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후 내달 중순 활용 밑그림 제시할 터
  • ▲ 현대상선.ⓒ연합뉴스
    ▲ 현대상선.ⓒ연합뉴스

    현대상선이 정부의 1조4000억원 규모 '선박 신조 펀드'를 어떻게 활용할지 다음 달 10일께 윤곽이 나올 전망이다. 다만 세계 해운시장 여건 등을 고려할 때 펀드 활용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해운·조선업을 살릴 묘책으로 염두에 뒀던 선박 신조 펀드가 활용되지 못하고 사장될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28일 현대상선에 따르면 임시 주주총회가 29일 열려 이사를 선임할 예정이다. 애초 20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유창근 사장 내정자에 대한 인사혁신처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공직자 취업심사가 28일 열려 이후로 일정을 미뤘다. 유 내정자는 인천항만공사 사장 출신으로 취업심사 대상이다. 현대상선은 취업심사 통과에는 큰 문제가 없을 거로 본다.
    통상 임시주총이 열리고 이사회가 함께 개최되는 만큼 유 내정자에 대한 대표이사 선임은 29일, 취임은 30일 이뤄질 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대상선은 신임 대표이사가 선임돼야 선박 신조 펀드 활용 방안에 대해 밝힐 수 있다는 태도다. 유 내정자는 "다음 달 10일께 늦어도 둘째 주 안에는 선박 신조 펀드에 대해 말씀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늦어도 14일까지는 활용방안 밑그림이 나올 거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활용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유 내정자는 "선대를 늘릴 필요성은 있다"면서도 "시장 수급 상황이 좋지 않고 앞으로 파트너가 될 (세계해운동맹 '2M') 쪽의 주변 여건이 긍정적이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 새 배를 넘겨받게 될 2018년 이후 세계 해운업계가 나아질 거라는 전망도 있지만, 장기 불황으로 시장에 배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선박을 새로 건조하는 게 부담스럽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세계 1위 해운사인 덴마크의 머스크라인도 지난주 더는 새 배를 발주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지난 23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머스크라인을 보유한 덴마크 최대 복합기업 A.P. 묄러-머스크의 미카엘 프람 라스무센 이사회 의장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새 배를 주문하는 것은 이제 끝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시장에 배가 너무 많은데 새 배를 주문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앞으로 인수합병을 통해서 성장해야 한다. 그래야 배가 시장에 넘쳐나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동안 머스크가 신규 선박을 발주해 컨테이너선 대형화를 주도하며 낮은 운임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여왔던 방식에 이별을 고한 것이다. 머스크는 세계 2위 선사인 MSC와 함께 2M을 이끌고 있다. 내년 4월 해운동맹 재편과 함께 2M에 가입할 현대상선으로선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 셈이다.

    해운업계 한 전문가는 "호황일 때 선박을 발주하면 시기적으로 늦으므로 선제적으로 새 배를 확보할 필요는 있고, 이를(대형 선박 확보를) 통해 운임을 낮출 수 있어 선박 펀드를 활용할 필요성은 있다"면서 "문제는 시황이 안 좋다 보니 지금의 운임으로는 배값을 맞추기가 어렵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금융권이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지도 의문이라는 견해다. 선박펀드는 선사가 10%(1400억원)를 자부담하면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이 30~40%를 지원하고 나머지 50~60%는 건조할 선박을 담보로 시중은행 등 일반투자자로부터 조달하게 된다. 이때 한국무역보험공사가 보증을 맡지만, 시중은행에서 보수적으로 투자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다. 금융권이 투자를 공격적이고 선제적으로 했다면 한진해운이 자금난에 허덕여 지금처럼 하역에 어려움을 겪지도 않았을 거라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선박 신조 펀드가 활용처를 찾지 못하고 사장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애초 선박 신조 펀드는 해운업계와 조선업계의 활로를 모색하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선박 펀드를 운용하면 국적 선사들이 선박 발주비용을 부채로 떠안지 않아 금융비용과 사업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수주 절벽인 조선사에도 가뭄의 단비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한진해운이 법정관리(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가고 사실상 유일한 수요자인 현대상선마저 선박 펀드 활용에 사실상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펀드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견해가 제기된다. 해수부도 이를 감지하고 다음 달 내놓을 해운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 선박 신조 펀드 운용에 관한 내용을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지원대상 선박을 컨테이너선에서 다른 종류로 확대하고, 중소 연근해선사나 벌크 선사도 신청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