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자본확충 후순위채 '쏠림현상'… 떨어지는 자본의 질떠오르는 대안 '조건부 자본증권'… 이자부담에 발행 '0건'해외 사례 참고해 지급여력비율 이원화 검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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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험회사들이 자본 확충 통로로 후순위채권을 택하는 '쏠림 현상'이 두드러져 자본의 손실흡수성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100% 자본으로 인정받지 못 하는 후순위채의 특성 상 자본 관리 수단을 다각화할 필요가 제기된다. 대안으로 올해 도입된 조건부 자본증권 발행은 '0건'에 그쳐 발행 유인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6일 보험연구원의 집계에 따르면 금리 하락이 본격화한 올해 들어 손해보험사의 자본성증권 발행량이 부쩍 늘었고 특히 신종자본증권 대비 후순위채 발행금액이 절대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손해보험사가 발행한 후순위채는 1조38000억원 규모다. 같은 기간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1000억원에 그쳤다.

    보험연구원은 "신종자본증권의 경우 '스텝업' 조건이 없어야 기본자본으로 인정되는 특성이 있어 후순위채 발행량이 더 많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후순위채는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지만 기본자본이 아닌 보완자본으로 분류된다. 또 잔존만기 5년 이내부터 자본으로 인정되는 금액이 20%씩 줄어들기 때문에 주기적 재발행이 필요하다.

    보험연구원은 국내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을 따져본 결과 후순위채권 등 보완자본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는 회사의 손실흡수성이 낮다는 의미다. △급격한 금리·환율 변동 △투자 자산 다량 손실 △보험계약 다량 해지 등 시장 충격이 발생할 경우 자본이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이 열위하다는 것이다.

    반면 기본자본인 이익잉여금 등은 손실흡수성이 높다. 올해 발행시장을 통해 기본자본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이 새로 등장했으나 활용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킥스 체제에서 새로 도입된 '조건부 자본증권'은 총요구자본의 10~15%까지 발행금액을 증가시킬 수 있어 손실흡수력이 높은 자본조달창구로 꼽힌다.

    회사에 대규모 손실 등의 이벤트가 발생해도 투자자들에게 원금을 돌려주지 않고 자본화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다만 이러한 리스크를 감안해 이자 수준이 높게 책정된다. 후순위채, 비조건부인 기존 신종자본증권 대비 이자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 올해 조건부 자본증권 발행에 나선 보험사는 전무한 이유도 이자비용 탓으로 보인다. 실적이 견조한 보험사의 경우 후순위채에 대한 투자자 수요도 높다.

    대형 손보사 관계자는 "자금이 긴급하다기 보다 킥스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후순위채 발행을 하고 있어서 굳이 높은 이자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며 "소형사들의 경우는 킥스 비율을 안정권으로 끌어올리기에 더 집중하고 있는 실정이라 더욱 여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노건엽 보험연구원 금융제도연구실 실장은 "은행권에서 이미 일상적으로 활용하는 조건부 자본증권은 후순위채권 대비 자본의 질이 높아 보험사가 활용할 수 있는 유용한 자본 관리방안"이라며 "발행 유인을 금융당국이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예를 들어 금융당국이 보험사 '자본의 질'도 측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의 경우 유럽, 캐나다, 싱가포르는 지급여력비율을 이원화해 운영한다.

    현행 지급여력비율과 별도로 기본자본에 기초를 둔 비율을 추가 산출해 제시한다. 이 경우 보험사의 자본이 기본자본과 보완자본 중 어느 쪽에 더 의존하고 있는지 측정·비교가 가능하다. 이 경우 각 보험사가 장기적인 자본 조달 전략을 세우게 될 것이라고 재무 전문가들은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