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비자 편익을 꾀하겠다는 명목으로 시행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이 도입 2년여가 지나고 있는 가운데, 한국 통신 생태계를 오히려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최근 또 다시 불거졌다.
곧 국내에 출시될 애플 아이폰7 시리즈 출고가가 아이폰6 출시 때와 마친가지로 미국에서 판매되는 제품 가격보다 비싼 것으로 나타나 소비자 불만의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지원금 상한제의 경우 1년뒤 일몰될 제도로, 그 시기에 맞춰 다시 논의가 된다는 입장이여서 소비자들은 그저 답답할 따름이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동통신 3사가 아이폰7 시리즈의 예약가입을 실시한 가운데, 출고가가 공개됐다.
아이폰7의 국내 출고가는 각각 32GB 86만9000원, 128GB 99만9900원, 256GB 113만800원이다. 아이폰7 플러스는 각각 32GB 102만1900원, 128GB 115만2800원, 256GB 128만3700원이다.
그러나 미국 애플 홈페이지에 공개된 아이폰7 가격은 32GB 649달러(약 72만원), 128GB 749달러(약 84만원), 256GB 849달러(약 95만원)로 나타났다. 또한 아이폰7플러스는 32GB 769달러(약 86만원) 128GB 869달러(약 97만원) 256GB 969달러(약 108만원)로 나타났다.
이는 동일사양의 동일제품을 기준, 국내 판매가격이 미국보다 15만원 가량 비싼 셈이다.
아이폰7을 구매하려는 예약 가입자들은 분통이 터질 노릇이다. 단통법으로 보조금을 규제해 해외보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판매가격이 비싼가하면, 소비자를 위한 파격적 할인 마케팅은 꿈도 꿀 수 없어서다.
게다가 중저가폰에 대한 명확한 신뢰도가 형성되지 않는 소비자 층은 갤럭시노트7 판매중단으로 마땅히 구매할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아이폰7 밖에 없어 '울며 겨자먹기식' 구매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애플 아이폰6(16GB) 출시 때도 상황은 마찬가지 였다. 국내 출고가는 70만원대 후반이였지만 단통법 시행으로 보조금 상한이 묶여있다 보니 40만원대 중반 가격으로 구입이 가능했다. 반면 일본에서는 자국 내 3대 통신사를 통해 같은 모델을 살 경우 사실상 '공짜'로 구매가 가능했다. 미국에서도 199달러(약 21만원)만 내면 아이폰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직장인 남모(29)씨 "스마트폰을 구입하는데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가격을 지불해야 할 판"이라며 "단통법이 화려한 약속을 내세우며 2년여가 지났지만 돌이켜 보면 우울한 성적표만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통신사들은 신형 프리미엄 폰을 구입할 경우 최신 TV 한 대를 공짜로 주는 '1+1' 마케팅을 실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마케팅비를 줄여 이통사들의 배만 불리고, 소비자들에게 그 비용을 떠 넘기는 단통법이 어떤 식으로든 조속히 개선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를두고 정부는 단통법 지원금 상한제의 경우 1년 뒤 일몰될 제도로 정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어도 그냥 밀어붙이겠단 입장이다.
최근 진행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의 단통법 부작용을 묻는 질문에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지원금 상한제 폐지는 1년후 일몰될 제도로 그 시기에 맞춰서 논의가 이뤄지면 그때 따를 것"이라며 불법보조금이 여전히 성행하는 것에 대해 "인력 부족으로 단속이 여의치 않다.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다시말해, 단통법은 3년 일몰제로 내년 9월말 자동 폐기될 예정이지만, 이를 앞당기거나 완화할 마음은 없다는 것이다.
이에대해 업계에선 단통법이 폐지되지 않는한 애플 등 해외 단말기 제조사들의 글로벌 출고가보다 비싸게 파는 '한국 소비자 호갱' 행위를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애플의 충성도 높은 소비자 층이 존재해 애플은 한국의 지원금 상한제를 이용한 '한국 소비자 호갱' 행위를 지속하고 있는 모습"이라며 "더욱이 애플의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판매 중단에 따른 브랜드 이미지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판매가격을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하려는 행위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정부는 애플이 단통법을 이용해 국내 통신 시장을 어지럽히는 것을 보고만 있어서는 안된다"며 "소비자에게 피해를 떠넘기는 단통법을 일몰제 이전에 반드시 폐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