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수주, 주택분양 호조…수주비중 역전저유가·브렉시트 경기회복 제자리걸음
  • ▲ 사진은 대우건설 모로코 조르프 라스파 발전소 공사 현장. 기사와는 무관. ⓒ뉴데일리경제 DB
    ▲ 사진은 대우건설 모로코 조르프 라스파 발전소 공사 현장. 기사와는 무관. ⓒ뉴데일리경제 DB

    발 디딜 틈조차 보이지 않는 국내 신규아파트 분양현장과 달리 해외건설 수주현장은 썰렁하기만 하다. 올해 해외 신규수주액이 여전히 지난해의 40%대에 머물면서 전체 수주 비중에서 국내 수주액에 추월당했다. 일각에서는 신저점을 기록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18일 대한건설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건설기업의 업체당 평균 국내 수주액은 모두 60억3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 66억2000만원에 비해 8.9% 감소했다.

    국제유가 하락에 다른 해외건설 경기침체를 감안하면 국내수주를 바탕으로 상당히 선방했다는 평이다. 실제로 지난해를 제외하면 최근 10년 내 가장 높은 수치다.

    주택경기 호조로 서울 및 주요 대도시를 중심으로 재건축·재개발 수주물량이 늘어나고 신고리 원전 5·6호기 등 굵직한 대형공사 발주가 이어진 덕분이다. 10대 건설사 대부분은 이미 국내수주 목표치를 70~80%가량 달성한 상태다.

    여기에 2017년 말 종료예정인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내년 초까지 시공사 선정을 마쳐야 하는 만큼, 일정을 서두르는 조합들이 많아지면서 올해 국내수주 목표 초과 달성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김열매 현대증권 연구원은 "대형건설사들은 해외수주 감소분을 신규 주택사업으로 채워가고 있으며 2018년까지 주택사업 매출이 성장할 전망"이라며 "내년부터 대형사 합산 주택매출액이 해외매출액을 추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해외수주는 지난해의 반토막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전망마저 잿빛이다.

    해외건설협회 집계 결과 올 들어 현재까지 국내 건설기업들이 수주한 해외 신규 프로젝트 규모는 모두 196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358억달러에 비해 45.2% 줄어들었다. 특히 8월의 경우 8억달러에 그치기도 했으며 마지막 호황기로 여겨지는 2014년과 비교하면 61.1% 감소했다.

    건설사들의 수주비중도 뒤바꼈다. 대개 해외수주 비중이 전체의 60~70%를 차지했지만, 올해는 국내수주 비중이 60%대로 역전됐다. 상반기 말 기준 국내수주액은 총 30조6410억원으로, 전체 수주실적의 64.5%에 달했다.

    북미와 남미, 아프리카, 일부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는 수주량이 늘었지만, 금액비중이 큰 중동과 아시아 지역 수주가 급감하면서 전체 수주량이 줄어들었다. 지난해부터 지속되고 있는 저유가와 함께 올 들어 브렉시트 여파까지 겹치면서 해외경기 회복이 더뎌진 까닭이다.

    실제로 올해 해외수주 실적 중 10억달러가 넘는 대형공사는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수주한 쿠웨이트 아주르 LNG터미널(30억달러)과 GS건설의 싱가포르 톰슨라인 공사(146억달러) 정도에 불과하다. 


    뿐만 아니라 3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UAE 중질유 처리시설(POC) 등 국내 건설기업들이 입찰에 참여하고 있는 대형 프로젝트들도 아직 최종계약 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이란시장의 부진도 해외수주 감소에 부채질 했다.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순방 당시 체결한 계약이 모두 66건, 371억달러에 달하면서 업계에서는 중동시장 부진을 만회하고 침체에 빠진 업황회복을 위한 발판으로 이란시장을 주목했다. 


    그러나 순방 이후 반년이 지났지만, 현재까지의 수주 성과가 단 한 건(47만달러)에 불과할 정도로 효과가 미미한 상황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이란시장 진출의 난항은 이미 예견됐다"며 "해외수주가 단기간에 이뤄지는 게 아닌 점을 감안하더라도 미국의 이란 내 달러 사용 금지로 결제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데다 발주처의 높은 금융조건 장벽 등을 뛰어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게다가 이란 발주처 대부분이 재원이 부족해 시공사에 재원 조달까지 포함시킨 '시공자 금융주선 방식'을 택하고 있어 본계약 성사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흐름에 따라 일각에서는 해외건설 각종 지표들이 신저점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외건설 수주액의 경우 2006년 164억달러 이후 최저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5년간 11~12월 간 평균 수주액이 117억달러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올해 전체 수주액이 313억달러 선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건설수지 역시 연간 100억달러를 하회할 것이란 전망이다. 건설수지는 우리나라가 해외건설로 번 공사대금 등의 수입액에서 현지 자재구입액과 임금지급액 등을 뺀 금액을 일컫는다.

    한국은행의 국제수지 통계를 보면 올 들어 8월까지 건설수지 흑자는 총 59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2% 줄어들었다. 올 들어 건설수지의 월 평균 흑자규모는 7억달러 수준으로, 한 차례도 10억달러를 넘기지 못했다. 


    이 같은 추세를 감안하면 연간 건설수지 흑자 역시 2010년 이후 6년 만에 100억달러를 하회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저유가 현상이 1년 이상 지속되면서 중동 등 산유국들의 재정적자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이들이 발주를 재개하기 위해서는 배럴당 70달러 선을 회복해야 한다. 앞으로 얼마나 걸릴 지 모르겠지만, 해외수주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한 것이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와 미국의 원유 재고 감소 등으로 국제유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있지만, 아직 정확한 감산량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당장 신규수주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연내 본격적인 수주를 기대하긴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