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보금 20조인데 민영화? vs 정부 지분 51% 민영화 무관 올해 남동·동서, 내년 중부·서부·남부, 2020년 한수원 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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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추진중인 발전 5사와 한수원 상장을 둘러싼 시비가 여전하다. 노동계는 최순실 스캔들로 어수선한 정세를 틈타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상장 이후에도 발전사 지분 51%를 소유한다며 민영화 주장을 차단하고 있지만 반대측은 쉽사리 납득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당장 올해 상하반기로 예정된 남동과 동서발전의 상장을 두고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6월 14일 공공기관장 워크숍에서 ‘에너지환경교육분야 공공기관 개정방안’을 발표했다. 주요 골
자는 발전 5사의 주식 상장이었다. 정부는 발전사 상장을 통해 시중 유동자금을 산업자금화 해 발전사 사업의 투자 재원을 확보하고, 에너지 인프라에 지속 투자를 유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후 지난해 12월 8일 공공기관운영위에서는 '에너지공공기관 상장 세부추진계획'이 연이어 발표됐다.

정부는 올해 남동과 동서발전에 이어  중부, 서부, 남부발전은 오는 2019년, 한수원은 2020년까지 상장을 마치기로 했다.

시민사회단체와 각사 노조, 야당은 사실상 민영화를 위한 우회책이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주식 상장이나 유상증자를 통해 기관의 소유권을 민간에게 부분적으로 넘기는 것은 실질적인 민영화에 다름없다는 것이다. 또한 공공성이 높은 전력 분야의 상장은 사실상 재벌과 해외자본의 진입을 합법적으로 열어두는 만큼 위험성이 크다는 지적도 제기한다. 

이러한 의구심의 원인 중 하나는 상장 절차가 이례적으로 서둘러 진행된 것과 관련이 없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이훈 의원은 “정부의 강행 이유가 합리적이지 못하다”며 “그간 전력 공기업 시장개방과 관련해, 정부는 하루라도 빨리 민영화를 하고픈 ‘욕망’을 숨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기재부가 산하 기관을 압박해 ‘난리를 쳤다’고 들었다. 국정 혼란을 틈타 서둘러 처리하려는 게 아니냐”며 우려를 표했다.  

일부에서는 발전사가 상장을 하게 되면 최대주주인 정부가 적잖은 수익을 올리게 된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전력 공기업이 상장을 통해 신주를 발행하면 이로 인해 모이는 금액은 발전사 자체로 모이게 되지만, 구주식의 경우 한전으로 흘러들어가게 되고 결국 이 돈은 한전에 상당량의 지분을 갖고 있는 기재부로 귀속된다는 주장이다.

전력공기업들이 신규 사업에 소요될 자금이 필요하다면 상장을 통해 신주를 발행해야 하지만 이미 발전사별 사내유보금이 20조에 달하는 만큼 구주와 신주를 동일한 비율로 판매하겠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지적도 잇따른다.

기재부가 주장하는 51%의 지분에 대해서도 여러 의견이 존재한다. 기재부는 발전사의 경영권을 갖고 있는 주체가 ‘국가’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상장을 통해 금융시장에 소유권이 오픈되면 추후 진행 상황에 따라 여러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 51%의 지분을 통한 경영권 방어는 가능하더라도 ‘배당을 늘려라’, ‘우리가 원하는 이사를 지정하겠다’ 등의 경영 간섭 문제가 곧바로 제기될 수 있다.

기재부 정책총괄과 상장TF팀 관계자는 “민영화가 아니라 혼합소유재”이며 “정부와 민간이 지배력을 나눠 갖는 것일 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상장 절차가 이례적으로 빠르지 않냐는 물음에는 이렇다 할 답변을 하지 않았다.  

올해 상장을 앞둔 남동발전 측의 반응은 조심스럽다. 홍보팀 관계자는 “기재부의 세부추진계획안에 따라 증시 상장 주관사로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이 선정됐다”며 “지난 1, 2월 실적에 대한 기업실사가 진행됐다”고 밝혔다. 

발전사 내부적으로 기대감과 우려가 동시에 존재한다. 노조는 상장으로 인한 ‘민영화’에 우려를 제기하지만 사측은 경영 투명성 보장을 통해 기업 가치를 한층 제고시킨다는 이유로 기대감을 표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또다른 난관에 봉착했다.

상장주관사를 선정하기 전에는 주당 가격이 최대 걸림돌이 될 것으로 관측됐으나, 선정된 주관사가 실사에 들어간 이후에는 전기요금 산정에 영향을 주는 정산조정계수와 탄소배출권과 관련한 수익구조의 불안정성이 또 다른 변수로 떠올랐다. 비관파들 사이에서는 주당 가격에 대한 이견이 커 상장이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설 마저 나돌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발전사 관계자는 “장단점이 분명한 만큼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며 “기재부의 ‘드라이브’가 과연 누굴 위한 것인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