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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국정 과제 중 하나로 금융감독 체계 손질을 내걸었다. 그동안 금융업권별로 나눠져 있던 감독 체계를 정책·감독·소비자보호 등 기능별로 재편한다는 것이 골자다.
새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19일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100대 국정 과제 중 하나로 금융산업 구조 선진화를 포함시켰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대해 각각 관리·감독 체계 개편을 추진할 계획이다.
당장 올해는 금융위원회가 기능별로 조직을 개편할 계획이다.
당국 관계자는 "금융위가 내부에 소비자보호 관련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바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향후 정부는 정부 조직 개편과 연계해 금융위원회를 정책과 감독 등 역할에 따라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현재 금융위원회 조직은 위원장-부위원장-사무처장 아래에 크게 정책과 금융업권별로 나뉘어져 있는데 이를 기능에 따라 떼어낸다는 말이다.
금융위는 각종 예산과 국내 금융정책 등은 기획조정관과 금융정책국이 하고 있다.
금융업권별로 은행·보험 등은 금융서비스국, 카드·저축은행·대부업은 중소서민금융정책관, 증권·자산운용 등 금융투자업은 자본시장국이 담당하고 있다.
금융위 개편과 맞물려 그동안 지적돼왔던 국내·외 금융정책 분리 문제도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 국제 금융 정책은 기획재정부와 국내 정책은 금융위로 분리돼 금융환경 변화에 효율적 대응이 어렵다는 문제 제기가 지속됐고, 문 대통령도 앞서 이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조직의 기능별 분리는 금융감독원에도 적용된다. 정부는 금융위와 함께 금감원의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 보호 기능 분리·독립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금감원은 원장 아래에 크게 총괄·보험, 은행·중소서민금융, 자본시장 등 업권별로 구분돼 있고 소비자 보호 기능 강화를 위해 지난해 격상시킨 금융소비자보호처가 있다.
이처럼 정부가 금융감독 체계 손질을 추진하는 배경은 금융 소비자 보호 강화 방침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안으로 금융소비자보호법을 제정하고 동일기능-동일규제 체계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금융소비자 보호에 방점을 찍은 기능별 개편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동일기능-동일규제란 같은 역할을 하는 상품에 대해 각각 다른 업권에서 나온 상품이라도 같은 규제를 적용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신용카드사들의 채무면제·유예상품(DCDS)의 경우 질병·실직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생기면 신용카드 대금 결제를 일정 기간 유예하거나 면제하는 상품으로 보험과 같은 기능을 한다.
하지만 이 상품은 여신서비스의 부수업무로 간주돼 보험업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서비스로 상품설계·수수료율·판매 등에 대한 별도의 규제가 없다.
다만 향후 금융 감독 체계 개편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기능별로 감독 체계를 찢어놨다가 자칫 '정책 수립-실행-감독-민원-정책 재반영'으로 연결되는 순환 고리가 끊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건전성 감독 기능을 분리하면 감독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는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실제 호주의 경우 업권별로 존재하던 기구를 지난 1997년 건전성 감독 기구인 건전성감독청(APRA)과 영업행위 감독기구인 증권투자위원회(ASIC)로 금융감독기구를 개편했다. 중앙은행인 호주은행(RBA)에는 금융안정 역할을 맡겼다.
이후 2001년 HIH 보험사 파산 과정에서 두 개의 감독 기구가 공조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았고 파산에 대한 책임 소재도 서로 미루면서 금융 피해 규모를 키웠다는 지적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