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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핀테크 도입에 소극적이었던 증권업계가 유망 핀테크 업체와 기술제휴를 통해 서비스 저변 확대에 나섰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증권사와 기존 핀테크 업체들이 협약을 맺고 간편송금, 투자정보 제공 등의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가장 돋보이는 곳은 삼성증권이다. 삼성증권은 최근 모바일 자산관리 어플리케이션 제작사 ‘데일리금융그룹’과 제휴협약을 맺었다. 이들은 데일리금융그룹 계열사가 만든 개인별 자산관리 어플 ‘브로콜리’를 활용해 올 연내 신규 서비스를 론칭할 예정이다.
브로콜리는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은행 계좌, 주식, 자산 현황을 입력하면 실시간으로 반영해 한눈에 관리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어플이다.
이에 앞서 삼성증권은 지난달 간편송금 어플리케이션 ‘토스’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와도 계약을 체결하고 삼성증권 계좌를 보유한 고객은 토스 제휴 금융기관 계좌로 간편이체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시했다.
윤용암 사장은 평소 핀테크의 중요성을 역설해 왔다. 윤 사장은 지난 3월 열린 삼성증권 주주총회에서 “온라인과 모바일 플랫폼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핀테크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은행업 진출의 첫 발을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카카오뱅크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초대형 IB 등 연내 전개할 신사업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을 기대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도 지난해 빅데이터에 기반해 금융정보를 분석하는 핀테크 기업 위버플과 MOU를 체결하고 자체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 위버플의 검색엔진 기술을 적용했다.
위버플에서는 당초 머신러닝 기술에 기반해 투자자가 관심종목 관련 키워드를 입력하면 재무제표, 관련 뉴스 등 여러 투자정보를 수집해 분석 결과를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이 기술을 신한금투 MTS에 적용해 관심종목 뉴스 중 핵심적인 기사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신한금투 역시 이달 초 비바리퍼블리카와 협약을 체결하고 간편송금 서비스 뿐 아니라 생활밀착형 금융서비스 개발에 나선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증권가가 비대면 거래 활성화 등으로 거래의 중심이 모바일로 옮겨지면서 어느 때보다 핀테크 기술에 대한 수요가 높다”며 “증권사는 벤처기업의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을 얻고 벤처는 투자자금과 노하우를 얻을 수 있는 윈윈 효과를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 “4차 산업혁명이 화두가 된 지 꽤 지났으나 증권업계는 아직 은행에 비해 준비가 덜 돼 있다”며 “기술 확보를 위해 정부와 각 증권사가 협력해 발전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