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저촉 안 되는 저렴한 메뉴에 고객 몰려… 뚜렷한 증가 추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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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김영란법'이 지난 28일부터 시행됐다. 공직자와 언론인, 사립학교 교원과 배우자 등 400만명은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이 넘는 금품을 받는 것이 이제 법적으로 금지됐다. 특히 금액 상한선이 가장 적고 미팅을 목적으로 빈번하게 이뤄지는 식사는 김영란법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김영란법 후폭풍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외식업계를 통해 3만원으로 극명하게 갈린 온도차를 직접 느껴봤다. <편집자주>
"어제보다 사람이 많아졌어. 단체도 늘었고. 우리꺼는 아무리 많이 먹어봤자 1인당 3만원 넘기기 어렵잖아. (김영란법) 법 시행됐으니까 더 늘 거 같아" 서울 시청 인근 P닭도리탕 종업원.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28일 1만~2만원대 단품 위주의 메뉴를 파는 식당가는 점심은 물론 저녁에도 저녁 많은 인파가 몰렸다. 오히려 김영란법 시행전보다 손님이 늘었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는 식당들도 늘었다.
28일 점심 시간대 기자가 찾은 중구 서소문동 근처 식당가는 점심부터 많은 인파가 몰려 평소보다 붐비는 모습이었다. 김치찌개는 1인분에 7000원, 닭볶음탕은 (한 테이블 기준)2만6000~3만3000원이라는 부담없는 가격대로 고객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었다.
그 중 직장인들 사이에서 맛집으로 소문난 P닭볶음탕은 평소보다 많은 고객이 몰려 입장 대기 시간만 20분 이상 걸렸다.
직장인 A씨는 "김영란법이 시행됐잖아요. 거래처 사람이랑 점심 미팅이 있어서 부담 없는 이곳으로 찾아왔죠"라고 방문 이유를 설명했다.
점심을 먹으러 이곳을 자주 찾는다는 B씨는 "이 집은 원래 4명 이상 단체 방문객이 많았는데 오늘은 2명씩 오신 분들도 많네요"라며 "평소보다 대기시간이 5분 정도 긴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 집의 닭볶음탕 가격은 大 3만3000원, 中 3만원, 小 2만6000원으로 책정됐다. 크기에 상관없이 2인 이상 함께 식사하면 김영란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이곳에서 도보 15분 거리에 있는 'J곱창' 역시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서소문로에 자리해 평소에도 언론인이 자주 찾는 사랑방 같은 식당이다. 이 음식점 메뉴의 가격은 (1인분 기준) 양대창모듬 1만5000원, 양 2만원, 곱창 2만원, 김치찌개 7000원 등으로 1인분 기준 3만원이 넘지 않아 김영란법 시행 이후에도 접대 및 회식에 적합한 곳이다.
거래처 사람과 식사차 방문했다는 C씨는 "법카(법인카드)로 계산하는데 고가 음식점을 가기에는 꺼려지죠. 김영란법 시행 첫날인 만큼 조심해야죠"라고 말했다.
매장 종업원 역시 평소보다 고객이 많은 것 같다고 귀띔했다.한 종업원은 "어제보다 확실히 붐벼. 김영란법 영향인지는 모르겠지만, 손님이 많아진건 확실해"라고 설명했다.
저녁 시간에 다시 찾은 두 음식점은 여전히 몰려드는 손님들로 분주했다. 특히 P닭도리탕은 평소 고객이 뜸해지는 8시 이후에도 빈 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친구와 함께 이곳을 찾았다는 J씨는 "이 시간이면 보통 사람들이 나가기 시작하는데 오늘은 오래 앉아 계시는 분들이 많네요"라며 "아무래도 김영란법이 시행되서 그런지 식사 보다 술 안주로 찾는 고객이 늘어난 거 같아요"라고 말했다.
불고기 요리 프랜차이즈인 불고기 브라더스는 일찌감치 9월1일부터 '김영란 세트메뉴'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2인 세트는 불고기 300g에 3만9840원, 3인 세트는 불고기 450g에 5만9840원에 판매한다. 1인당 4900원씩을 내면 클라우드 생맥주와 화이트와인을 무제한으로 마실 수 있는 '김영란법 통과 회식 이벤트'도 함께 진행한다.
3명이서 불고기 세트를 주문하고 맥주를 무제한으로 마셔도 1인당 2만4847원으로 김영란법 상한선을 넘기지 않는다.
불고기 브라더스 서울파이낸스센터점 관계자는 "김영란 세트 판매 이후 저녁 시간을 위주로 매일 30~40팀씩 예약 손님이 늘 정도로 반응이 좋다"면서 "예약을 하면서 아예 김영란 세트를 미리 주문한 단체도 많다"고 말했다.
김영란법 첫날 점심과 저녁 시간 상대적으로 저렴한 식당가로 고객이 쏠리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 김영란법은 공직자와 언론인 등이 직무 관련인으로부터 3만원 이상의 식사를 대접받으면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는 법령이다. 이밖에 선물은 5만원, 경조사 비용은 10만원 이상 받으면 처벌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