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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가 업무용 차량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최근 업무용 차량을 교체하면서 예전보다 높은 배기량의 신차 등을 리스하기로 한 것.
1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지난 9월30일 정찬우 이사장 선임 이후 2차례에 걸쳐 고급 대형(업계 기준 2800cc급 이상) 승용차 10대에 대해 기존 사용 차량 대비 배기량이 큰 승용차를 선정해 입찰을 진행했다.
정 이사장 취임 직전인 9월 말 한국거래소가 '긴급'으로 게시한 '제네시스 EQ900 3.8 프레스티지' 1대에 대한 리스차량 입찰건은 한 차례 유찰된 끝에 10월13일 현대캐피탈에 낙찰됐다.
'제네시스 EQ900 3.8 프레스티지'는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말 새로 내놓은 최상위급 모델로 배기량은 3800cc급이며 가격은 정가 기준 1억원에 달한다.
이같은 대형 고급 승용차는 금융 유관기관에서는 보통 기관장급 임원이 사용한다. 금융감독원의 경우 진웅섭 원장이 현재 현대자동차의 3800cc급 그랜저를 사용한다.
한국거래소 측은 이번에 들여온 3800cc급 제네시스 차량의 사용처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지만 업계는 해당 차량이 정찬우 이사장 업무전용으로 사용 중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지난 8일 입찰이 종료된 '체어맨 W카이저 CW700 VIP' 9대는 단독업체 참여로 유찰돼 이달 중으로 재입찰이 예정돼 있다.
'체어맨 W카이저 CW700 VIP'는 지난 2월 출시된 2016년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3600cc급이다.
정가는 옵션에 따라 6236만~9143만원선이다. 한국거래소가 선택한 4-Tronic, 디럭스컴포트를 적용하면 7000만원대다.
한국거래소가 제시한 9대 차량에 대한 최초 입찰가격은 6억4152만원으로, 대당 7128만원을 책정한 셈이다.
금융감독원의 경우 부원장 2명과 감사 1명 등 3명이 기아자동차의 K9 3300cc급을 이용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거래소의 체어맨도 고위 임원들이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공공기관 지정 해제 후 거래소가 기존보다 높은 사양의 자동차 리스를 계획중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김봉수 전 이사장 시절인 2012년 말 입찰에 부친 '체어맨 CW600 SVIP' 9대는 3200cc급으로 정 이사장 전용차량으로 추정되는 제네시스(3800cc)나 임원들이 사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체어맨(3600cc)에 비해 배기량이 낮은 차량이다.
이사장 및 임원들의 업무전용 차량에 대한 '업그레이드'를 추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자동차 판매 대리점 관계자는 "리스는 같은 차종이라도 옵션, 기간, 보증금에 따라서 가격이 천차만별"이라면서도 "아무래도 배기량이 높고 새 모델일수록 리스 비용도 많이 든다며 중고차가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이번 리스 입찰이 기존 업무용 차량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과거와 차종이 다른 이유나 업무용 차량 운영 기준 등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거래소 관계자는 "기존에 리스한 차량을 교체하기 위해 재입찰에 나선 것"이라고만 밝혔다.
한편, 지난 6월 말 기준 한국거래소의 업무용 차량(승용·승합차 합계 기준) 48대 중 승용차는 44대다.
이 가운데 38대가 대형(2800cc이상)이고 6대가 중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