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장관→중앙회장 권한 위임에도, 비위 조합장 재출마 못막아감사委 40% 수협 추천 독립성 의문… 감사권 남용 부작용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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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협중앙회장의 감사 권한이 강화된다. 문제가 드러난 지역조합장의 피선거권을 5년간 박탈하는 막강한 권한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비위 조합장이 버젓이 재출마해 재당선되는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는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감사권 남용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25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전날 열린 국무회의에서 수산업협동조합법(수협법) 일부 개정안이 통과됐다.
개정안에서는 수협중앙회장의 지역조합장에 대한 감사 권한을 강화한 내용이 눈에 띈다. 수협중앙회는 해수부 장관으로부터 회원조합의 운영에 관한 감사 권한을 위임받아 행사한다.
개정안은 수협중앙회의 개선(改選) 처분을 지역조합 임원에 대한 결격사유에 추가했다. 중앙회의 감사 결과에 따라 임원을 다시 뽑도록 개선 처분을 내리면 해당 임원은 조합 선거에 5년간 출마할 수 없다.
지금까지는 지역조합장이 중앙회 감사에서 회장으로부터 개선 처분을 받아도 임원 결격 사유에는 포함되지 않아 선거에 다시 나갈 수 있었다. 현재는 해수부 장관이 개선 처분한 경우에만 임원 결격사유에 해당한다.
해수부 관계자는 "그동안 감사 처분을 받은 임원에 대한 실질적 제재수단이 미비해 중앙회 감사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이번 조처로 중앙회장의 감사 권한이 강화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조처가 권한을 해수부 장관에서 중앙회장에게 넘기는 데 그친 미봉책일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해수부는 그동안은 법적 자문 등의 절차로 말미암아 해수부 장관이 개선 처분을 내릴 때까지 몇 달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그사이 해당 조합장이 스스로 그만둔 뒤 선거에서 재당선되는 폐해가 있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개선 처분 권한을 중앙회장에게 넘겨도 집행 기간이 단축될 뿐, 이런 제도적 허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한다는 데 있다. 마치 구멍은 막지 못한 채 연장만 바꾼 격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평소 표밭관리를 해온 인기 있는 지역조합장의 경우 비위 등에 연루돼 감사에 걸려도 선거에 재출마해 다시 당선되는 사례가 있었다"며 "(이번 조처가) 근원적인 해결책은 아니지만, 경각심을 높이는 등 자정작용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감사권 남용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의견도 제기된다. 중앙회장이 감사를 빌미로 소위 밉보인 지역조합 임원을 배제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없지 않다는 것이다.
수협은 지난해 김임권 회장의 친정체제 구축과정에서 한 차례 감사와 관련해 내홍을 겪은 바 있다.
당시 임기 만료를 4~5개월 앞둔 상임이사들이 일괄 사표를 제출하면서 수협 안팎에서 감사권 남용 등 인사를 둘러싼 잡음이 일었다. 김 회장이 감사위원장에 자기 사람을 앉힌 뒤 압력행사용 감사를 진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됐다.
해수부는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는 갖췄으므로 문제 될 게 없다는 태도다. 지역조합 감사는 중앙회장의 직속 조직이 아니고, 위원회 구성에 기획재정부·해수부·금융위원회 추천인사가 참여하는 등 최소한의 독립성은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외부 전문가가 참여했음에도 중앙회장의 입김이 작용했던 수협 인사추천위원회를 예로 들어 지역조합 감사위의 중립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견해도 있다. 지역조합 감사위는 5명으로 구성된다. 이 중 2명을 수협에서 추천한다. 인적구성의 40%가 이미 수협 사람이라는 얘기다.
중앙회장의 힘이 세지는 게 회장의 권한 행사를 축소하려던 직전의 수협법 개정 방향과 배치된다는 의견도 있다.
그동안 수협은 역대 회장이 각종 비리·부패와 연루돼 줄줄이 구속되는 사태를 겪었다. 회장의 과도한 권한 행사가 문제 되면서 법을 개정해 회장 임기와 역할을 축소했다.
반면 김 회장은 취임 이후 줄곧 수협중앙회장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해왔다. 회장이 일할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해수부 관계자는 "이번 조처가 중앙회장에 대한 권한 집중은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