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미만 단기 다이어트에는 효과적이나 혈관질환·영양 불균형 초래무작정 탄수화물 피하기보다 균형잡힌 식단 중요
  • ▲ 다이어트를 하려면 기초 대사량을 고려해 음식을 섭취해야 한다. ⓒ연합뉴스
    ▲ 다이어트를 하려면 기초 대사량을 고려해 음식을 섭취해야 한다. ⓒ연합뉴스

    다이어트의 적으로 알려졌던 지방이 오히려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방송과 SNS를 통해 이슈를 모으고 있는 LCHF 다이어트(Low Carb High Fat diet,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이요법)'는 말 그대로 지방을 많이 섭취하고 탄수화물은 조금만 섭취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LCHF에는 꼭 지켜야 할 명확한 기준과 까다로운 조건이 달려있다. LCHF를 둘러싼 '허와 실'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다이어트의 정석으로 알려진 ‘저지방 저탄수화물’ 식단에 변화가 생겼다. 최근 한 방송에서 전파를 탄 '고지방 저탄수화물' 식단이 체중감량에 도움 된다고 알려지면서 다이어트를 위해 고지방식을 즐겨 먹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러나 아직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고지방' 식단이 갖는 체중 감량 효과에 이견이 많다. 고지방 저탄수화물 식단, 정말 다이어트 효과가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6개월 미만' 단기적 측면에선 체중감량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탄수화물 섭취량이 줄어들면 우리 몸은 에너지 고갈을 막기 위해 미리 축적돼있던 지방·단백질을 대체에너지로 쓰고 고지방식을 섭취해 포만감을 오래 유지시키기 때문이다.

    고지방 저탄수화물 식단은 한 끼 기준 지방을 60~70%를 섭취하고 탄수화물은 5~10%로 줄여 먹는 것을 말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일반인이 하루 식사로 섭취하는 탄수화물과 지방의 비율은 각각 40~45%, 20~25%로 미뤄보건대 큰 차이를 보인다.

    다이어트의 기본은 총 칼로리 섭취량을 줄여야 하는데, 이 경우 먹는 양이 줄어들어 자주 배고픔을 느끼기 쉽다. 이때 고지방식을 섭취하면 포만감을 더 잘 느끼게 해주고 식욕을 조절하는 호르몬(랩틴 호르몬)에 영향을 미쳐 체중 감소에 더 유익하다는 게 고지방 저탄수화물 식단 옹호론자의 의견이다.

    △ 탄수화물 중독·배고픔 자주 느끼는 경우 체중감량 효과

    파스타·빵·라면 등 고탄수화물 음식을 즐겨 먹거나 자주 배고픔을 느끼는 사람이 고지방 저탄수화물 식단을 먹으면 체중감량 효과가 보일 수 있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박희민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다이어트를 잘 유지하려면 포만감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지방은 탄수화물이나 단백질보다 위장에 오래 머물기 때문에 포만감을 유지하는 데 좋다”고 말했다.

    즉, 고지방식을 먹으면 오랫동안 포만감이 지속돼 다음 끼니에 먹는 양이 줄어들어 전체 칼로리 섭취량을 줄일 수도 있다는 의미다.

    또한 인슐린 분비를 줄여 다이어트 효과를 준다고 박 교수는 주장했다.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하면 혈당이 올라가고 이를 조절하는 호르몬 ‘인슐린’이 분비되는데 이때 체내에 지방이 쌓이게 되고 비만·지방간·당뇨병 등을 유발한다.

    고지방 저탄수화물 식단을 진행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총 칼로리 섭취량을 줄여가면서 지방 ·탄수화물 비율을 조절하는 것’이다.

    박 교수는 "지방 섭취가 다이어트에 좋다고 해서 고지방식을 평소 먹는 양만큼 먹으면 안 된다"며 "탄수화물은 1g당 4Kcal인 반면 지방은 1g당 8Kcal로 같은 양을 먹어도 고지방식이 두 배 이상 칼로리가 높다"고 강조했다. 

    △ 고지방식, 득보단 실 많아… 영양불균형·혈관질환 위험 증가

    반면 고지방 저탄수화물 식단이 다이어트에 일시적인 효과는 있을 수 있으나 장기적인 측면에서 득보다 실이 많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대한비만학회도 고지방 저탄수화물 식단에 대해 "장기적인 체중감량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으며 비만 환자에게 일반적으로 권고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심경원 이대목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면 체중이 감소하지만 고지방 저탄수화물 식단을 오래 유지하면 요요나 동맥경화 등 혈관질환 위험이 증가한다"며 "탄수화물 함량이 높은 곡물에는 비타민·미네랄 등 영양소도 충분히 들어있는데 무작정 섭취를 피하면 영양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심 교수는 고지방 저탄수화물 식단의 장점으로 꼽히는 포만감에 대해서도 할말이 많았다. 

    그는 "포만감이 지속되는 데 도움 주는 지방은 불포화지방산(식물성지방)이 아닌 포화지방(동물성지방)"이라며 "몸에 해로운 포화지방을 과잉 섭취하면 체중감소 효과와 별개로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심 교수는 "포화지방을 지나치게 먹으면 동맥경화를 유발하는 나쁜 콜레스테롤(LDL 콜레스테롤)과 혈전을 증가시켜 심근경색·뇌졸중 등 발병률을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탄수화물 섭취를 극단적으로 줄이면 폭식·과식 등의 위험이 높여 요요 증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단점으로 꼽았다. 체중감량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기초대사량을 고려한 식단을 섭취해야 하고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다. 

    고지방 저탄수화물 식단에 찬성과 반대 의견으로 대립됐던 양측이 "체중감량을 위해 특정 음식을 무조건 고집하거나 배제하는 행동은 오히려 건강을 망치는 지름길"이라고 입을 모았다. 식이요법을 통해 총 칼로리 섭취량을 줄이면서 적절한 운동 병행해야 한다고 건강한 다이어트에 대해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