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괄약가인하 악몽 재발해선 안될 일… 산업성장 발목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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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발표하자 제약업계는 재정부담를 감당하기 위한 방안으로 약가인하 압력을 높이는 것 아니냐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의 핵심은 올해 하반기부터 2022년까지 30조6000억원의 재정투입을 통해 현재 63%대의 건강보험 보장률을 70%로 개선하고, 3800여개에 달하는 비급여 진료항목을 단계별로 급여화 하겠다는 것.
문제는 30조원 규모의 막대한 건강보험 재정을 어떻게 충당할지다. 정부는 현재 적립된 20조원의 건강보험 재정과 재정누수 감시를 통해 재정수요를 감당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제약업계는 강도 높은 약제비 규제 정책에 대한 우려를 떨칠수 없다는 분위기다.
건강보험공단이 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건강보험 재정의 적자전환 시기를 2023년쯤으로 예상했으나, 이번 정책이 시행되면 3년 정도 앞당겨 질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제약업계는 어떤 식으로든 약제비 규제에 관한 방안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급여화 부문이 대폭 늘어나면서 재정부담을 덜기 위해 약가 및 수가를 통제할 것이라는 우려는 의료부문 공급자 입장에서 공통적인 사안"이라며 "보험재정 부족에 대한 부담을 산업에 떠넘겨선 안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제약업계로서는 이미 지난 2012년 '일괄약가인하'라는 거대한 태풍을 맞은 경험이 있어 다시 악몽이 재현될까 걱정하고 있다.
2012년 당시 정부는 건강보험재정 절감을 이유로 건강보험에 적용된 1만3814개 의약품 중 6506개의 가격을 한꺼번에 인하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승적 차원에서 합리적인 약가인하는 감내하겠지만 과거 일괄약가인하와 같은 대폭 손질 사태는 재발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문재인 정부가 100대 국정과제에 제약·바이오 분야를 포함시킨 만큼 산업 성장의 발목을 잡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가 제약업계에 미칠 파장을 두고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이혜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복지부가 비효율적 지출을 최대한 줄이는 재정절감 대책을 병행할 것이라고 밝혀 사용량·약가 연동제 등의 보험약가 사후관리 강화와 질환별 의료비 정찰제인 신포괄수가제가 민간 의료기관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고가의 항암제가 선별적으로 급여화 되는 부문에 대해서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김태희 미래에셋대우증권 연구원은 "급여화 범위가 예상보다 넓고 이를 통해 다양한 의약품의 매출액 증가가 기대된다"며 "그동안 비급여였던 항암제는 급여를 인정받아 매출액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업계에서 보는 시각은 다소 차이가 있다. 항암제 급여화 등의 부문은 산업전체 보다 개별기업의 혜택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항암제는 국내제약사 보다 다국적제약사가 보유하고 있는 비중이 훨씬 크기 때문에 전체 제약산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각론의 이해관계는 개별기업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