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잠식률·부채·적자 등 감경기준 구체화… 대형유통업체 갑질 억제 기대
  • ▲ 대형유통업체 불법행위 규탄 기자회견 모습.ⓒ연합뉴스
    ▲ 대형유통업체 불법행위 규탄 기자회견 모습.ⓒ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형유통업체의 불공정행위에 대해 칼을 빼 들었다. 과징금은 2배 올리고 자진 시정에 대한 봐주기도 축소한다. 과징금 감경 조건은 깐깐하게 적용한다.

    공정위는 이런 내용을 담은 대규모유통업법 과징금 고시 개정안을 다음 달 12일까지 20일간 행정예고 한다고 22일 밝혔다.

    공정위는 대형유통업체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과징금 부과기준율을 현행 30~70%에서 60~140%로 2배 인상하기로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난해 6월 '책임에 비례하는 과징금 부과체계'를 만들고자 과징금 기준액수를 납품대금에서 법 위반금액으로 바꿨으나 제재수준이 약화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며 "법 위반 억지력을 높이려면 과징금을 올릴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가령 대형유통업체가 5억원 상당을 납품받아 1억원 상당을 부당반품한 경우 기존에는 납품대금인 5억원을 기준으로 과징금 부과기준율(20~60%)을 적용하고 나중에 부당이익 등을 고려해 감경해주는 방식이었다. 현재는 법 위반금액인 1억원에 대해서만 다소 상향된 부과기준율(30~70%)을 적용해 과징금을 매긴다.

    이에 대해 솜방망이 제재여서 법 위반 억지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부과기준율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설명이다.

    대형유통업체가 법 위반 사항을 스스로 바로잡거나 조사에 협조하면 과징금을 낮춰주는 감경률은 축소하기로 했다. 다른 법률 위반사업자와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보다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현재는 대형유통업체가 법 위반행위를 자진 시정하면 납품업자 피해 복구 정도에 따라 최대 50%, 공정위 조사에 협조하면 30%까지 각각 과징금을 줄여준다.

    공정위는 자진 시정하면 절반을 감경해주는 것은 최대 30%를 감경하는 공정거래법보다 높은 수준이고, 과징금이 부당이익 환수 등 행정 제재적 성격임을 고려할 때 감경률이 크다는 견해다.

    조사협조 감경률(30%)도 다른 법률 위반과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태도다.

    지속적이고 성실한 협조 등 엄격한 요건을 적용하는 담합 자진신고자도 2순위부터는 50% 이하로 감경하는데 단순 협조자에게 30% 감경은 과도하다는 설명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공정거래법 과징금 고시도 조사협조자에 대한 감경률을 최대 30%에서 20%로 낮춘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과징금 감경기준도 깐깐하게 바꿨다. '부담능력 현저히 부족', '사업에 상당한 지장' 등 표현이 모호한 기준을 공정거래법과 같이 구체화했다.

    현재는 업체의 부담능력과 관련해 '현재 또는 장래에 자본잠식이 예견돼 사업을 계속하는 데 상당한 지장이 있으면' 과징금을 50% 이내에서 감경할 수 있게 돼 있다.

    개정안은 단순 자본잠식은 감경률을 30% 이내로 조정했다. 부채비율이 300%를 넘거나 200%를 초과하면서 동종업종 평균의 1.5배를 초과하고, 직전년도 당기순이익이 적자이면서 과징금이 잉여금에 견주어 상당한 규모인 경우도 30% 이내에서 감경한다.

    종전처럼 50% 이내 감경을 받으려면 위 4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자본잠식률이 50% 이상이어서 부담능력이 현저히 부족한 경우 50%를 초과해 감경할 수 있게 한 기준도 부채비율 400% 초과, 최근 당기순이익 2년 이상 적자 등으로 조건을 구체화했다.

    과징금을 가중 부과(20~50%)할 때 적용하던 과거 3년간 법 위반횟수와 관련해선 법원에서 △무효·취소 판결이 확정됐거나 △취소판결 또는 직권취소가 예정된 사건은 빼 합리화하기로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처로 대형유통업체의 불공정행위가 억지 되고 과징금 감경도 투명하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대형유통업체와 납품업체 간 공정거래질서 정착을 위해 법 집행을 엄정하게 하고 제도도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한 후 규제 심사 등을 거쳐 오는 10월 중 개정안을 확정·고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