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증인신문' 불구, 특검 '혐의입증' 사실상 실패"청탁 및 청와대 개입 없어…업무 프로세스일 뿐"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24차 공판이 7일 서울중앙지법 502호 소법정에서 열렸다. 오전 공판에는 청와대 경제수석실 인 모 행정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판과 겹치면서 이 부회장의 공판은 자연스럽게 소법정으로 밀려났다. 앞으로 진행될 공판이 주 2회 이상 소법정에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방청석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치열해질 전망이다.

    공정위 소속인 인 행정관은 2015년 4월 청와대 대통령비서실로 파견된 이후 줄곧 경제수석실에서 근무했다. 최상목 전 경제금융비서관,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등이 그의 상관이었고, 공정위 석 모 사무관, 김 모 과장과 주로 연락했다.

    그는 청와대와 공정위를 연결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공정위의 중요 현안을 청와대 경제수석실에 보고한 뒤, 청와대의 지침을 다시 공정위에 하달했다.

    특검은 인 행정관이 삼성물산 합병 특혜 의혹에 직접 관여한 인물로 지목했다. 삼성의 부정한 청탁을 받은 청와대가 공정위에 개입한 통로에 인 행정관이 있었다는 주장이다. 인 행정관이 순환출자고리 해소를 위한 주식 처분과 관련해 '500만주만 처분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느냐'는 전화통화를 한 사실도 중요한 단서로 지목했다.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된 공정위 보고서와 석 사무관의 증언 및 업무일지, 참고인 진술 등이 전면에 등장했다. 주식 처분 규모와 관련해 '최 전 비서관이 안 전 수석의 입장을 전달했다'는 석 사무관의 진술이 적극 인용됐고, 최 전 비서관이 김 전 부위원장을 만난 경위와 배경도 구체적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특검의 공세는 소득없이 종료됐다. 앞서 진행된 공정위 증인신문과 같이 결정적인 증거 없이 허무하게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석 사무관의 업무일지를 앞세운 특검은 다양한 질문으로 공소사실 입증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혐의입증엔 실패했다.

    인 행정관은 최 전 비서관과 마찬가지로 '투자자 보호대책이 충분히 마련된 후 해당 회사가 공시하는게 맞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는 청와대 분위기를 수차례 강조했다. 공정위가 법적 처분 권한이 없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발표할 경우 투자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삼성과 협의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공정위의 삼성물산 합병 보고서 역시 청와대가 요구하기 전에 공정위가 먼저 보고했고, 삼성의 발표시점 재연장 요구도 몰랐다고 진술했다.

    특검은 인 행정관이 공정위 출신으로 김앤장에서 근무하는 박도하 씨와 황창식 변호사을 만났고, 삼성의 입장을 대변하는 문건을 전해 받은 경위를 집중 추궁했지만 혐의를 입증하기엔 부족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기억나진 않지만 순환출자고리 소멸과 존속에 대해 이야기한 것으로 기억한다"며 "나한테 설명할 필요없다는 얘기를 완강히 했었다. 청와대에서 공정위에 이래라저래라 하는건 아니라고 설명했다"고 증언했다.

    석 행정관고의 전화통화에 대해서는 '뉘앙스의 차이'라고 반박했다. 500만주 처분을 지시하거나 전달한 것이 아니라, 두 가지 처분안에 대한 의견을 물어본 것이라 항변했다.

    보고서에 없는 500만주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배경에는 "1000만주까지는 출자고리를 깊이 확인하지 않다가 '강화-소멸' 논란이 있어 확인해보니 900만주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실무자 오타라 생각했다. 강화로 볼 경우 500만주가 맞기 때문에 그렇게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더불어 400만주도 제시했다는 지적에도 "결국은 삼성SDI가 왼손 400만주, 오른손 500만주를 들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어느회사가 흡수했느냐는 형식적인 문제라 생각했다"며 "두 회사가 더해질 경우 행정법 일반 원칙상 400만주가 맞다고 판단해 그렇게 말했다"고 진술했다.

    안 전 수석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가 없었다는 진술도 나왔다. 일상적인 업무 프로세스와 동일한 방식으로 처리됐을 뿐 삼성의 부정한 청탁이나 상급자의 지시는 없었다는 설명이다. 

    변호인단 역시 '공정위의 500만주 주식 처분 결정은 공정위의 독자판단으로 결정된 사안으로, 청와대의 개입은 없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청와대의 지시나 이재용 부회장의 청탁사실은 끝내 드러나지 않았고, 부정한 청탁을 받은 청와대 관계자가 삼성에 유리한쪽으로 공정위 결정을 이끌었다는 특검은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결론이다.

    한편, 오전 공판이 점심을 넘어서까지 이어지면서 오후로 예정된 금융위원회 김 모 사무관이 증인신문도 늦어졌다. 김 사무관은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 추진 당시 금융위 금융제도팀에서 실무를 담당했던 인물이다.

    특검은 '삼성이 중간금융지주회사법 입법을 추진시키기 위해 금융위에 로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해당 신문이 집중 진행될 예정이다.

    이와 달리 변호인단은 '금융위가 청와대의 압력을 받았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반박하는 만큼, 금융위의 청와대 보고는 늘상 있어왔고 실무차원에서 질의한 적은 있지만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 철회했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예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