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삼성동 아이파크타워, 도보 10분 거리에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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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대기업 면세점 추가 특허권 입찰이 지난 4일 마감하면서 5촌지간인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과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삼성동에서 격돌한다.
정지선 회장은 정주영 명예회장의 삼남인 정몽근 현대백화점 회장의 맏아들이며, 정몽규 회장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동생인 고(故)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의 외아들이다.
정지선 회장이 이끄는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지난 1차 면세점 입찰에서 실패한 이후 이번 면세점 사업을 따내기 위해 칼을 갈아왔다.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가 합작한 HDC신라면세점 역시 용산점에 이어 두 번째 면세점 오픈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양사는 같은 '범 현대家'에 속해있고 면세점 위치마저 비슷해 3차 면세점 사업권을 놓고 한쪽은 탈락의 쓴잔을 마실 확률이 높다.
실제로 1·2차 면세점 입찰전 당시 같은 기업에서 동시에 면세점을 따낸 전례는 없다. 1차 면세점 입찰 당시 '범 삼성家'인 신세계와 HDC신라면세점이 맞붙어 신세계가 탈락의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이후 신세계는 2차 면세점 입찰에 재도전해 면세점 특허 획득에 성공했다.
양사가 점찍은 면세점 후보지 역시 직선거리로 불과 500m 안팎에 위치해 있다는 점도 이러한 설에 설득력을 실어주고 있다.
우선 현대백화점은 지난 1차 면세점 입찰전 당시와 같은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점을 면세점 후보지로 점찍었다.
입출국 수속이 가능한 도심공항터미널이 인접해 교통 인프라가 우수하고 인근 코엑스 관광특구와 연계한 효과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HDC신라면세점은 무역센터 인근에 위치한 삼성동 '아이파크타워'를 2호 면세점 부지로 낙점했다.
HDC신라면세점 측은 아이파크타워가 올림픽대로에 바로 인접해 무역센터점보다 교통편이 우수하다는 점과 2021년 오픈 예정인 'GBC'(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 비즈니스센터)와 위치가 가깝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고 있다.
정부가 이번 신규면세점 선정 과정에서 '경제·사회발전 공헌도'를 점수에 포함했다는 것도 이러한 관측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해당 목록에는 고용창출 여부가 포함돼 있다. 삼성동에 위치한 두 개의 면세점이 신규면세점으로 선정될 경우 타 지역에 입지를 내놓은 경쟁사들이 이러한 조건으로 반발할 확률이 높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종사자는 "이번 면세점에 입찰한 기업 중 현대면세점과 HDC신라면세점 둘 중 한 곳은 떨어질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라며 "한 지역에 면세점이 들어 다는 것은 곧 지역경제 활성화와 직결된다. 이러한 면세점 사업을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 사업자에게 모두 주면 당연히 경쟁사들이 반발할 것이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정지선 회장과 정몽규 회장은 각자 영역에서 능력을 십분 발휘하고 있는 우수한 리더들이지만, 이번 면세점 입찰에서 두 명 모두가 웃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현대백화점과 HDC신라면세점은 "이번 면세점 선정 과정은 점수까지 공개되는 만큼, 정해진 룰 안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있다.
한편 지난해 상반기에 진행된 신규면세점 입찰전에서는 HDC신라면세점이 면세점 사업권을 획득한 반면, 현대백화점면세점은 하위권에 머물러 HDC신라면세점이 판정승을 거둔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