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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건설사들의 미청구공사 잔액이 12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에 비해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잠재부실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18일 반기보고서(별도 기준)를 자체 분석한 결과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 미청구공사액은 모두 12조4059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1분기 12조9879억원 보다 4.48% 줄어든 수치다.
미청구공사는 건설사들이 공사를 진행하고도 발주처에 청구하지 못한 대금이다. 시공사가 추정한 공사 진행률과 발주처가 인정한 진행률에서 차이가 날 때 발생하는 것으로, 매출채권보다 회수기간이 길고 떼일 가능성도 높아 위험자산으로 분류된다.
손실에 대비한 대손충당금을 설정하지 않아 대금회수에 실패할 경우 장부상 이익은 바로 손실로 전환된다. 금융당국의 수주산업 회계 투명성 제고 방안에 따라 1분기부터 분기보고서를 통해 공개되기 시작했다.
업체별로는 현대건설이 2조4686억원으로 가장 많은 미청구공사액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어 △대우건설 1조9951억원 △GS건설 1조8275억원 △삼성물산 1조4926억원 △대림산업 1조3650억원 등이 10개사 평균치인 1조2405억원를 웃돌았다.
반면, SK건설(7902억원)과 롯데건설(4698억원)은 1분기에 비해 각각 23.4%‧23.0% 감소해 리스크를 줄였으며, 현대산업개발(1224억원)‧대림산업‧GS건설 등은 같은 기간 오히려 14%‧9%‧4%씩 올라 잠재적 손실위험이 늘었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미청구공사는 플랜트 기자재 조달 등 정상적인 공사 과정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모든 미청구공사액을 잠재부실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작년보다 대체적으로 줄어들고 있고, 2010년을 전후해 수주한 저가 프로젝트들도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고 있어 점진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B사 관계자는 "미청구공사액이 과도하게 늘어나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모든 미청구공사액을 악성 채권으로 인식하는 것도 문제"라며 "현재는 적정한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저유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미청구공사액의 일부는 손실처리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준공 과정에서 추가비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신용평가사들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조선업과 같은 상황이 발생하진 않겠지만, 중동 등 유가 하락 여파가 있는 해외사업의 경우 저유가가 2년 이상 지속되면서 발주처의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아 미청구공사가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진단했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현장별로 공사대금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이 달라 정확한 규모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존재해 리스크를 평가할 수는 없지만, 준공시점에 임박한 현장에서 미청구공사액이 많은 것은 발주처와 협의해야 할 사안이 남아있다는 의미여서 추가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특히 미청구공사액과 미수금의 총액이 기매출액의 30%가 넘는 현장의 경우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한 곳으로 보고 있다"며 "해당 현장에서 반드시 손실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공사 진행 추이를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