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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인 지난 19일 밤 9시, 서울역을 막 출발한 ktx 175호에 갑작스레 비상벨이 울렸다. 이 열차 6호 승객 박모씨(61)가 심정지로 쓰러졌다는 응급 콜이었다.
9호차에 있던 하오근 열차팀장은 한 걸음에 6호실로 내달렸다. 3분만에 도착한 현장은 한눈에 봐도 비상사태였다. 의식을 잃고 쓰러진 승객은 숨조차 쉬지 못했다.
하 팀장은 즉각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며 열차 승무원을 통해 '의사를 찾는 방송'을 다급하게 내보냈다. 때마침 열차내에 있던 의사 2명이 2분만에 달려와 KTX내에 비치중인 자동제세동기로 응급조치를 실시했다.
하지만 환자의 상태는 쉽사리 나아지지 않았다. 첫번째 역인 광명역에 도착하기까지 17분여, 수차례 위험상황을 오갔다.
도무지 이런 상태로는 열차에서 내려 이동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태였다. 비상이 걸린 KTX 관제실은 119를 직접 지하 2층 승강장까지 내려보내 환자 후송을 도왔다. 이 와중에도 환자의 의식은 오락가락했다.
열차부터 환자를 돌보던 의사 한명은 끝내 KTX 이용을 포기하고 후송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박씨 곁을 지켰다. 후송과정에서도 박씨는 수차례 호흡이 멎어 119를 세우고 AED 활용 응급조치를 해야했다.
다행히 박씨는 병원으로 옮긴 후 의식이 돌아와 현재는 폐부종 치료를 받고 있다. 박씨의 보호자들은 KTX 승무원과 열차에 탑승하고 있던 의사, 걱정을 나누며 후송을 도와준 승객 모두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누구보다 앞서 박씨의 응급처치에 나섰던 하오근 열차팀장은 "응당 해야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기민하게 대처해준 다른 열차 승무원과 승객들, 무엇보다 열차 이용까지 포기해 가며 환자를 돌봐준 의사분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고 겸손해 했다.
코레일 연구원 소속인 하 팀장은 철도파업으로 인해 9월 27일부터 열차팀장으로 대체 근무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