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상사·패션·리조트 4개 부문 통합 삼성물산 출범2020년 매출 60조원 달성까지 4년…해법 찾기 과제
  • ▲ 통합 삼성물산이 출범한지 1년이 훌쩍 지났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 뉴데일리
    ▲ 통합 삼성물산이 출범한지 1년이 훌쩍 지났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 뉴데일리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통합한 지도 어느 덧 1년이 훌쩍 지났다. 건설·상사·패션·리조트 4개 부문을 거느리게 된 '공룡조직' 삼성물산은 통합 당시 2020년까지 매출 60조원, 세전이익 4조원의 장밋빛 청사진을 약속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현재 '한 지붕, 네 가족'이 된 통합 삼성물산은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한 모습이다. 출범 당시 약속했던 '시너지협의회'를 통한 협업체제도 불확실하다.

    시너지를 통한 성장은 고사하고 삼성물산 4개 사업부문은 각각 판교(건설)·잠실(상사)·도곡동(패션)·용인(리조트)으로 뿔뿔이 흩어진 상태다.

    ◇'한 지붕 아래 네 가족' 몸집 줄이기나서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건설부문은 매출증대 보다 몸집 줄이기에 더욱 치중하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대리급 이상 전 직원을 대상으로 '3차 희망퇴직'을 실시했으며,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리프레시 휴직제도'도 도입했다.

    통합 삼성물산 2015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직원 수는 1만2083명으로 합병 전 두 회사(삼성물산·제일모직)를 합친 직원 수 보다 884명이나 줄었다. 여기에 올 들어 세 번이나 구조조정을 더 진행한 만큼 전체 직원 수는 그때 보다 훨씬 더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3분기 연속 '적자 늪'에 허덕이는 삼성물산이 영업손실 비중이 가장 높은 건설부문 몸집을 줄이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 여기에는 인력감축을 통한 인건비 절감은 물론 일부 사업 중단 또는 축소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 통합법인 올해 1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영업실적은 △매출액 6조4870억원 △영업손실 4348억원 △당기순손실 5166억원으로 매출액은 전 분기 대비 10.2% 감소했고, 영업손실과 순손실은 각각 387.8%, 219.5% 증가했다.

    이중 건설부문 영업손실이 4150억원에 달해 전체 손실 대부분을 차지했다. 패션부문도 마찬가지다. 올 2분기 매출 4390억원을 내고도 영업이익 10억원에 머물며 가까스로 체면치레하는데 그쳤다.

    ◇엘리엇 이겼지만 적법성분쟁 불씨 남아

    주가흐름 역시 시장기대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8월31일 현재 통합 삼성물산 종가는 15만1500원으로 합병을 결정한지 딱 1년 만에 주당 2만6500원이나 하락했다.

    시가총액도 통합 이후 오히려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9월15일 재상장 거래 첫날 30조9195억원이던 시가총액은 8월31일 현재 28조7380억원으로 1년 만에 2조1815억원이 증발했다.

    1년간 지속된 주가하락은 기관 매도세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통합 발표 이후 기관은 약 5900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특히 통합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쏟아냈던 증권사가 총 1303억원 가량의 주식을 내다팔았으며, 지난해 합병 주총에서 '백기사'를 자처했던 연기금 역시 지난 1년간 3040억원어치를 순매도 했다.

    외국인투자자도 삼성물산 지분을 대거 처분했다. 1년간 순매도 규모는 2470억원으로, 외국인 비중도 재상장 직후 10%를 넘어섰던 것에서 8.7%로 떨어졌다.

    통합한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합병 적법성을 두고 법적분쟁 불씨도 남아있다. 엘리엇과 함께 통합에 반대했던 일성신약은 뒤늦게 삼성물산 합병 무효소송을 제기, 1심을 뒤집고 지난 5월 승리를 이끌어 냈다. 일성신약은 삼성물산 주식 2.11%를 보유하고 있었다.

    당시 서울고등법원 민사35부는 일성신약과 소액주주가 보유한 옛 삼성물산 지분에 대해 "삼성물산이 합병 시 제시한 주식 매수가격이 너무 낮다"며 주식매수 청구가격을 회사 측이 산출한 주당 5만7234원 보다 9368원 높은 6만6602원으로 상향조정하라고 판시했다.

    이번 서울고법 결정을 대법원이 그대로 확정할 경우 통합 삼성물산은 일성신약에 약 350억원 가량을 더 내줘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올 2분기 건설부문 매출이 7조510억원‧영업이익 1768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해 향후 재도약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년간 부실을 털어내는데 집중했고, 지속적 조직슬림화와 비용절감을 통해 경영이 정상궤도를 찾아가고 있는 것 같다"며 "지배구조 변환이 가시화되면 주가상승에 이슈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 또한 "2분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안정적인 실적을 거둬 주가 역시 이를 기초로 상승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며 "약간씩 시기적으로 조정이 있을 순 있지만 지배구조 변화라는 큰 과정 속에 있는 만큼 업계 관심 꾸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