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은 4일 "한진해운의 물류대란은 6500억 외상값 때문에 한달 전부터 전제가 돼 있었다"고 말했다.
또 현대상선을 살리고 한진해운은 법정관리에 돌입한 데 대해 "한진해운은 외상채무만 6500억이 있고 대주주로부터 내 팔을 하나 자르겠다는 결단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 "채권단 지원 기다리며 6500억 외상 버텨"
이 회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한진해운 법정관리에 따른 산업은행의 물류대란 책임론을 제기하자 작심한 듯 발언을 이어갔다.
이 회장은 "한진 조양호 회장이 오후에 출석하기 때문에 오전에 (한진해운 관련) 보고를 드릴 수 있는 기회 자체가 괜찮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특히 "한진해운은 유동성이 거의 없는 상태서 외상 채무만 6500억원이 있었고 물류대란이 필시 일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고 밝혔다.
다만 한진해운의 선박이 법정관리 직전까지 억류되지 않은 데 대해서는 "채권단이 돈을 지원할 지 기다리고 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기본적으로 산업은행은 협상과정에서 6500억원의 개별적 채무는 회사서 갚아야지, 회사의 외상값까지 갚아주는 구조의 구조조정은 안된다는 것이었다"고 했다.
산은은 물류대란에 대비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CEO와 CFO를 불로 컨틴전시 플랜을 계획했다는 점도 밝혔다.
이 회장은 "물류대란에 대해 산은이 취한 조치는 현대상선 CFO와 한진해운 CEO를 세차례 불러 컨틴전시 플랜을 만들자고 했는데 한진해운이 첫 회의 때는 오케이 했는데 다음 회의부터는 배임 문제가 있다고 (거부)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한진해운의 자율협약은 5월 4일부터 8월4일까지 3개월 간 진행하다가 한 달 연장했지만 6500억 외상 채무 해결책이 전혀 없어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또 "향후 시장 사태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많은 검토가 있었다"면서 "금융위와 해수부 등에게도무수히 많은 자료와 설명을 했다"고 말했다.
◇ "대주주 내 팔 하나 자르겠다는 결단 없어"
이 회장은 한진해운이 최종적으로 채권단의 손을 떠나게 된 데는 대주주의 결단이 부족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회장은 현대상선을 살리고 한진해운은 살리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둘 다 살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한진은 모든 규모나 역량으로 볼 때 현대보다 높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불행이도 정상화 시키려고 했을 때 현대상선은 현대건설을 매각하면서 12조 유동성을 확보했고 현대증권을 내놓겠다는 오너 결단이 있었다"면서 "한진해운은 유동성이 거의 없는 상태서 외상채무만 6500억이 있었고 대주주로부터 내 팔을 하나 자르겠다는 결단이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원님 개인적으로 보더라도 돈을 빌려주겠다면 누구를 빌려주겠습니까. 굉장히 아픈 결단이었다"고 했다.
그는 "한진해운이 한국경제에 미쳐왔던 영향, 선대부터 기여했던 부분 등으로 최소한 조양호 회장 자존심 건드리는 이야기는 안하는 게 좋겠다 싶어서 (협상) 내용의 상당부분을 이야기 안했는데 오늘 일부를 말씀드렸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한진해운이 최종 자구안으로 5천억원을 제시해 산은이 요구한 7천억원에 2천억원이 못미쳐 법정관리에 돌입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이 회장은 "한진해운이 7천억만 있으면 (회생이되지 않느냐고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면서 "삼일회계법인 진단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까지 필요한 자금이 1조에서 1조3천억원"이라고 했다.
이어 "(한진) 회사 측에서 나온 이야기인지 알 수 없지만 3천억만 더 투자하면 17조를 건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고 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산업은행의 구조조정이 근본적으로 실패했다는 지적하자 이 회장은 "한진해운에 결단을 내린 부분은 평가 받아야 한다"고 맞섰다.
아울러 유수홀딩스의 재산분할 과정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산은이 주주가 아니기 때문에 한계가 있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