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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국내 제약산업을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제약사들의 연구개발(R&D)을 지원하고 있다. 신약 개발에는 오랜 시간과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기 때문에 섣불리 도전하지 못했던 중소제약사나 바이오기업도 R&D에 몰두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커지는 R&D열풍에도 불구하고 제일약품, 광동제약 등 일부 제약사는 R&D개발은 뒤로 한채 타사 제품을 판촉 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19일 한국제약협회에 따르면 매출액 대비 R&D비율이 상장 국내 제약사(84개) 기준 2013년 8.26%, 2014년 9.08%, 2015년 9.05%로 점진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그 중 적극적인 투자로 두각을 보이는 제약사는 한미약품·종근당·LG생명과학 등으로, 2015년 기준 매출액 대비 R&D비중이 각각 14.2%, 15.42%, 17.3%에 달했다. 반면, 같은 시기 제일약품과 광동제약은 3.63%, 1.1% 수준에 그쳤다. -
R&D활동이 저조한 이유에 대해 제일약품·광동제약 관계자는 “신약 개발에는 평균 12년과 1조원이 드는 반면, 성공 가능성은 0.01%로 극히 드물어 다국적 제약사와 바로 경쟁하기 어렵다”며 “신약 개발에 앞서, 타사 의약품을 도입 판매하거나 음료사업 등을 통해 수익을 얻어 차후 R&D에 투자하는 등 선순환구조를 구축하기 위함”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이들의 설명과 달리 판매규모가 적은 보령제약·일동제약도 R&D비중이 11.1~7.4% 수준이다.
제일약품은 앞서 신약개발에 앞장서겠다는 포부를 보였으나, 최근 다국적제약사 ‘화이자’와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 공동판매계약을 체결하는 등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제일약품은 비아그라를 올 12월부터 유통에 나섰다.
이로써 제일약품은 총 매출에서 자사 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줄어들 예정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제약사 중 제일약품의 도입판매 매출 비중은 69.5%로 유한양행(74%)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상장 제약사(10대) 상품매출 평균이 45.4%인 것과 비교하면 제일약품은 도입판매에 많은 비중을 쏟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제일약품은 2016년 3분기 기준 집계된 매출액 4646억원 가운데 도입품목을 통한 매출액이 3227억원이었다.
음료·기타 산업이 총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광동제약도 의약품 사업 확대에 노력을 가하고 있으나 역부족이란 평가다.
광동제약은 다국적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로부터 총 400억원 가량의 판매 규모를 가진 백신 8개를 도입했으며, 비만치료제 ‘벨빅’을 도입 판매하면서 의약품 사업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도입 품목으로 올 상반기 의약품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5% 성장한 모습을 보였으나, 신약개발에는 소홀하다는 지적이다.
광동제약은 올해 3분기까지 R&D 비용으로 36억 원을 썼으며, 이는 총 매출의 0.5%에 해당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약’이라고 함은 ‘건강’한 이미지와 함께 우수한 품질 공정과 기술력으로 집약된 산업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며 “일부 제약사의 경우, 제약사라는 간판을 이용해 다국적 제약사의 인기 의약품을 대신 유통해주거나 음료 사업 등을 확충하는 등 신약 개발과 동떨어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음료사업이나 도입품목을 확충하는 등의 사업 방안이 단순히 의약품 개발을 등한시 여긴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제일약품‧광동제약은 주장했다.
제일약품 관계자는 “비아그라 등 화이자의 의약품을 도입 판매하면서 동시에 자사 의약품 판매‧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자사 대표적인 파이프라인인 뇌졸중 치료제 임상시험을 신속하게 진행하는 등 R&D 투자에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광동제약도 최근 취급 의약품 품목을 늘리면서 영업망을 확보해 향후 제약산업에서 의미 있는 성장을 이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