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주장 '대가 관계 합의' 사실과 다르다" 반박박 전 대통령 독대시 현안 관련 대화 없었다""회사 미래 경쟁력 쌓는데 집중해야 하는데…불미스런 사건 연관돼 참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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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삼성그룹 현안과 관련된 대화가 없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회사의 장기적인 미래를 위해 경쟁력을 쌓는데 시간을 써야함에도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관돼 안타깝다는 심정을 수 차례 보이기도 했다.지난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이 부회장 등의 50차 공판에서는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에 대한 피고인 신문이 진행됐다.이 부회장은 자신의 경영권 승계 과정과 박 대통령과의 대가관계 합의를 추궁하는 특검을 향해 "당시 삼성의 현안들에 대해 말씀드린 것은 없다"고 단언했다.특검은 경영권 승계에 대한 합의가 있었다는 진술을 끌어내기 위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증언과 업무수첩을 앞세웠다.특히 2015년 7월25일 2차 독대와 관련해 기업 담당자들에게 해당 기업의 현안, 투자계획, 해외진출 계획, 애로사항 등을 준비해온 사실을 강조하며 삼성도 마찬가지였을 거라 추측했다.하지만 이 부회장은 특검의 이같은 주장에 단호한 입장을 보이며 전면 부인했다. 실무 총 책임자인 최지성 전 시장이나 장충기 전 사장으로부터도 이같은 내용을 전달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더욱이 개별면담 일정을 연락받았을 당시 24일 행사의 연장선으로 이해하고 있었으며, 자신이 발언하는 자리가 계획돼 있어 예행연습을 하는 등 오히려 간담회 일정에 몰두했다는 주장이다.특검은 청와대에서 작성한 삼성그룹 말씀자료를 제시하며 메르스사태 관련 삼성서울병원 감사 조치와 면세점 신규 면허 취득 등 당시 그룹 현안이 논의됐다고 주장했다. 또 안 전 수석의 수첩에 기재된 삼성 엘리엇 대책강구, 금융지주회사 전환, 글로벌 금융, 은산분리 등의 문구 역시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이같은 주장에도 이 부회장은 일관된 진술로 응수했다. 그는 "메르스사태의 경우 사회적 이슈였기 때문에 대통령에게 사과의 말씀은 드렸지만 후속조치 등의 언급은 없었다. 면세점과 엘리엇 사태에 대한 내용도 나오지 않았다"며 "금융업의 경우 잘 알고 있는 내용도 아니라 함부로 꺼낼 수 없었다. 안 전 수석이 왜 그렇게 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면담 때는 제가 있었다"고 반박했다.한편 이 부회장은 신문 중간중간 회사의 본업인 사업이 아닌 불미스러운 일에 엮인 것에 대해 참담한 심경을 드러냈다. 정치권력이나 외부 세력에 얽메이지 않고 사업에 집중하고 싶은데 자신의 불찰로 이같은 상황이 발생했다는 자책이다.이 부회장은 "회사의 본업인 사업이 잘돼야 하는데 다른 것에 시간을 빼앗겨 안타깝다"며 "정유라 승마지원이 이렇게 커질지 상상도 못했다. 제가 이 자리에 있을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한편 3일 열리는 51차 오전 공판은 이 부회장의 피고인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또 오후 오후 공판에는 특검과 변호인단이 핵심 쟁점에 대해 최종 의견을 펼치는 '공방기일'이 이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