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흰색 달걀 vs 국산 영양란'… 다양한 요리해본 결과 맛 차이 전혀 못 느껴
  • ▲ 미국산 흰색 달걀과 국내산 영양란 크기 비교 모습. ⓒ진범용 기자
    ▲ 미국산 흰색 달걀과 국내산 영양란 크기 비교 모습. ⓒ진범용 기자

    역대 최악의 AI(조류인플루엔자)로 달걀값이 폭등했다.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미국으로부터 흰색 달걀을 수입했지만, 그 맛에 대해서는 설왕설래 말들이 많다. 

    "흰색 달걀은 맛이 없다", "싼 게 비지떡이다", "미국 달걀은 맛이 다르다" 등 부정적 여론이 인터넷에서 확산 중이다.

    그!래!서!. 평소 달걀을 좋아하는 기자가 맛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미국산 흰색 달걀과 국산 달걀을 비교 시식해봤다. 

    지난 24일 롯데마트 중계점에서 만난 흰색 달걀은 껍질을 벗겨낸 삶은 달걀 모습과 흡사했다.

    흰색 달걀 구매를 망설이던 주부 강 모씨(56세)는 "신기하긴 한 데 맛도 다를 것 같고 낯선 제품이라 구매가 망설여진다"며 주변을 서성거리고 있었다. 흰색 달걀에 대한 께름직한 시선을 읽을 수 있었다.

    롯데마트에서 판매하는 흰색 달걀의 가격은 30개입(1740g) 8490원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24일 국내산 특란 소매(30개입) 기준 평균 가격은 9017원이다. 이를 비교해 보면 흰색 달걀이 약 5%가량 저렴하다.

    롯데마트에서 판매중인 국내산 특란은 60~68g, 미국산 달걀은 64g 정도다. 특란이라는 명칭은 사용하지 못하지만 두 제품의 크기는 거의 같다고 설명했다.

    유통기한은 국내 달걀과 비슷한 수준으로 기자가 구입한 미국산 흰 달걀은 제조일자가 1월12일로, 유통기한이 2월 25일까지다.

  • ▲ 흰색 댤걀과 국산 영양란의 외관. ⓒ진범용 기자
    ▲ 흰색 댤걀과 국산 영양란의 외관. ⓒ진범용 기자

    국산 달걀의 맛과 비교 시식하기 위해 동네 슈퍼에서 영양란(상주 영양란)을 구입했다. 

    어머니의 손을 빌려 달걀 요리로 가장 많이 하는 삶은 달걀, 계란후라이, 계란말이 그리고 애호박을 만들어봤다.

    우선 요리하기 전 크기와 색을 먼저 비교해봤다. 크기는 함께 구매한 영양란과 비교했을 때 다소 작지만 크기 차이는 거의 없다. 

    색은 달걀 껍데기를 까고 그릇에 담자 차이가 났다. 미국산 흰색 달걀은 국내산 일반란처럼 노란빛이 돌았다. 영양란이 기본적으로 주황빛이 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영양란 보다는 노랗지만, 일반란과 비교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 ▲ 좌측 미국한 흰색 댤걀, 우측 국내산 영양란 ⓒ진범용 기자
    ▲ 좌측 미국한 흰색 댤걀, 우측 국내산 영양란 ⓒ진범용 기자

    처음으로 만든 음식은 삶은 달걀이다.

    껍질을 벗기고 영양란과 비교해봤을 때 외관상 차이는 전혀 없다. 맛은 어떨까?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여동생(26세)과 어머니(53세), 기자(30세) 모두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했지만, 맛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다만 흰색 달걀과 영양란의 노른자색이 달랐다.

    유일하게 정답을 맞힌 여동생은 흰색달걀이 더 쫀득한 맛이라고 설명했지만, 사실상 차이가 없다고 보는 편이 낫다.

    다음 달걀 요리는 애호박전이다. 설을 맞아 다양한 전을 부친다는 것을 고려해 미국산 달걀과 국산 달걀을 이용해 같은 재료로 전을 부쳐봤다.

    애호박전은 삶은 달걀보다 더 차이가 나지 않았다. 삶은 달걀은 노른자색이 다소 다르기라도 했지만, 애호박전이 완성된 모습은 전혀 차이가 없었다.

    맛에서 차이점을 찾기는 더 어려웠다. 삶은 달걀과 마찬가지로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했지만, 이번에는 아무도 맞추지 못했다. 직접 전을 만든 어머니는 흰색 달걀이 전을 만들 때 조금 더 쫀득거린다고는 했지만, 이 또한 차이가 크지 않다.
  • ▲ 좌측 미국한 흰색 댤걀로 만든 애호박전, 우측 국내산 영양란으로 만든 애호박전. ⓒ진범용 기자
    ▲ 좌측 미국한 흰색 댤걀로 만든 애호박전, 우측 국내산 영양란으로 만든 애호박전. ⓒ진범용 기자

    다음으로 만들어본 음식은 계란말이다. 흰색 달걀과 영양란이 노른자가 달라 외관상 차이는 다소 있었지만, 계란말이 역시 맛 차이는 거의 없었다.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기자가 흰색 달걀과 영양란을 맞추기는 했지만, 사실 찍어 맞춘 것일 뿐 차이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 만약 제조 시 소금을 뿌리거나 완성된 요리에 케첩을 찍어 먹을 경우 맛 차이를 맞추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마지막으로 대중적으로 가장 즐겨 먹는 계란 후라이를 만들어봤다. 노른자 색깔이 달라 요리를 만드는 과정에서는 흰색 달걀과 영양란을 구분할 수 있엇지만, 완성된 제품은 틀린점을 찾기가 어려웠다.

    맛도 거의 흡사했다. 50대 주부, 30대 직장인, 20대 직장인으로 구성된 가족 모두 맛 차이를 못 느낄 정도였다.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해 어머니가 맞추긴 했지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었다.

    삶은달걀, 애호박전, 계란말이, 계란후라이 등 요리를 모두 먹어본 뒤 총평하자면 사실상 맛 차이는 없다. 
    함께 요리에 참석한 50대 어머니, 20대 여동생 역시 맛 차이는 전혀 없다는 평가를 내렸다.
  • ▲ 좌측 미국한 흰색 댤걀로 만든 음식, 우측 국내산 영양란으로 만든 음식. ⓒ진범용 기자
    ▲ 좌측 미국한 흰색 댤걀로 만든 음식, 우측 국내산 영양란으로 만든 음식. ⓒ진범용 기자

    최근 인터넷에서 돌고 있는 미국산 흰색 달걀과 국내산 달걀의 맛 차이가 있다는 소문은 무시해도 된다. 사실상 맛 차이가 없고 요리가 완성되면 구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영양란이 아닌 일반란이라면 노른자색 구분 자체도 육안으로는 구분하기 힘들다.

    한줄평: 확인안된 정보에 속지 말자. 흰색 달걀과 국내산 달걀의 맛 차이는 없다. 달걀 전문가가 아니면 맛으로 구분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 ▲ 좌측 미국한 흰색 댤걀로 만든 음식, 우측 국내산 영양란으로 만든 음식. ⓒ진범용 기자
    ▲ 좌측 미국한 흰색 댤걀로 만든 음식, 우측 국내산 영양란으로 만든 음식. ⓒ진범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