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 호갱 만든 '단통법-요금인가제' 폐지로 경쟁 유도 필요""소비자 통신비 절감 노력 없이 마케팅 비용 줄어든 이통사만 배불려"
  • ▲ 방통위 회의 모습ⓒ뉴데일리경제DB
    ▲ 방통위 회의 모습ⓒ뉴데일리경제DB

    소비자 편익을 꾀하겠다는 명목으로 도입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이 한국 통신사업 생태계를 오히려 저해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단통법으로 보조금을 규제해 해외보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판매가격이 비싼가하면, 소비자를 위한 파격적 할인 마케팅은 꿈도 꿀 수 없다. 더욱이 단통법 실행 후 이통사들의 배만 채운 것으로 드러나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총선 후 꾸려질 20대 국회서 단통법 '요금 인가제'를 폐지해 이통사 간 요금경쟁을 유도해야 한다는게 업계 중론이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1위 이동통신업체인 버라이즌과 3위 T모바일·스프린트는 2년간 사용 약정을 맺고 갤럭시S7과 엣지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한 대를 무료 제공하는 '1+1' 마케팅을 현재 진행 중이다.

    또한 2위 이통업체인 AT&T는 이달 말까지 갤럭시S7을 사는 고객에게 약 700달러(약 80만원) 상당의 삼성 48인치 LCD(액정표시장치) TV를 한 대 공짜로 주고 있다.

    단통법으로 인해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혜택이 오직 보조금 밖에 없는 우리의 현실과는 너무 상반된 실정이다.

    국내 통신업체를 통해 갤럭시S7을 사면 최대 26만4000원의 보조금이 지급되는 우리의 상황과 비교하면 황당하기 그지 없는 꼴이다.

    뿐만 아니라 단통법으로 인해 국내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해외보다 비싸게 판매되고 있어, 한국 소비자들 사이에선 그야말로 삼성전자가 국내 소비자들을 외면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실제 미국의 ABI리서치 따르면, 지난해 갤럭시S6 엣지(32GB) 모델을 미국서 2년 약정 60달러 이상 요금제로 구입할 경우 299.99달러(약 34만원)에 살 수 있었지만 국내 통신사에서는 가장 비싼 요금제에 가입해 구매하더라도 동일 모델을 64만9000원에 받을 수 있었다.

    애플의 아이폰6(16GB)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국내 출고가는 70만원대 후반이지만 단통법 시행으로 보조금 상한이 묶여있다 보니 40만원대 중반 가격으로 구입이 가능하다. 반면 일본에서는 자국 내 3대 통신사를 통해 같은 모델을 살 경우 사실상 '공짜'로 구매가 가능하다. 미국에서도 199달러(약 21만원)만 내면 아이폰을 손에 쥘 수 있다.

    직장인 남모(29)씨 "스마트폰을 구입하는데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가격을 지불해야 할 판"이라며 "단통법이 화려한 약속을 내세우며 첫 발을 내딛었지만 돌이켜 보면 우울한 성적표만 남아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소비자를 위한다는 단통법으로 국내 이통 3사들은 배만 채우고, 소비자 통신비 절감 노력에는 소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KT는 지난 2013년 4분기 2663억원에 이르는 영업적자를 맛봤다. 2014년 1분기에도 224억원을 버는데 그치는 등 간신히 적자만 면했다. 그러던 중 단통법의 영향이 본격화 된 지난해 1분기에는 영업이익 2132억원을 올렸다.

    2분기에도 2852억원, 3분기 3433억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단통법에 따른 마케팅 비용 감소가 이런 결과를 만들었다는게 업계 안팎의 공통된 시각이다.

    LG유플러스 역시 지난해 전년 대비 4.7% 감소한 1조 9987억원을 마케팅 비용으로 지출했으며, 이에 따른 영업이익은 6332억원으로 전년대비 9.7% 성장했다. SK텔레콤도 단통법 시행 후 3000억원에 가까운 마케팅 비용을 줄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들 기업은 하나같이 이 기간 동안 '실적 잔치'만 벌였을 뿐 정작 소비자 통신비 문제에는 철저히 눈을 감아왔다. 이통 3사들이 가계 통신비 부담을 떨어뜨리기 위해 영업이익에서 떼낸 금액이 단통법 이후 크게 삭감됐다는 것이다.

    전체 금액을 가입자 1명에게 지급하는 돈으로 환산하면 지난 2011년에는 7만4000원, 2012년 5만2000원, 2013년 5만8000원을 지원했지만, 단통법이 시작된 2014년에는 불과 3만6000원을 쓰는데 머물렀다.

    전문가들은 총선 후 꾸려질 20대 국회서 단통법 '요금 인가제'를 폐지해 이통사 간 요금경쟁을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단통법은 요금인가제 하에서 보조금 경쟁을 하지 못하게 했다"며 "요금인가제를 폐지해 통신사 간 요금경쟁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요금 인가제란 이통시장 1위인 SK텔레콤이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요금을 마음대로 올리거나 큰 폭으로 내릴 수 없도록 사전에 정부 인가를 받도록 한 제도다.

    조 교수는 "단통법은 이동통신사 간 경쟁을 억압해 소비자 후생을 희생시키는 대표적 악법"이라면서 "총선 후 꾸려질 20대 국회서 이 같은 악법을 반드시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소비자들의 이익을 극대화 하기 위해선 규제가 아닌 경쟁이란 대원칙만 지킨다면 어려워질 것이 없다"며 "정부는 경쟁을 질식시키면서 소비자 편익을 꾀하겠다는 발상을 조속히 철회해야 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