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7위 해운사 한진해운, 법정관리 이어 사실상 파산현대상선, 2M 가입 논란 등 경영정상화 험로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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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은 해운업계에 있어 가혹한 한 해였다. 장기화된 업황의 불황 탓에 다수 선사들이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해운업 전체가 휘청거렸다. 업계 1위 한진해운이 청산과정을 밟고 있으며, 가까스로 살아남은 현대상선도 세계 최대 해운동맹(2M)에 정식으로 가입하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운업계 양대산맥이 흔들리는 사이 빈틈을 비집고 해외 선사들이 반사이익을 챙기는 등 최악의 한해였다.◇세계 7위 해운사 한진해운, 사실상 파산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 해운업의 올해 핵심 키워드는 한진해운 청산을 손꼽을 수 있다.국내 1위 원양선사였던 한진해운이 장기 업황 부진의 여파를 이겨내지 못하고, 8월 말 결국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해운업계를 충격에 빠뜨렸다.지난 4월 한진해운이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를 신청할 때까지만 해도 크게 우려하지 않았다. 당시만 하더라도 한진해운이 먼저 채권단 공동관리에 들어간 현대상선보다 더 순조롭게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경영정상화를 이룰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기 때문이다.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정부는 한진그룹을 더욱 더 압박하면서 자금 확보에 주력했다. 이 과정에서 자율협약 신청 직전 최은영 전 회장 일가가 보유 주식을 전량 처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손실을 피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졌다.유동성 확보를 위한 채권단과 한진그룹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다가 결국 한진해운은 지난 9월 1일 법정관리에 들어갔다.법정관리 이후 국내외 곳곳에서 한진해운의 선박이 가압류되고 밀린 대금을 요구하는 하역업체들의 작업 거부로 입출항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면서 대규모 물류대란이 발생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선주 몫으로 돌아갔다. 한진해운 몰락으로 전 세계에서 국내 해운 위상은 급격하게 추락했다.법정관리 3개월 만에 한진해운은 공중분해됐고, 얼마 남지 않은 자산은 현대상선과 대한해운 등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그마저도 주요 알짜는 외국선사들에게 넘어갔다.세계 7위 해운사가 석달만에 공중분해 되자 해운업 구조조정을 주도해온 정부가 한진해운 법정관리에 따른 후폭풍을 예견하고 충분히 대비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거세졌다.◇가까스로 살아남은 현대상선 '위태위태'가까스로 살아남은 현대상선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진해운 처럼 청산 위기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위태위태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현대상선이 정부 지원 없이 글로벌 7위권이었던 한진해운을 대체하는건 물론이고 치열해진 글로벌 선사들의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고 있다.현대상선은 앞서 기업 생존 조건으로 약속한 해운동맹 '2M'에 정회원으로 가입하지 못하고, 낮은 레벨의 동맹을 체결하면서 향후 2~3년간은 한국 해운업의 위상 추락은 불가피해졌다.'2M' 정회원 가입에는 실패했지만 현대상선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내년 최대 10척의 선박 건조 발주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또 2021년까지 점유율 5% 달성 목표도 내걸었다.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은 지난 19일 오후 서울 연지동 본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소형 컨테이너선 5척에 대한 반선(返船)과 폐선이 내년 하반기에 몰려있다. 이를 대체할 컨테이너선 5척과 초대형 유조선(VLCC) 3~5척을 내년 발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이어 유 사장은 "선박 종류와 관계 없이 국내 조선소가 가장 경쟁력 있는 조선소"라며 국내 조선소에 발주를 맡길 뜻을 분명히 했다.선박 신조에 필요한 자금은 정부의 선박펀드를 활용해 조달할 예정이다. 현대상선은 새롭게 건조하는 컨테이너선을 글로벌 해운동맹 '2M'과의 협력 관계가 없는 아주(亞洲) 지역에 투입할 계획이다.◇불황의 연속, 내년에도 이어질 것문제는 내년에도 불황의 연속이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들은 "올해보다도 내년에 경쟁이 치열해 질 것"이라며 "살아남기 위해 잘 버티는 한 해가 될 것이다"라고 입을 모았다. 선주협회 조봉기 상무는 "올해도 어려웠지만 내년까지 이 분위기는 이어질 것 같다"며 "정부의 정책 도움 없이 유지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라고 말했다.한진해운이 사실상 청산되면서 이제 대형 컨테이너 국적 선사는 현대상선이 유일하다. 전문가들은 한진해운발 물류대란 사태를 계기로 해운업 구조조정을 개별 기업의 부실보다는 산업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바라보고, 장기적인 정책 육성을 통한 지원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