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부터 특검 수사 본격화, 최대 120일기존 의혹 소명한 논리 바탕으로 이슈 체크
  • ▲ 왼쪽부터 지난 6일 국정조사 특위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손경식 CJ 회장, 구본무 LG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최태원 SK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조양호 한진 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 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선서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공동취재단
    ▲ 왼쪽부터 지난 6일 국정조사 특위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손경식 CJ 회장, 구본무 LG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최태원 SK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조양호 한진 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 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선서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공동취재단

     

    검찰 조사와 청문회라는 고비를 넘긴 재계가 이제 마지막 관문인 특검 대비에 나선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박영수 특검은 이번주부터 강남구 대치동 사무실에서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검찰이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과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기소하면서 사실상 수사가 일단락돼 특검으로 전환됐다.

     

    이에 따라 재계는 특검 수사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특검의 전초전이 됐던 청문회를 돌이켜보면 각 대기업들의 긴장 수위는 차이가 있다.

     

    우선 지난 6일 국정조사 청문회 때 집중 포화를 맞았던 삼성은 초긴장 상태다.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의혹을 털고 가겠다는 의지도 담겨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미 검찰의 압수수색과 조사가 두번이나 있었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청문회에도 출석했다”며 “관련 의혹들에 대해 성실히 조사에 응해 한 점 의혹이 남지 않도록 특검에도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재용 부회장이 기소가 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경영활동에 임할 것”이라며 “해외출장의 경우도 사전에 소환통보가 없으면 계획대로 진행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삼성은 아직 대형로펌과 구체적인 법적 대비에 나서지는 않고 있으며, 현재는 법무팀을 중심으로 기존 검찰 조사 및 청문회에서 소명한 내용을 다시 체크하고 있다.

     

    특검은 재계 공통으로 미르·K스포츠 재단에 출연금을 낸 경위와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 등을 수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에 대해서는 최순실의 딸 정유라에 말 구입 및 훈련비 명목으로 35억원을 지원한 경위와 대가성 여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불리하던 합병비율에 반대하다가 찬성으로 돌아선 경위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겠다고 언급함에 따라 그룹 전체는 침체된 분위기다. 

     

    삼성 이외에 특검 준비에 신경쓰는 곳은 SK, CJ, 롯데 등이다. 이들 3곳도 관련 의혹들에 대해 충분히 소명이 됐다고 판단,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차분하게 특검을 준비하고 있다.

     

    SK그룹은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박근혜 대통령의 독대와 관련 최태원 회장의 사면 및 면세점 선정에 대한 대가성 여부 등이 특검 수사의 핵심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이 청문회에서 관련 의혹들에 대해 설명했다”며 “법무법인 지평과 법무팀을 중심으로 특검에 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태원 회장은 통상적으로 연말에는 국내에 머무르며 경영현황을 챙긴다. 중국 등 짧은 해외출장의 경우는 특검과 상관없이 이뤄질 예정이다.

     

    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의 사면 요청 및 이미경 부회장의 퇴진 압박 배경, K-컬처밸리 사업의 특혜 의혹 등이 조사 대상이다. 특히 이 부회장의 퇴진 압박의 경우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을 조원동 전 수석과 함께 압력 미수 공범으로 명시키로 했다. CJ그룹 관계자는 “검찰 및 청문회에서 의혹들이 어느정도 해소돼 다행”이라며 “특검에서 어떤 부분을 어떻게 수사할지 모르기 때문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 로펌을 선임하지 않았지만, 법적 조언을 구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롯데그룹에 대해서는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추가로 냈다가 돌려받은 경위와 면세점 선정 의혹 등을 파헤칠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미 다 소명했기 때문에 특별히 특검에 대비해서 더 준비할 것은 없다”며 “특검 조사 통보를 받으면 협조하는 수준에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는 법무법인 김앤장과 법무팀이 공조체제를 이루고 있다.

     

    현대차그룹, LG그룹, 한화그룹, 한진그룹 등은 청문회에서 어느 정도 부담을 덜어낸 탓에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특검을 지켜보고 있다. 일부 의혹이 있기 때문에 완전히 안도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청문회에서 확인됐 듯이 특별한 의혹이 없지만, 이로 인해 경영전략회의가 연기되는 등 경영활동에 일부 차질이 있었다”며 “특검 수사가 시작되고 추가적으로 필요한 것이 있으면 협조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화그룹도 정유라에 말을 제공했다는 의혹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한 탓에 크게 우려하지 않고 있지만, 삼성과의 빅딜 과정에서 한화투자증권의 매도 보고서에 대한 압력 여부 등이 조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특검에 대비하기 보다는 진행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수사에 성실히 협조한다는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한진그룹은 오히려 피해를 봤다는 동정론이 확산되면서 가장 홀가분한 상태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하면서 이슈들을 점검하는 수준에서 지켜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박영수 특검을 중심으로 박충근·이용복·양재식·이규철 등 4명의 특검보, 윤석열 수사팀장 등으로 수뇌부가 구성됐다. 지난 11월 30일 박영수 특검이 임명된 이후 준비기일은 20일간이다. 수사는 70일 동안 이뤄지고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할 수 있으며, 1회에 한해 30일간 수사를 연장할 수 있다. 포괄적으로 최대 120일간 특검 수사가 이뤄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