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에 2가지 유형 구제역 동시 발생… 백신 접종 차질 우려'O형' 우선 접종에 돼지에 맞히는 단가백신 무더기 공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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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 인플루엔자(AI)에 이어 구제역도 확산 기미를 보이는 가운데 구제역 대란의 뇌관이 될 수 있는 돼지 농가 방역에 허점이 노출되고 있다. 소에 'O형'과 'A형' 두 가지 유형의 구제역이 발생하며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돼지분 백신까지 죄다 끌어다 쓰는 실정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하고 전날 경기 연천군의 젖소 농가에서 접수된 구제역 의심 신고가 A형 구제역으로 확진됐다고 밝혔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혈청형이 O, A, Asia1, C, SAT1, SAT2, SAT3형 등 총 일곱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지난 5일 충북 보은군 젖소 농가, 6일 전북 정읍시 한우 농가에서 잇따라 발생한 구제역은 0형이었다.
경기 연천·포천지역에서는 2010년 1월에도 소 농가에서 A형 구제역이 발생했었다. 그해 A형 발생 이후 4월 강화에서 O형이 발생했지만, 이번처럼 거의 같은 시기에 함께 발생한 것은 처음이다.
연천지역 젖소 농가도 앞선 발생 농가처럼 백신의 항체 형성률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52%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방역 당국은 상당수 소 농가에서 백신 접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고 8일부터 오는 12일까지 전국 모든 소에 대해 일제접종에 들어간 상태다. 총 330만 마리 중 최근 접종한 경우 등을 뺀 283만 마리가 대상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는 "주로 나타나는 유형에 따라 소는 O+A형 혼합백신, 돼지는 O형 단가백신을 접종한다"고 말했다.
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 6일 현재 백신 보유량은 O+A형 190만개, O형 200만개쯤이다.
방역 당국은 소 농가에 백신공급을 완료하고 10%에 해당하는 28만 마리에 대해선 이미 접종을 마쳤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제접종을 시작한 지난 8일 연천에서 A형 구제역이 발생함에 따라 O+A형 백신은 접종을 잠시 보류하기로 했다. 대신 돼지에 주로 맞히는 O형 백신을 소 193만 마리에 우선 접종하기로 했다.
A형이 확진된 연천과 역학지역 내 소 80만 마리에 대해선 시급성을 고려해 유전자 분석 결과가 나오기 전이지만, O+A형 백신을 접종할 예정이다.
문제는 A형 구제역 추가 발생에 대비해 확보 물량이 부족한 O+A형 백신을 긴급용으로 비축하다 보니 부족분을 O형 재고 물량에서 충당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방역 당국은 8일 밤 영국 메리알사에 O+A형 백신 물량 수입을 긴급 요청한 상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재고 물량이 있다면 수입까지 일주일 남짓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방역 당국이 193만 마리에 맞히려고 공급한 O형 백신 대부분은 사실상 돼지 농가 공급 물량으로 볼 수밖에 없다.
돌려 말하면 만약 돼지에서도 구제역이 발생해 이번처럼 긴급 접종이 필요하거나 불안한 돼지 농가에서 추가 접종을 원할 경우 백신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초에도 일부 지역에서는 백신을 제때 구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지방자치단체나 농가에서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불안한 농가에서 추가 접종을 원해 수급이 달렸던 것이다.
돼지는 종의 특성상 소보다 구제역 항체 형성 속도가 더디다. 방역 당국이 밝혔던 전국 돼지 농가 항체 형성률은 75.7%다. 97.5%인 소 농가보다 낮다. 10마리에 접종하면 2~3마리는 구제역에 걸릴 위험이 큰 셈이다.
더욱이 돼지는 소보다 상대적으로 좁은 공간에 여러 마리를 키우는 밀식 사육을 해 일단 번지기 시작하면 확산·전파 속도가 훨씬 빠른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사례를 봐도 구제역 피해는 돼지에 집중됐다. 지난해 1~3월에는 돼지 농가 21곳에서만 구제역이 터졌다. 2014년 12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는 180개 돼지 농가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 소 농가는 5개에 그쳤다.
검역본부 한 관계자는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지만, 긴급용 백신은 여유분을 재어 두고 공급했을 것"이라며 "백신은 수시로 수입하는 데다 긴급한 상황에서는 비축한 O+A형 백신을 (돼지에도) 접종하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