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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이 낙하산 인사의 지상 낙원으로 전락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선 기업은행의 원칙 없는 인사 정책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실제 기업은행의 경우 최고경영승계 프로그램에 대한 규정도, 은행장추천위 등 최고 CEO 선임에 대한 인사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다.
즉, 이 때문에 정부 입김에 따른 낙하산 인사의 득세가 심하단 지적이다.
권선주 기업은행장의 임기가 아직 3개월이나 남았는데도 불구하고 차기 행장으로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자주 거론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은행장 뿐만 아니라 사외이사를 포함한 현직 임원들의 낙하산 인사도 문제다.
실제 기업은행이 제출한 ‘중소기업은행 및 자회사 임원 현황’에 따르면 2016년 9월 현재 임원으로 재직 중인 공직자, 정치권, 금융당국 출신 인사가 23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임원 45명 중 절반 이상이 낙하산이란 얘기다.
출신별로는 기획재정부 4명, 여성가족부 1명, 공정거래위원회 1명, 행정자치부 1명 등 공직자 출신이 10명에 달했다.
정치권 출신으론 새누리당이 4명, 대선캠프 2명이었으며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 관피아 출신도 3명이었다.
이들은 주로 사외이사로 활동하며 기업은행 경영에 간접적으로 참여해 왔다.
소속별로는 기업은행 감사 및 사외이사 4명, IBK캐피탈 부사장 및 상근감사위원·사외이사 4명, IBK투자증권 사외이사 3명, IBK연금보험 부사장 및 사외이사 3명, IBK자산운용 사외이사 3명, IBK저축은행 사외이사 4명, IBK신용정보 대표이사 및 부사장 2명 등이다.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은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에 유독 낙하산 인사가 집중되는 이유는 전형적인 나눠먹기 인사다”라고 지적하며 “연말에 교체되는 기업은행장 선임을 둘러싸고 벌써부터 정피아 출신 인사의 내정설이 도는 등 정권 말기 전문성 없는 낙하산 기관장 인사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도 “기업은행과 자회를 포함해 현직 임원 중 23명이 낙하산 인사이다”며 “사장추천위원회를 독립적으로 만든다면 낙하산 인사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기업은행 노동조합도 현기환 전 정무수석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기업은행은 전날 성명서를 통해 “현 전 정무수석은 주택은행에서 근무했을 때도 인사부 출신이었다. 노동계 출신이라며 포장하고 있지만 노동계 어느 곳에서도 현기환 정무수석을 선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현 전 수석은 박근혜 대통령의 노동개혁을 앞장서 추진하기 위해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으로 법안 처리를 로비했던 인물이다. 줄곧 정치 야욕에만 사로잡힌 인물을 절대 환영하지 않는다”라며 낙하산 저지를 위한 총력 투쟁을 예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