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은행 MOU 체결… 추가 금리인하최소 2년에 1번 거래… 전자계약 관심 없어


  • # 지난달 서울 모처에 아파트를 전세 계약한 30대 회사원 A씨. 그는 부동산 전자계약 존재 자체를 전혀 몰랐다고 한다. 계약 당시에도 개업공인중개사가 준비한 서류에 사인만 했다고. A씨는 "금리인하 혜택이 있는 전자계약을 알았으면 요구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세입자 입장에서 새로운 계약서를 작성하자고 말하는 것도 어려웠을 터"라고 씁쓸해했다.

    지난해 도입된 부동산 전자계약 필요성에 대한 논란이 가시지 않고 있다. 예상보다 인지도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국토부는 '대출 금리인하'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유인책으로는 부족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서울시에 한해 시행하고 있는 부동산 전자계약이 오는 4월부터 전국으로 확대된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지역 확대에 발맞춰 부산·경남은행과 모바일뱅킹을 결합한 금융상품 출시에 합의, 대출 시 추가 금리인하 혜택을 제공하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MOU 체결로 부산·경남은행은 전자계약자에게 0.1%포인트 금리우대와 함께 모바일 신청 시 0.2%포인트 추가혜택을 제공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MOU 체결로 대출금리 인하혜택 추가를 통해 전자계약 보편화에 힘을 쏟겠다"고 설명했다.

    앞서 부동산 전자계약은 대중성 부족 탓에 실적은 저조했다. 지난해 서울에서 진행된 부동산 전자계약은 540건에 불과했다. 수요자가 최소 2년에 1번 진행하는 부동산 거래방법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고 있어서다. 또 종이 계약서에 대한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어 대중성 확보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에 국토부가 내놓은 추가 금리인하 혜택도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기존 은행이 제공하는 다양한 대출상품을 통해서도 충분히 금리인하 혜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수요자가 전자계약을 고집할 필요가 없는 부분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전자계약 제도 관련 홍보가 부족했다"면서 "국민이 전자계약 존재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적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 ▲ 전자계약 시스템.ⓒ국토부
    ▲ 전자계약 시스템.ⓒ국토부


    부동산 거래 중심에 있는 개업공인중개사와 국토부 간 의견충돌도 전자계약 활성화를 막고 있다. 공인중개사들은 세원노출과 개인정보 공개 부담으로 전자계약에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 전자계약이 보편화되면 직거래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이유로 꼽힌다.

    결국, 수요자가 전자계약에 필요성을 인식하면 개업공인중개사도 시대 흐름에 역행하지는 않을 것이란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수요자가 먼저 전자계약을 원하면 당연히 개업공인중개사도 따라갈 것"이라면서 "전자계약에 대한 필요성과 함께 제도 연착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자계약 활성화를 위해선 편리성보다 이해 관계자에게 경제적 효과를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세제혜택 등 유인책을 제공해 자연스럽게 전자계약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것.

    권대중 명지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많은 혈세를 투입해 전자계약을 마련했지만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해 관계자가 서로 양보하고 공통분모를 발견해 투명한 관리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토부는 전자계약을 통해 편리성은 물론 인력 낭비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인건비 등 고정비용 발생이 줄고 금융대출사고 위험이 낮아져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의무화 필요성 의견도 있다. 그러나 법적 의무화는 어렵다는 게 국토부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법률 검토 결과 전자계약을 의무화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이번 지역은행 참여로 경쟁이 발생하면 추가적인 금리인하 혜택 등을 예상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