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식자재 유통기업인 CJ프레시웨이가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신사업을 확장하는 등 식음료 사업으로 발판을 넓히고 있다.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식자재 유통과 단체 급식 서비스 사업이 안정궤도에 들어서면서 새로운 먹거리로 눈을 빠르게 돌리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CJ프레시웨이는 지난해 말
조미식품 전문회사인 송림푸드를 인수하고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면서 커지고 있는 가정간편식(HMR)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CJ프레시웨이는 올 초 자회사인 송림푸드의 종속회사인 송림에프에스를 통해 충분 진천에 50억원을 들여 소스 공장을 증설하기로 결정했다.
CJ프레시웨이가 제품을 자체적으로 제조하고 생산할 수 있는 회사를 인수한 것은 송림푸드가 처음이다. 이번에 자체 소스 공장 건립에 나서면서 종합 식품 회사로의 변화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CJ프레시웨이 측은 "프랜차이즈업체 등 B2B(기업간 거래) 식자재 공급 부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소스제조업체 인수를 결정했다"며 "CJ프레시웨이가 구축한 물류망과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CJ프레시웨이의 소스 공장이 증설되면 현재 식자재 유통 계약을 맺고 있는 프랜차이즈 업체의 소스와 드레싱 등 차별화된 니즈에 맞춰 다품종 소량생산해 제품을 공급하게 될 전망이다.
생산량이 적어 식품 제조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만 향후 자체 브랜드 가정간편식(HMR)이나 편의점 도시락 등으로 확장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CJ프레시웨이는 사내에 테스크포스(TF)팀을 꾸려 가정간편식 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동원그룹이 참치 중심의 수산전문기업에서 동원F&B 등 계열사를 통해 현재 종합 식품회사 형태로 사업을 넓혀간 것처럼 CJ프레시웨이도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동원그룹이 지난 2007년 동원F&B를 통해 조미식품 전문회사인 삼조쎌텍을 인수한 뒤 동원홈푸드로 흡수합병시키면서 현재 동원홈푸드는 가정간편식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며 "CJ프레시웨이도 송림푸드에 지속적 투자를 통해 성장시켜 향후 HMR 시장에 직접 진출할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어 "국내 소스 제조 산업 내 아직까지 중소기업 비중이 높고 공장설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업체가 많아 CJ프레시웨이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촘촘한 식재료 유통망을 갖춘 국내 1위 외식·급식 식자재 유통 회사인데다 CJ그룹 계열사인 CJ제일제당과 협업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도 다른 회사가 쉽게 따라할 수 없는 CJ프레시웨이만의 독보적인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CJ프레시웨이의 PB브랜드인 '이츠웰'은 현재 OEM 형태로 협력업체에서 제조하고 있지만 송림푸드를 주축으로 자체 제조 공정을 만드는데 투자할 여력도 있는 상황이다. '이츠웰'은 만두와 과일 통조림, 장류 등 식품과 비식품을 포함해 700여개에 달하는 PB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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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련 사진. ⓒCJ프레시웨이
현재까지는 텃밭으로 불리는 해외 사업도 올해부터는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CJ프레시웨이는 업계 최초로 베트남 시장에 진출해 지난해 49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내년에는 10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베트남 최대 국영 유통기업인 '사이공 트레이딩 그룹(SATRA)', 최대 외식 기업인 '골든게이트'와 손잡고 각각 한국산 신선과일, 수입육에 대한 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이다.
CJ프레시웨이 관계자는 "베트남 현지 사업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 장기적으로는 국내 식자재 유통 시스템을 베트남에도 이를 똑같이 적용할 계획"이라며 "베트남 시장을 더욱 키우기 위해 현지 인수합병(M&A)도 꾸준히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 연말께 CJ프레시웨이가 베트남 호치민 북부 빈증성 인근에 구축한 물류센터가 완공되면 현지 경쟁력이 더욱 배가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CJ프레시웨이는 베트남을 중심으로 중국과 미국 시장도 개척한다는 계획이다.
CJ프레시웨이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2.3% 증가한 2조3279억원, 영업이익은 33.2% 감소한 21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 중 식자재 유통이 약 90%, 단체 급식 등 푸드서비스가 8~9%, 기타 사업 부문이 나머지를 차지하고 있다.
해외 매출액은 지난해 기준 900억원으로 전체 매출 비중의 약 25%이며 이 중 절반 이상이 베트남에서 거둔 실적이다. 오는 2020년까지 해외 매출액을 4500억원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CJ그룹이 오는 2020년까지 그룹 총 매출액 100조원, 해외 매출액 비중 70%라는 '그레이트CJ' 비전을 공표한 만큼 CJ프레시웨이도 이에 맞춰 해외 매출 비중을 늘려갈 것으로 보인다.
한편 CJ프레시웨이는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11% 늘어난 5948억원을 기록해 창사 이래 1분기 최고치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39% 증가한 44억원을 올렸다.
2분기에는 베트남 '골든게이트' 매출이 반영되고 적자를 기록해 온 자회사 프레시원도 영업 흑자 전환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인수한 송림푸드는 연간 매출액 200억원, 영업이익 30억원을 무난히 기록할 것으로 전망돼 CJ프레시웨이의 실적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