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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유차 폐차 지원 정책이 국회에 발목이 잡히면서 내수절벽을 맞은 자동차 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개별소비세(개소세) 인하 종료에 따른 판매절벽을 일정부분 해소해줄 것으로 기대됐던 정책이 제 때를 놓치고 있어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노후 경유차 폐차 지원책이 담긴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은 9월 정기국회로 미뤄졌다. 국회가 개정안을 추가경정예산안과 함께 일괄 심의하기로 한 탓이다.
당초 정부는 지난 6월 말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통해 노후 경유차 개소세 감면 혜택을 발표했다.
10년 이상 노후 경유차를 폐차하고 신차를 구입할 경우 대당 최대 100만원의 개소세를 6개월간 70% 감면해준다는 내용이다. 교육세, 부가가치세와 연계하면 최대 143만원까지 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
정부와 업계는 이르면 8월 중 정책이 시행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국회가 이를 9월 정기국회에서 논의하기로 하면서 정책 시행 시기는 오리무중이다. 여·야가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는 추가경정예산 처리에 함께 묶여 10월 시행도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업계 전문가들은 7월 판매절벽이 8월과 9월에도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통상 자동차 판매가 늘어나는 9월 대목을 놓치게 될 판이다.
실제로 자동차 업계는 지난달 예상치를 웃도는 판매절벽을 맛봤다. 개소세 인하가 지난 6월 말 종료된 탓이다. 7월 국내 5개 완성차 업체의 자동차 판매는 전월 대비 24.7% 감소했다. 폭스바겐 게이트와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가 겹친 수입차 판매는 32.9%나 줄었다.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에 따른 판매 급감은 예상됐던 결과이지만, 낙폭은 예상치를 뛰어넘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회는 논의를 한 두달 미룬 것 뿐이지만, 자동차 업계가 받는 피해는 극심하다"며 "소비자의 구매 심리가 얼어붙으면 그 여파는 판매절벽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경유차 폐차 지원 대책이 9월에 국회를 통과하더라고 시행은 10월에나 될 것"이라며 "이마저도 늦어지면 사실상 하반기 시장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책 시행 이전에 차량을 구입할 경우 소급 적용을 받기 어렵다고 생각한 소비자들이 신차 구입을 미룰 있어서다.
한편, 자동차 업계는 하반기 경영환경이 연초 전망보다 악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경기부진 여파가 겹치면서 자동차 판매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자동차그룹 산하 글로벌경영연구소는 올해 국내 차 판매는 총 182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년 대비 0.5% 감소한 수치다. 내수 판매가 줄어드는 것은 2013년 이후 3년 만에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