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포장 자동화 어려워 100% 수작업… 납품단가 비싸져"대형마트, 기본제품 외 자사 전용 제품 집중 추세김영란법 시행 앞두고 5만원 이하 식품 선물세트 인기 예상
  • ▲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롯데백화점
    ▲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롯데백화점

    '실속 세트', '알뜰 세트'라는 이름을 내건 추석 선물세트가 실제로는 낱개로 사는 것보다 비싼 것으로 드러났다.

    12일 CJ제일제당과 대상, 동원F&B, 샘표 등 식품 제조업계에 따르면 추석이나 설 등 명절용 선물세트는 매년 제품 구성이나 디자인, 포장 등이 달라져 일일이 사람의 손을 거쳐서 완성된다. 선물세트에는 포장재 가격, 디자인 가격, 포장 인건비 등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낱개로 사는것 보다 많게는 40~50%까지 비싼 가격에 판매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추석 선물세트는 보통 3~4월에 제품을 기획하고 4~5개월 전부터 제품을 생산해 포장을 시작한다"면서 "선물세트 종류가 수십가지 인데다 구성과 배열이 달라 포장 자동화가 어렵기 때문에 하나하나 사람 손을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형마트나 백화점, 소매점 등 유통업체를 거친 제품의 소비자 판매 가격은 기본적으로 유통업체에서 결정하게 되는데, 납품가가 조금 높기 때문에 세트 또한 낱개 제품보다 비싸게 책정된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제조업체들은 자사의 주력 세트상품을 각 유통업체에 납품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유통업체 전용 선물세트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 ▲ (위부터)CJ제일제당 추석 선물세트 이마트 전용 상품, 롯데마트 전용 상품, 홈플러스 전용 상품. ⓒ각사 온라인몰
    ▲ (위부터)CJ제일제당 추석 선물세트 이마트 전용 상품, 롯데마트 전용 상품, 홈플러스 전용 상품. ⓒ각사 온라인몰


    선물세트 제품명에 'E'가 붙으면 이마트 전용, 롯데마트 전용은 'L', 홈플러스 전용은 'H'가 붙는다. 이처럼 대형 유통업체들이 자사 전용 선물세트에 집중하는 이유는 바로 가격 때문이다.  

    제조업체의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대형마트들이 제조업체에 소위 '납품가 후려치기'를 종용해 문제가 됐지만 요즘은 그런 사례는 거의 없다"면서 "대신 마트마다 원하는 제품 구성이 다르고 제품이나 가격 등의 차별화를 두기 위해 자사 전용 세트제품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CJ제일제당의 스팸 선물세트를 대형마트 A,B,C 사에 동시 납품할 경우 똑같은 제품 구성이지만 소비자 가격은 유통업체가 정하기 때문에 단돈 100원이라도 싸게 팔기 위한 최저가 경쟁이나 할인 및 이벤트 등 프로모션 경쟁이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유통업체는 불필요한 경쟁에 힘을 빼는 대신 제품 구성을 조금씩 다르게 한 전용 제품을 선보여 가격을 정하는데 있어서도 담합 의혹을 받거나 경쟁업체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추석 선물세트는 제조업체의 베스트셀러 제품을 중심으로 구성하며 유통업체와 제조업체 간 협의를 통해 소비자 선호도가 가장 높은 제품들로 채워진다"면서 "낱개 제품으로 사는 것보다는 조금 비싸지만 포장지나 제품 구성 등을 감안해야하며 각 할인점 별로 카드할인이나 프로모션 등의 혜택을 받으면 단품보다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제품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요즘 소비자들은 스마트폰이나 PC로 마트에 가지 않고도 최저가 검색을 쉽게 하는 만큼 몇백원 차이에도 민감하다"면서 "제품 구색을 다양하게 해 차별화하고 타사와의 가격 경쟁을 하는데 있어서도 전용 제품이 훨씬 유리하다"고 전했다.

  • ▲ 동원F&B 모델 송중기(좌), 조정석. ⓒ동원F&B
    ▲ 동원F&B 모델 송중기(좌), 조정석. ⓒ동원F&B


    한편 오는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식품업체들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영란법에 따라 음식은 3만원, 선물은 5만원, 경조사비는 10만원 이하로 기업의 접대비 건당 한도가 규정되면서 법에 저촉되지 않으면서 부담없이 주고 받을 수 있는 선물로 5만원 이하 식품 선물세트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된다.

    식품 선물세트의 경우 2만~5만원대가 주를 이룬다. CJ제일제당은 올해 추석 5만원 이하 선물세트가 전체 제품의 90% 이상을,  대상은 97%, 오뚜기는 99%, 샘표는 95%, 동원F&B는 70%를 차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