한 대학 관계자는 "앞으로 대학병원 입원, 수술 일정 등에 대한 부탁이 청탁이 될 수 있다. 한 번의 실수로 교직원은 퇴직금도 받지 못하고 나갈 수 있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산학협력과 관련해서도 기업과 진행되는 식사 자리도 위협이 될 수 있다. 촘촘한 법망에 위협받을 것"이라며 우려했다.

    김영란법이 교육 현장 분위기를 악화시킬 수 있고  부서별 특성 등을 고려해 사전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오르내리고 있다.

    전북의 C대학 관계자는 "헌재 합헌 결정으로 사학 교직원이 '잠재적 범죄인'이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경직된 분위기가 될 것 같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현실에 맞게끔 적용됐으면 하는 데 범위가 너무 넓다는 부분이 크다"고 말했다.

    서울의 D대학 관계자는 "입찰 등 계약부서를 비롯해 전사적인 김영란법 교육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란법에 저촉될 수 있는 사항이 그동안 크게 없었지만 모르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전체 교직원에 대한 사전 교육이 필요한 상황이다"며 학교 차원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헌재 합헌 결정으로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현실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수정 사항이 늘어날 수 있고 편법이 등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E대학의 F교수는 "김영란법이 현실하고 동떨어진 것이라는 개인적인 사견이 있다. 제대로 지켜질지 의문이다. 또 다른 편법이 나올 수 있기에 지속성 여부에 의구심이 든다. 합헌 결정으로 학교 현장에서 지켜지는 것이 중요하지만 다른 문제가 나타날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서울지역의 한 대학 교수는 "대학가의 파장이 예상된다. 무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강한 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는 한다. 국가 차원에서 의지 표명은 찬성이다. 다만 문제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현실적인 문제를 고쳐나갔으면 하고 편법에 대한 수정도 진행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초·중·고교 등의 경우 교육청의 징계 기준이 있어 김영란법 간 조정이 필요하고 학교 현장에 구체적인 행동수칙, 매뉴얼 등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촉구했다.

    교총 관계자는 "합헌 결정에 따라서 당장 9월28일 학교 현장에 적용된다. 따를 수밖에 없다. 다만 금품, 향응수수 징계 시 교원은 승진이 제한되고, 해임 또는 파면 처분하는 등 엄격한 규정이 적용되는 데 김영란법은 과잉입법이 될 수 있다. 교육청 방침, 김영란법, 교육공무원 징계 규칙 등 간극을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에만 전념하면 문제가 없겠지만 여러 사례가 제대로 몰라서 저촉될 수 있는 숙제가 있다. 잘 몰라서 선의의 피해자가 양산될 수 있다. 행동수칙, 사례 부분을 적시해서 학교나 교사에 매뉴얼화해서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