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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에잇퍼센트 입사 석달차인 30대 초반의 A씨는 업계 상위권 저축은행에서 약 2년간 일하다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이직을 결심했다. 그는 "핀테크 산업의 사회적 취지와 성장 가능성을 주목했다"며 "P2P금융은 가계부채 경감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차세대 금융산업"이라며 입사 동기를 전했다.
#2.
2005년 공인회계사로서 첫 발을 딛고 빅4 회계법인과 외국계 기업에서 두루 경험을 쌓은 B씨. 성장잠재력이 있다고 판단한 핀테크 분야를 눈여겨보다 지난해 4월 어니스트펀드에 입사했다. 연봉은 예전보다 줄었지만 현재 어니스트펀드에서 재무·준법감시·인사·펀딩 등 여러 역할을 담당한 '일당백' 이다. 그는 "안해봤던 여러 일을 같이 하면서 책임은 그만큼 커졌지만 재밌게 일하고 있다"며 "대기업들은 보통 경직돼 있는데 반해 이곳은 일하는 방식이 더 자유롭다"고 만족해했다.
P2P금융이 신 금융시장으로 떠오르면서 이처럼 금융권에서 경험을 쌓은 인력들이 속속 자리를 찾아 이동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어니스트펀드에는 최근 1년간 시중은행, 카드사, 캐피탈 등 1~3금융권 출신 인력 4명이 입사했다.
공인회계사 등 재무·회계 인력 3명까지 포함하면 총 7명의 금융권 전문 인력이 자리를 옮긴 것이다.
우리은행 출신인 이효진 대표가 설립한 에잇퍼센트도 최근 1년간 시중은행, 신용평가사, 카드사, 외국계 금융사, 저축은행 등 금융권 인력 5~6명을 새로 영입했다.
개인 신용대출이 많은 P2P업체 렌딧은 삼성화재 출신인 박성용 이사를 비롯해 보험계리 등에서 경험을 쌓은 3명의 삼성화재 인력이 일하고 있다.
렌딧 관계자는 "앞으로 금융권 인력을 몇명을 뽑겠다는 계획은 없지만, 최근 시중은행이나 저축은행 등 금융권 인력의 이력서가 많이 들어오고 있고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금융권 인력이 P2P 업체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시중은행이나 회계법인 등은 규모가 크다보니 경직돼 있는 조직 문화가 일부 작용했다.
특히 1금융권인 시중은행 등에서는 경쟁업체간 이직이 거의 불문율처럼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지다보니 P2P금융이 금융권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새 이직 창구로 여겨지고 있다.
2015년 10월 어니스트펀드에 입사한 C씨는 "많은 업무들이 메뉴얼화 돼 있는 (시중)은행 업무 자체에 대해 흥미가 줄어들고 있었던 시기에 혁신적인 기술을 통해 기존 금융기관의 낭비를 줄이고, 벌어들인 이익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고 많은 고객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P2P금융에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P2P업체 입장에서도 금융권 전문 인력의 유입이 반가울 수 밖에 없다. P2P금융 시장이 커지면서 금융 전문인력 확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국P2P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말 기준 P2P대출취급액은 5275억원으로 지난해 6월 말께 1526억원에 비해 3.5배 급증했다.
P2P금융은 개인 대 개인을 연결해주는 신금융으로 핀테크 기술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IT·금융인력을 통해 운영할 수 있지만, 금융권 전문 인력 유입으로 금융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대출 심사와 대출채권에 대한 리스크 관리 부문을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니스트펀드 관계자는 "1~3금융권 출신이 대출심사 전반을 담당하고 있으며 회계사 등 재무·회계인력이 내부 회계처리와 재무제표를 투명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