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니처타워 입성 파격조건 내걸었던 아센다스, 예상밖 입찰 탈락유안타證 우선매수권 행사로 '스테이'…"자금마련계획안 윤곽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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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안타증권

    본사 이전문제를 고민하던 유안타증권이 현 상황에서 가장 합리적인 방안에 따라 현재 사옥을 계속 사용키로 결정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유안타증권은 본사 건물인 유안타증권빌딩의 임대인 하나자산운용의 빌딩 매각 착수에 따른 조치로 유안타증권빌딩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키로 최종 결정했다.


    2004년 이후 8년을 주인으로, 5년을 임차인으로 유안타증권빌딩에 터를 잡고 있던 유안타증권은 올해 초 본사 건물이 부동산시장에 나오자 거취문제를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


    당초 유안타증권이 꺼내든 최선의 카드는 유안타증권빌딩에서 직선거리 200미터, 도보로 5분 거리에 위치한 시그니처타워로의 이전이었다.


    시그니처타워 역시 유안타증권빌딩과 마찬가지로 을지로 오피스빌딩 시장에 매물로 나온 대형 건물로 국내외 8곳의 부동산 투자업체들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하면서 관심을 나타내왔다.

    업계는 이 중 아센다스자산운용(아센다스)가 유력한 원매자로 거론했다.


    특히 아센다스는 시그니처타워 인수에 성공하면 유안타증권을 유력한 임차인으로 꼽았다.


    임대차계약을 중도 해지하고 나오면서 내야 하는 위약금 180억원까지 대신 부담하고 임대료 역시 유안타증권빌딩 대비 70% 수준으로 제시하는 등 유안타증권에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냈다.


    전사적으로 비용절감을 추진 중인 유안타증권도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했다.


    유안타증권은 현 빌딩의 임대인 하나자산운용과 매년 임대료를 2.5%씩 인상하는 조건으로 2022년까지 계약을 체결했다.


    또 계약만료 이후에도 임대인이 요구하면 같은 조건으로 5년 더 임차하게 돼 있는 조건도 붙어 있었다.


    유안타증권은 하나자산운용에 임차료를 할인해주면 본사를 옮기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지만 펀드를 조성해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배분해야 하는 하나자산운용은 이를 쉽게 수용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비용에 대한 고민이 깊은 유안타증권은 위치와 사용공간 등 근무환경이 기존과 비슷하지만 저렴한 임차료 조건을 내건 시그니처타워 이전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변수가 발생했다.


    아센다스가 지난달 말 시그니처타워 입찰에서 예상과 달리 탈락했기 때문으로, 시그니처타워로의 사옥이전을 최선의 방안으로 생각했던 유안타증권의 상황도 바뀌게 됐다.


    아센다스 등 경쟁자를 누르고 시그니처타워를 품게 된 국내 부동산 펀드 운용사 이지스자산운용은 이미 다른 임차인을 사전 유치해둔 상태로 알려져 유안타증권은 시그니처타워 이전이 사실상 무산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유안타증권빌딩을 매각키로 결정하고 동양자산운용을 잠정적인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하나자산운용은 우선매수권을 보유 중인 유안타증권에 권한 행사 여부를 3월 31일까지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결국 유안타증권은 본사 이전에 따른 위약금 지불 등 복잡한 절차를 진행하기 보다 현 건물에 남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판단해 우선매수권청구권을 행사키로 결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위약금 대납을 제시한 시그니처타워 이전이 무산된 상황에서 유안타증권이 다른 장소로 사옥을 옮길 경우 자체적으로 납부해야 할 180억원 규모의 위약금은 부담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다만 유안타증권이 직접 유안타증권빌딩을 매입하지는 않는다.


    유안타증권은 직접 건물을 매입해 하나자산운용과 마찬가지로 펀드를 조성해 임대소득을 추구하는 방안도 고려했지만 회사 자금 상황 등을 고려해 우선매수청구권 우선 행사하되 이후 새로운 투자처를 확보해 '건물주'를 교체하는 방안으로 가닥을 잡았다.


    유안타증권과 하나자산운용은 우선매수권 조항 안에 '유안타증권이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경우 임차인(유안타증권)이 지정한 제 3자가 건물을 매수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해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유안타증권 관계자는 "우선매수청구권 실행에 따른 자금마련계획안도 준비가 돼 있다"며 "유안타증권빌딩에 대한 새로운 임대인과 유안타증권, 하나자산운용이 건물 매매계약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새로운 임대인(투자자)은 결정됐고, 계약이 완벽히 체결된 이후에 공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유안타빌딩의 매각 가격은 2145억원이다.


    하나자산운용이 유안타증권빌딩을 매물로 내놓은 이후 동양자산운용이 우선협상대상자로 나서 2130억원의 인수가격을 제시했고, 유안타증권과 하나자산운용은 계약서에 '유안타증권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우선협상대상자가 제시한 금액에서 0.5%를 더한 금액을 더한 수준에서 건물을 매입한다'고 명시했기 때문이다.

    결국 본사 이전을 통한 비용절감을 제 1안으로 검토했던 유안타증권은 '플랜B'로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한 이후 제 3의 투자자가 본사건물을 매입토록 하고 앞으로도 유안타증권빌딩을 본사로 사용하는 방안을 선택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 과정에서 유안타증권은 2022년까지 매년 임대료를 2.5% 인상하고, 임대인이 요구하면 같은 조건으로 5년 더 임차를 해야 하는 등 하나자산운용과 맺은 일부 부담스러운 계약조건에 대한 변경을 추진하고, 유안타증권빌딩에 남아 있는 동안 대안을 모색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을지로 유안타증권빌딩은 지난 2012년까지 유안타증권의 전신 동양증권의 소유였다.


    이후 그 해 9월 사옥을 세일앤리스백(Sale & Leaseback) 형태로 하나자산운용에 1400억원에 매각했고, 이 과정에서 유안타증권(당시 동양증권)은 우선매수권을 확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