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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연봉은 오르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식을 깬 곳이 있어 눈길을 끈다.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은 취임 후 줄곧 유지해 온 '연봉 10억원' 공식이 깨졌다.
21일 현대건설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2015년 정수현 사장 연봉은 9억5400만원으로, 직전연도 보다 오르기는커녕 1억3200만원 삭감됐다. 2014년 정수현 사장의 연봉은 10억8600만원이었다.
눈에 띄는 점은 올해 역시 지난해와 연봉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밑돌 것이란 분석이다.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건설 등기이사는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을 비롯해 김용환 현대자동차 부회장‧정수현 사장 3명으로, 이들에게 지급된 총액은 6억500만원이다.
이중 정몽구 회장과 김용환 부회장이 무보수인 점을 고려하면 정수현 사장이 1~3분기까지 받은 돈이 총 6억500만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3개 분기 동안 6억500만원을 받은 것을 감안하면 4분기가 지난 시점에도 총 연봉이 8억원선에 머무를 것으로 유추된다.
정수현 사장의 연봉삭감은 10대 건설사 CEO들 중에서도 유일무이하다.
10대 건설사들의 2014~2015년 연봉추이를 살펴보면 △박영식 대우건설 사장 7억1300만원→7억3200만원 △임병용 GS건설 사장 5억원 이하(공시의무 없음)→6억4700만원 △김치현 롯데건설 사장 5억5000만원→6억2400만원으로, 다소 상승폭 차이는 있지만 모두 연봉이 올랐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건설사 홍보 관계자는 정수현 사장만 유독 연봉이 떨어진 것과 관련 "첫 사장 취임 3년 임기는 일반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관례"라면서 "이후 회사 실적과 대주주 성향에 따라 재선임 기간 중 자리에서 물러날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정수현 사장은 현대건설이 현대차그룹에 편입된 이후 줄곧 실적 개선세를 보여왔다.
지난 3분기까지 현대건설 누계영업이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4.4% 증가한 7506억9500만원으로, 1조원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매출 역시 2011년 이후 꾸준히 증가했다. 연도별 실적을 보면 △2011년 11조9201억6700만원 △2012년 13조3248억2100만원 △2013년 13조9382억8700만원 △2014년 17억3869억5900만원 △2015년 19조1220억5300만원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그럼에도 정수현 사장은 연봉 외 별도 상여금은커녕 기타 근로소득도 받지 못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오르면 보수도 덩달아 오른다는 시장경제를 거스른 셈이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정수현 사장이 정몽구 회장의 눈 밖에 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정수현 사장 취임 직후 삼성물산에 시공능력평가 1위를 뺏긴 게 주요하게 작용했다는 의견이다.
실제 삼성물산에게 시공능력평가 1위 자리를 내준 2014년부터 '업계 연봉킹'이던 정수현 사장 의 급여가 깎이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 현대건설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경영진이 받는 연봉범위 내에서 지급되고 있다"면서 "상여금 등을 통한 높은 연봉보다는 40년 동안 한 회사에 근무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정수현 사장은 현재 업계 연봉킹인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을 견제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현대건설 내부 관계자는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은 컨소시엄 프로젝트 현장이 많아 연봉‧복지에 대해 직원들끼리 공유한다"며 "정수현 사장이 현장에 온 적이 있는데 누군가 삼성처럼 휴가 좀 늘려달라고 웃으면서 건의하자 대뜸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삼성 휴가 부러우면 거기가서 일하라는 식으로 말한 적 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