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존재하는 한 '폐업' 말고 답 없어..."정부 특단 대책 내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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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마포역 인근 통신사 유통점ⓒ전상현 기자
"단통법이 처음 시행됐을 때에도 하루에 5대 정도는 팔았죠. (단통법 시행 500일이 지난)지금은 한 대도 정말 힘들어요. 조만간 가게를 내놓을 생각도 하고 있어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시행된 지 500일이 최근 지나면서 폐업을 하거나 개점휴업 상태인 휴대폰 유통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단통법이 시행, 보조금이 통제되면서 통신사를 옮기는 것보다 한 통신사에서 장기우대 고객 서비스를 받는게 나아 점점 한 통신사의 상품만 파는 대리점에 소비자가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에 따르면, 전국 휴대폰 판매점은 2014년 2만 여개에서 지난해 1만8000개로 총 2000개 매장이 문을 닫은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현재까지도 추가 폐업 유통점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휴대폰 유통점 종사자들은 단통법 시행 후 어려움은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 일 줄을 올랐다며 500일이 지난 지금, 죽는 날만 기다리는 '시한부 인생'을 사는 것 같다며 고개를 떨구고 있다.
15일 서울 마포역 인근 상가의 한 휴대폰 A유통점. 단통법이 막 시작되었을 때도 인근 즐비한 기업들로 인해 시시때때로 휴대폰을 구매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던 이 곳은 이제 휴대폰 악세서리 가게로 전락한 지 오래다.
휴대폰을 구매하려는 이들보다 단통법 후 바뀐 요금제나 지원금을 물어보고, 유통점 내 휴대폰 관련 악세서리만 구입하려는 고객들만 있어서다.
A유통점 주인은 "예전 단통법이 막 시행되었을 때도 근처 기업들이 많아 고객들이 적지 않게 찾아 왔었는데 이젠 발길이 뚝 끊겼다"며 "정말 한 대 팔기도 힘들다. 가게를 내놓을 지 퇴근 후 매일밤 아내과 상의를 하는게 일상"이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용산 전자상가의 휴대폰 판매 매장에 들어서자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가게 주인들의 숨소리만 들리는 듯 했다.
중간중간 동남아 계열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중고폰을 사려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으나, 이마저도 쉽지 않은 모양새였다. 최근 가성비 높은 중국 중저가 폰들이 쏟아지며 중고폰 시장도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용산 전자상가 B매장 주인은 "프리미엄 급 휴대폰을 사려는 고객은 이제 아예 없다고 보면 된다"며 "최근 중국 중저가 폰들이 쏟아져 나오며 외국인들을 상대로한 중고폰 매출 역시 뚝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달 임대료를 어떻게 내야할지 막막하다"며 "정부는 단통법 이후 시장이 안정을 찾아 간다고 말하고 있지만, 실상은 유통점을 없애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이통사-유통업체'간 상생 정책 내놔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방 역시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충청남도 천안에 위치한 C매장은 상반기 중으로 커피숍이 들어설 예정이다. 결국 가게의 내놓으며 폐업의 길을 택한 것이다.
C매장 주인은 "단통법이 막 시행됐을 때에도 아르바이트생을 썼었다. 그러나 지금은 혼자 가게를 보고 있는 것은 물론, 상반기 중으로 가게를 내놓기로 결정했다"며 "담배값이라도 벌어보겠다는 심정으로 자리를 지키고 앉아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통사 태생과 성장에 있어 단말기 유통 활성화에 일조한 것은 영세 유통업체들이다. 이들이 줄도산할 경우 시장은 더욱 과점체제로 변할 수 밖에 없다"며 "사실상 단통법 체제에서 유통업자들은 폐업 말고, 탈출구가 없어 보인다. 정부가 유통업체들과의 상생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지만 이렇다할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