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식약처, 업체 간 HMR 분류 기준 조금씩 달라"시장 왜곡할 수 있는 여지 커… 카테고리와 기준 합의 필요" 지적도
  • ▲ 이마트 가정간편식 코너. ⓒ정상윤 기자
    ▲ 이마트 가정간편식 코너. ⓒ정상윤 기자

    국내 가정간편식(HMR, home meal replacement) 시장이 3조원 대를 바라보며 매년 고공 성장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그 기준과 개념을 두고 업계 의견이 분분하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가정간편식'은 보통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식품'이라는 의미로 통용되고 있지만 해당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업체들 사이에선 어느 제품까지를 가정간편식으로 볼 것인가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HMR은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음식을 먹을때 식재료 구입, 식재료 손질, 조리, 섭취, 정리의 순서로 진행되는데 필요한 시간과 노력을 최대한 줄이려는 목적으로 탄생했다. 어느 정도 조리가 된 상태에서 가공·포장을 해 데우거나 끓이는 등 단순한 조리 과정만 거치면 음식이 완성되는 제품을 총칭한다.

    농식품유통교육원은 HMR이 별도의 드레싱이 있는 샐러드와 밥, 갈비탕이나 육개장 같은 한식 등 간편 가정식 또는 가정 대용식을 뜻하며 외식과 내식의 중간 의미를 뜻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HMR을 크게 4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RTP(Ready To Prepared)는 조리용 소분채소와 같이 식재료를 요리하기 편리하게 세정하고 소분한 상품을 의미하고 RTE (Ready To Eat)는 밑반찬, 나물, 김치, 샐러드, 샌드위치, 김밥과 같이 구매 후 바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뜻한다. 

    RTC (Ready To Cook)는 냉동만두, 냉동돈까스, 양념갈비 등 간단하게 요리한 후 먹을 수 있는 음식을, RTH(Ready To Heat)는 햇반, 즉석국, 냉동피자, 레토르트식품(국, 스프, 3분카레 등) 전자레인지 등으로 간단히 가열 후 먹는 음식으로 나뉜다.


  • ▲ 이마트 가정간편식 코너. ⓒ정상윤 기자

    농림축산식품부는 식품공전 체계상 간편식을 3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가열이나 조리 과정없이 바로 섭취할 수 있는 즉석섭취식품, 단순 가열 등의 조리 과정을 거쳐 먹는 즉석조리식품, 샐러드·간편과일과 같은 신선편의 식품 등이다.

    농식품유통교육원의 분류 기준과는 달리 식품공전이 분류한 간편식에는 김치와 냉동만두, 즉석밥 등은 포함돼 있지 않다.

    이 기준으로만 보면 국내 가정간편식 시장 규모는 지난 2011년 8000억원에서 지난해 2조3000억원을 기록하고 올해는 2조7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근 5년간 국내 HMR 시장은 연평균 17%의 성장세를 보였다. 전체 간편식 시장에서 즉석섭취식품이 59.3%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즉석조리식품(34.9%), 신선편의식품(5.7%)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식품업계에서는 이 같은 분류 기준이 현실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만약 여기에 김치와 냉동만두, 즉석밥까지 간편식으로 포함시킬 경우 가정간편식 시장 규모는 3조원을 훌쩍 넘기게 된다. 지난해 기준 국내 김치 시장은 1420억원, 냉동만두는 4000억원, 즉석밥은 2400억원 규모로 약 8000억원에 달한다.

    HMR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한 기업의 관계자는 "최근 가장간편식 시장이 급성장 하면서 이와 관련한 시장 규모나 성장률 등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업체들은 이 분류를 기준으로 사업을 전개하지 않는다"며 "식약처에서 정한 분류 기준이 있다고 해도 참고만 할 뿐 업체들은 자사 사업이나 브랜드에 맞춰 카테고리를 잡기 때문에 간편식을 어디까지로 봐야할지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정간편식이 이제 막 자리를 잡아가는 상황이라 업계에서도 기준을 두고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라며 "엄밀히 따지면 김치나 냉동만두, 즉석밥도 가정간편식으로 볼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현재 시장 규모는 잘못된 통계로 볼 여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 ▲ 비비고 가정간편식. ⓒCJ제일제당
    ▲ 비비고 가정간편식. ⓒCJ제일제당


    국내에서는 CJ제일제당과 오뚜기, 동원, 대상, 풀무원, 이마트 '피코크', 신세계푸드 '올반', 농심 '쿡탐' 등 대부분의 식품업계가 가정간편식 사업에 뛰어들었다. 최근 '혼밥족(혼자 밥을 먹는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이 증가하고 간편함과 가성비를 추구하는 소비자 트렌드에 힘입어 HMR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식품·유통 업체들이 신성장 동력 삼아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CJ제일제당은 크게 '햇반'과 '비비고', '고메' 브랜드를 중심으로 가정간편식 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마트 '피코크'는 식사를 대용하는 상품들을 가정간편식이라고 자체적으로 분류해 약 1000종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대상은 프리미엄 간편식 '휘슬링쿡'과 온라인 전용 브랜드 '집으로ON', 냉동밥 '밥물이 다르다', '리얼파스타' 등 HMR 전용 브랜드를 론칭했다.

    동원홈푸드는 회원수 26만명에 달하는 국내 최대 HMR 전문 온라인몰 '더반찬'을 인수하고 서울 가산동에 HMR 전용 공장 완공을 앞두고 있다. 농심도 최근 '쿡탐' 브랜드를 론칭하고 가정에서 식사로 즐기는 국,탕, 찌개, 덮밥 등을 지마켓, 티몬에서 판매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햇반'과 '햇반 컵반' 등 즉석밥을 가정간편식으로 분류하고 있고 대상은 김치를 가정간편식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이렇듯 기준이 제각각이다 보니 가정 간편식 시장의 지속 성장을 위한 육성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그 기준과 범주에 대한 합의가 논의돼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너도 나도 가정간편식 사업에 뛰어들고 있지만 사업부 조차도 명확한 기준과 개념을 잡지 못한 경우가 많다"며 "간편식 제품 중 어떤 카테고리를 넣고 빼느냐에 따라 시장 규모 자체가 반토막이 나는 등 현재 애매한 기준으로는 시장을 왜곡되게 분석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농식품부나 식약처가 조사한 가정간편식의 시장 규모나 현황 등의 기준이 실제 가정간편식 시장과는 다를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이어 "간편식 시장 규모가 21조원을 넘어선 미국이나 16조에 달하는 일본의 경우 HMR의 개념과 시장 현황에 대한 세부적인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간편식 현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연구 용역을 진행하는 등 장기적 관점에서의 합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과 관계자는 "가정간편식 분리 체계에 있어 기준이 혼돈스러운 점이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있다"며 "현재 식품공전의 분리 체계는 위생쪽에 초점을 맞춰져 있지만 최근 가정간편식이 급성장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산업 진흥 쪽에 초점을 맞춰 새로운 식품 분류 체계를 만들기 위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