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예매 하루 전 전격 취소로 체면 구겨 고속버스조합에 현대차 상대 법적 조처 주문
-
'프리미엄(초우등형) 고속버스' 추석 운행 무산에 따른 후폭풍이 예고됐다. 24년 만에 고속버스 상품을 새로 내놓으며 홍보에 나섰던 국토교통부가 갑작스러운 개통 연기로 체면을 구기면서 뿔이 났기 때문이다.
24일 국토부는 추석에 맞춰 다음 달 12일부터 서울~부산·광주 노선에 투입하려던 프리미엄 고속버스의 운행·예매 잠정 연기와 관련해 버스 제조업체인 현대자동차에 책임을 묻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국고속버스운송사업조합(고속버스조합)에 정부 신뢰도 문제를 제기하고 (버스 공급계약을 맺은 현대차에) 법적 조처를 하라고 (주문)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지난 19일 프리미엄 고속버스 예매를 24일부터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현대차 파업 악화로 예매를 불과 하루 앞둔 시점에 예매를 전격 취소하는 촌극을 벌였다. 추석에 맞춰 개통하려던 운행계획도 10월 이후로 잠정 연기했다.
국토부는 이번 해프닝이 대중교통 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책임 소재를 따질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뉴데일리경제의 '프리미엄 고속버스 생산 차질 우려' 보도 이후 예매 관련 보도자료를 낼 때까지 고속버스조합과 현대차에 수차례 적기 생산·납품 여부를 확인했고, '문제없다'는 답변을 들었다는 태도다. 국토부 관계자는 "노조 파업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생산 일정을 확인하지 않았다고 비판한다면 결과적으로는 그렇다"며 "다만 주어진 환경에서 국토부가 할 수 있는 선에서는 최대한 확인하려고 노력했다"고 해명했다. 국토부는 일단 고속버스조합에 문제를 제기한 만큼 추이를 지켜본 뒤 후속 상황은 조합과 협의해 진행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엄밀히 말하면 프리미엄 고속버스 도입은 고속버스조합에서 먼저 제안·추진했다. 국토부는 나중에 편승한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프리미엄 고속버스를 도입하려면 관련 제도를 손보고 특히 요금체계를 승인해야 하므로 국토부로선 책임 소재를 따질 자격이 있다는 견해다.
고속버스조합은 애초 현대차와 12대, 기아자동차와 15대의 프리미엄 고속버스 공급계약을 각각 맺었다. 지난 6월 국토부 기자단 시승행사 이후 기아차에서 좌석의 전동모터, 모니터 등과 관련해 전기과부하 문제를 발견하면서 프리미엄 고속버스는 전량 현대차가 생산·납품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문제는 현대차 노조의 파업이 악화하면서 생산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는 점이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18일 임금협상에서 회사 측 임금피크제 확대 등의 제안을 거부했다. 그동안은 조별근로자들이 하루 3~4시간씩 부분파업에 나섰지만, 19일부터는 파업 강도를 높여 매일 8시간 파업을 벌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파업의 장기화 전망이 진작부터 제기됐던 만큼 현대차가 사태 파악을 제대로 못 해 후폭풍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동차 관련 업계 관계자는 "이번 (현대차) 파업은 길어질 거라는 게 일반적인 견해로 추석 전에 끝나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현대차 생산설비를 고려할 때 상용차 부문에서 최대 27대 생산은 하루 3~4시간 부분파업 상황에서는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견해가 없지 않았다. 그런데도 일부 고속버스운송사업자는 진작 "파업이 장기화하면 차량이 못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대차 한 관계자도 "파업 영향을 고려해 생산라인에 차량을 투입했다"면서 "다만 중간에 파업이 길어지면 (차량 납품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고 귀띔했었다. 현대차가 파업이 악화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선 현대차가 욕심을 부렸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현대차가 국내 프리미엄 고속버스 개발에 있어 독보적 지위에 있었음에도 계약과정에서 후발주자인 기아차에 밀렸던 만큼 전량 공급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