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롯데·웨스틴조선·하얏트·힐튼호텔 "3만원 이하 메뉴 도입 계획 없어""최상급 식재료 사용으로 원가 조절 불가, 음식 퀄리티 낮출 수 없어""김영란법, 신경은 쓰이지만 기존 고객 만족도 유지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
  • ▲ 자료사진.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뉴데일리경제DB
    ▲ 자료사진.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뉴데일리경제DB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28일 시행되면서 외식업계가 3만원 이하의 메뉴를 앞다퉈 선보이고 있는 가운데 서울 주요 특급호텔들은 별다른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약간의 매출 감소를 감안하더라도 호텔 레스토랑의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입장이다.

    28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서울 주요 특급호텔인 신라호텔과 롯데호텔,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하얏트호텔, 그랜드힐튼호텔은 모두 김영란법 시행으로 인한 메뉴 변동이나 가격 조정은 없으며 향후 도입 또한 검토하지 않고 있다.

    A호텔 관계자는 "레스토랑 메뉴나 가격을 김영란법으로 인해 조정하는 일은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고 이는 다른 특급호텔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면서 "호텔을 찾는 고객들은 비싼 값을 치르더라도 그에 걸맞는 음식의 품질과 서비스의 수준을 요구하는데 가격을 낮추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떻게든 가격을 3만원 이하로 낮추면 손님이 일시적으로 조금 늘 수는 있겠지만 자칫 기존 단골 고객의 만족도를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면서 "이를 감안하고 밥값을 내릴 수 있는 호텔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B호텔 측은 "대부분의 특급 호텔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쉐프들은 식재료와 음식 품질에 대한 자부심과 고집이 굉장히 세다"면서 "제철 국산 재료, 최상급 재료 사용을 원칙으로 하는 만큼 음식 가격에서 원재료비가 차지하는 부분이 큰데, 퀄리티를 낮추면서 음식 가격을 내리는 것은 호텔이 추구하는 가치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서울 장충동에 위치한 신라호텔은 호텔 내 한식, 일식, 프랑스, 뷔페 등 4개의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까지 메뉴나 가격이 변동된 곳은 없으며 앞으로도 변동 계획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

    남산 중턱에 있는 그랜드하얏트호텔은 한식, 일식, 중식 등 총 12개의 식음료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파스타와 피자 등 캐주얼 유러피안 메뉴를 판매하는 '제이제이델리'를 제외하고는 3만원 이하의 메뉴를 파는 곳은 없다. 김영란법으로 인한 가격 변동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서대문구에 있는 그랜드힐튼호텔은 중식당과 뷔페, 한식, 양식, 테라스라운지 등 총 6개의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역시 메뉴나 가격 변동 계획은 없다.  

    시내 중심부인 을지로에 있는 웨스틴조선은 베이커리와 카페를 제외하고 일식, 중식, 양식, 이탈리안, 뷔페 등 총 5개의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인한 가격 변동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다만 호텔 외부에서 운영하는 연회장인 '뱅커스클럽'은 1인당 3만원 이하의 연회 조식 메뉴 9종을 새롭게 내놨다. 뱅커스클럽은 명동에 있는 전국은행연합회관 16층에 위치하고 있다.

    소공동 롯데호텔은 한식, 일식, 중식, 프랑스, 이탈리안, 뷔페 등 6개의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로서 3만원 이하 메뉴 출시 계획은 없는 상태다.

    5개 호텔 모두 중식당에서 판매하는 짜장면과 짬뽕, 볶음밥 등 단품의 경우 3만원 이하 메뉴가 있기는 하지만 그 외 3만원 이하 메뉴 도입 계획은 전무하다.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롯데호텔을 제외하고는 10월 예약률 현황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롯데호텔 측은 "10월 예약률을 기준으로 보면 작년 동기 대비 20% 정도 줄었다"면서 "특히 일식당이 조금 더 빠졌다"고 설명했다.

  • ▲ 자료사진.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뉴데일리경제DB
    ▲ 자료사진.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뉴데일리경제DB


    한 호텔 관계자는 "호텔 레스토랑 주요 고객이 비즈니스 접대 보다는 가족 고객이나 사교 모임 고객이 주를 이루다보니 김영란법 시행 영향을 크게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대부분의 특급 호텔이 시내 중심부에 위치하지 않다보니 거리적인 접근성도 약간 떨어지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10월 예약 상황을 봐도 전년이나 전달과 비교해 눈에 띌만한 패턴의 변화는 없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추이를 지켜봐야할 것 같다"면서 "김영란법이 워낙 이슈로 떠올라 영향을 받느냐는 문의는 많이 오는데 체감 온도는 시행 전과 대동소이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