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주장 '대가 관계 합의' 사실과 다르다" 반박박 전 대통령 독대시 현안 관련 대화 없었다""회사 미래 경쟁력 쌓는데 집중해야 하는데…불미스런 사건 연관돼 참담"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삼성그룹 현안과 관련된 대화가 없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회사의 장기적인 미래를 위해 경쟁력을 쌓는데 시간을 써야함에도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관돼 안타깝다는 심정을 수 차례 보이기도 했다.

    지난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이 부회장 등의 50차 공판에서는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에 대한 피고인 신문이 진행됐다.

    이 부회장은 자신의 경영권 승계 과정과 박 대통령과의 대가관계 합의를 추궁하는 특검을 향해 "당시 삼성의 현안들에 대해 말씀드린 것은 없다"고 단언했다.

    특검은 경영권 승계에 대한 합의가 있었다는 진술을 끌어내기 위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증언과 업무수첩을 앞세웠다. 

    특히 2015년 7월25일 2차 독대와 관련해 기업 담당자들에게 해당 기업의 현안, 투자계획, 해외진출 계획, 애로사항 등을 준비해온 사실을 강조하며 삼성도 마찬가지였을 거라 추측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특검의 이같은 주장에 단호한 입장을 보이며 전면 부인했다. 실무 총 책임자인 최지성 전 시장이나 장충기 전 사장으로부터도 이같은 내용을 전달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개별면담 일정을 연락받았을 당시 24일 행사의 연장선으로 이해하고 있었으며, 자신이 발언하는 자리가 계획돼 있어 예행연습을 하는 등 오히려 간담회 일정에 몰두했다는 주장이다. 

    특검은 청와대에서 작성한 삼성그룹 말씀자료를 제시하며 메르스사태 관련 삼성서울병원 감사 조치와 면세점 신규 면허 취득 등 당시 그룹 현안이 논의됐다고 주장했다. 또 안 전 수석의 수첩에 기재된 삼성 엘리엇 대책강구, 금융지주회사 전환, 글로벌 금융, 은산분리 등의 문구 역시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주장에도 이 부회장은 일관된 진술로 응수했다. 그는 "메르스사태의 경우 사회적 이슈였기 때문에 대통령에게 사과의 말씀은 드렸지만 후속조치 등의 언급은 없었다. 면세점과 엘리엇 사태에 대한 내용도 나오지 않았다"며 "금융업의 경우 잘 알고 있는 내용도 아니라 함부로 꺼낼 수 없었다. 안 전 수석이 왜 그렇게 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면담 때는 제가 있었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 부회장은 신문 중간중간 회사의 본업인 사업이 아닌 불미스러운 일에 엮인 것에 대해 참담한 심경을 드러냈다. 정치권력이나 외부 세력에 얽메이지 않고 사업에 집중하고 싶은데 자신의 불찰로 이같은 상황이 발생했다는 자책이다. 

    이 부회장은 "회사의 본업인 사업이 잘돼야 하는데 다른 것에 시간을 빼앗겨 안타깝다"며 "정유라 승마지원이 이렇게 커질지 상상도 못했다. 제가 이 자리에 있을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3일 열리는 51차 오전 공판은 이 부회장의 피고인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또 오후 오후 공판에는 특검과 변호인단이 핵심 쟁점에 대해 최종 의견을 펼치는 '공방기일'이 이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