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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시립대가 전형료 면제, 입학금 폐지 등을 밝혔지만 얌체짓 생색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마치 학교가 고통분담을 하는 것 처럼 자랑했지만 알고보니 연간 12억원 가량의 감면금액을 또 서울시에 손벌리면서 결국 시민 세금으로 벌충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와 시립대는 지난 9일 "4년제 대학 최초로 전형료·입학금을 전면 폐지한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무료 혜택'을 강조하고 나섰다.
2018학년도 신입생부터 적용되는 입학금 면제에 대해 서울시는 사회 불평등 완화, 보편적 고등교육 기회 제공을 고민했다며 사회적 책무와 학습 부담 완화를 위해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고액 입학금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고, 당선 후 2개월 뒤인 지난 7월에 전형료 인하를 지시하면서 각 대학들은 허리를 졸라매기 시작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한술 더 뜬 시립대는 합리적 개선이라며 아예 '0원 입학금·전형료'를 선언했다.
문제는 시립대가 서울시 재정이 투입되는 공립고등교육기관으로 감면액이나 부족분은 늘 서울시민이 낸 세금으로 충당한다는데 있다.
지난 2012년 박원순 서울시장의 공약대로 반값 등록금 제도를 시행하면서 시립대 학부생은 사립대 평균 370만원 보다 훨씬 100만원대 등록금만 내고 있다.
이렇게 지원되는 서울시의 지원액이 연간 400억원이 넘으며 시립대 연간 예산의 55% 가량을 차지한다.
이번에 입학금, 전형료 면제를 선언한 시립대는 역시 수입 감소분 12억원을 서울시에 보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시립대 입학전형료는 3만5천~7만원으로 연 수입은 대략 10억원 수준이다. 입학금의 경우 4년제 대학 평균 약 60만원의 7분의 1수준인 9만2천원으로 전체 신입생은 한 해 약 1억8천만원을 납부한다.
박원순 시장은 "학부모, 학생 경제적 부담이 일부 경감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전형료, 입학금 면제를 자랑하기도 했다.
한편 박 시장은 최근 교육부의 폐교방침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립대의 의과대학 유치를 위해 서남대 인수 필요성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하면서 또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공공의료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명분이지만 인수 확정 시 5년간 2070억원의 시민세금이 투입되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이 없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서울시립대의 서남대 인수 추진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공립대가 사립대를 인수하는 것에 대해 타당하지 않다는 분위가 있었다. 차라리 서울시가 서울 소재 대학병원을 통해 공공의료인을 육성에 필요한 등록금을 지원하던지, 왜 세금으로 인수액을 충당하려 하는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시립대의 각종 '무료 혜택' 제공에 서울시 측은 요청이 있었기에 진행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서울시 기획조정실 관계자는 "(생색내기라는) 지적이 있을 거 같다. 어쨌든 서울시립대 측에서 먼저 요청을 했다. 시립대는 사회적 책무와 공공성 강화에서 입학금, 전형료 폐지로 방향을 잡았다"고 말했다.
대입 원서접수는 진학어플라이, 유웨이어플라이 등 대행사를 통해 진행된다. 건당 5천원의 수수료를 대행사에 납부해야 하는데, 서울시립대는 이마저도 세금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세워놨다.
서울시립대 입학관리과는 "원서접수 대행 수수료도 시립대가 지원한다. 결론은 지원자들로부터 별도로 (비용을) 받는 것이 없다. 입학금, 전형료 폐지는 결정했으니깐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학가에서는 서울시가 서울시립대를 위한 혈세 투입을 생색내기 실적으로 자랑하는 것에, 박원순 시장의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A대학 관계자는 "서울시민 혈세로, 공짜 혜택을 주는 것인데 포퓰리즘이다. 무상이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무료 혜택 제공에 박원순 시장이 맛 들인 거 같다. 반값등록금 시행 후 시립대 학생들은 교육 질이 떨어졌다고 항의가 있었다. 서울시립대를 통해 박원순 시장이 포퓰리즘을 펼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B대학 측은 "서울시에서 차액을 보전해주니깐 각종 면제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다른 대학들을 압박하는 카드가 됐다. 대학은 교육의 질, 프로그램을 강조해야 하는데 자랑거리가 적은 비용으로 다닐 수 있는 대학이라는 것만 부각하는 듯싶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