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안전처 “임의 보험 가입 의무로 바꾼 것 ”
  • ▲ 의무보험 도입 대상시설 보험료 ⓒ국민안전처
    ▲ 의무보험 도입 대상시설 보험료 ⓒ국민안전처

물류업계가 졸지에 배상 보험을 이중으로 들어야할 처지에 놓였다. 기존에 가입한 제3자영업배상보험과 별도로 정부가 재난배상책임보험의 의무 가입을 명령했기 때문이다. 물류창고가 국민안전처 지정 재난취약시설에 포함되는 까닭이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시행령’에 따라 재난취약시설로 지정된 19종의 시설의 경우 별도의 보험가입이 의무화된다. 현재 알려진 재난취약시설은 19종 20만여 개소. 재난배상책임보험을 가입하지 않으면 과태료는 기간에 따라 30만원~300만 원까지 부과된다. 가입 시한은 올 연말까지다. 

국민안전처는 시행령과 관련 “배상책임원칙을 세우고 보상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를 내세웠다. 그러나 재난시설 지정 기준이나 연간보험료 차이에 의구심을 표하는 목소리가 높다.   

국내 대형 물류업체인 A사는 최근 기존 보험을 해지했다. 정부의 의무보험은 ‘기본 보험’ 성격인 탓에 보험사와 조정을 거쳐 제3자영업배상보험의 내용을 조정, 재가입을 준비 중이다. A사 관계자는 “정부 정책이라 무조건 따라야 하는 처지”라면서 “비용 부담도 크지만 박물관과 미술관 보다 물류창고의 보험료가 더 비싼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울화통을 터뜨렸다. 

B사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B사 관계자는 “법무보험팀에서 보험 가입을 검토 중이다”며 “시행령 취지는 공감하지만 물류창고를 재난취약시설로 정한 기준이 궁금하다”고 말했다.  

물류창고를 제외한 재난시설들은 △과학관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 △국제회의시설 △경륜장 △경정장 △장외매장 △숙박업소 △장례식장 △경마장 △장외발매소 △전시시설 △주유소 △터미널 △지하상가 △아파트 △음식점 등이다. 공통적으로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몰리는 곳이다. 

반면 물류창고는 물품 등을 보관하는 장소로, 상하차 인력은 유동적이고 상주 인력의 수는 제한적이다. 그렇지만 100㎡ 당 연간보험료는 지하상가와 터미널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이에 대해 국민안전처측은 “보험료 책정은 보험개발원에서 산출한 것을 게재한 것뿐”이며 “(보험개발원이) 물류창고에 대한 위험 빈도를 종합적으로 따졌을 것”이라고 밝혔다. 

비교적 사람들의 발길이 덜 닿는 물류창고가 왜 재난시설에 포함됐을까. 국민안전처 재난보험과의 김형기 주무관은 “물류창고가 다중 이용 시설이 아닌 것은 사실이다” 말했다. 김 주무관은 “과거 이천 냉동 창고 화재 등을 이후로 물류창고가 위험시설로 분류됐다. 물류 운반 과정에서의 부상 등의 상해가 이뤄지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물류 노동자 보호 차원에서 (재난시설로) 지정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안전처는 ‘임의’를 ‘의무’로 바꿨다는 데 무게를 두는 모양새다. 김 주무관은 “제3자영업배상보험은 사업자가 임의로 든 것인데, 이번에 의무화한 것”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보상 한도 및 범위가 중복될 시 기존 보험료를 할인해 줌으로써 업체 부담을 줄였다. 할인율은 업체와 보험사 사이의 문제다. 통상 보험 분쟁도 그렇게 진행되지 않느냐. 자동차 보험을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소규모 물류업체를 운영하는 C사 대표는 “우리처럼 영세한 물류업체에게 의무보험 시행은 한편으로 반갑다”고 주장했다. 사업 및 창고 규모가 협소해 보험사로부터 배상 보험 가입을 번번이 거절당했던 터. 그는 “의무보험이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작용할 수 있겠지만 비교적 높은 보험료가 걱정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