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심위 "법적 문제 없다"…약사회 "의약분업 취지 훼손" 발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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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원경상대병원


    경상남도가 창원경상대병원 부지 내 약국 개설을 허용하면서 그간 의약분업 원칙으로 사실상 불가능했던 대형병원 내 약국 개설의 물꼬가 터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일 경상남도행정심판위원회(이하 행심위)는 청구인 A씨가 창원시를 상대로 제기한 '약국개설 반려처분 취소 청구의 건'을 지난 30일 원고 인용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행정심판은 창원경상대병원 부지 내 병원 소유 편의시설 건물을 임차한 A씨가 해당 건물에 약국 개설을 추진하자, 창원시가 이를 반려하면서 이뤄진 일이다.


    창원시가 약국개설 신청을 반려한 이유는 약사법 제20조 '약국을 개설하려는 장소가 의료기관의 시설 안 또는 구내인 경우' 약국 개설이 불가하다는 약국개설 조항에 따른 것으로, 의약분업 기본 원칙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 이뤄진 의약분업은 의사에 대한 신중한 처방을 유도하고, 약사가 의사의 처방을 확인하는 이중점검을 함으로써 의약품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취지.


    오히려 행심위는 이번 결정 역시 약사법 20조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행심위 관계자는 "약사법 조항을 근거로 창원경상대병원 인근 건물을 병원에서 지은 것으로, 병원과는 독립된 건물이라는 사실판단을 한 것"이라면서 "당초 병원이 개발 당시에는 한 덩어리로 개발했지만 현재 가운데 길이 들어섰고 약국이 들어설 건물은 병원과 독립된 필지이자, 진료목적의 건물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행심위의 이같은 결정에 약사사회는 발칵 뒤집혔다. 대형병원 내 약국이 개설되면 병원과 약국 간 유착 등 의약품 유통질서와 건전한 처방이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대형병원 내 약국 개설이 허용되면 의약품 조제 시 병원과의 유착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병원의 처방을 크로스체킹하기는커녕 병원의 통제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일로 의약분업 원칙으로 불가능했던 대형병원의 원내약국 개설 물꼬가 터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대한약사회는 "의료기관 부지내 약국개설이 편의를 이유로 용인된다면 전국의 대형병원 뿐만 아닌 부동산 자본 논리에 따라 다수가 수익사업으로 약국임대를 추진할 것"이라며 "약국은 사실상 자본에 종속돼 약국 본연의 역할은 상실하고 의료기관과 자본의 하수기관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창원경상대병원 약국개설 시도와 유사한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간 대형병원들의 원내약국 개설 논란은 계속돼왔다. 울산대병원과 한양대병원, 고대구로병원 등이 대표적인 예다.


    과거 호텔현대는 울산대병원 연결 부지내 약국 개설을 추진했다가 약사사회의 거센 반발로 중단된 바 있다. 의약분업 초기 한양대병원 동문회관내 약국개설과 고대구로병원 행정동내 약국개설이 모두 위법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기도 했다.


    약사회 관계자는 "대형병원 인근 문전약국은 연 수십억원의 매출을 올린다. 때문에 대형병원들은 부지내 약국 유치를 통해 높은 임대수익을 올리려하기도 하고, 면허대여 등 불법적인 방식을 통해 직접 약국을 운영하며 의약품 유통질서를 흐릴 수 있다"면서 "행심위의 이번 판결은 입법 취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창원경상대병원은 이번 약국 개설 시도가 환자들의 편의를 위한 선택이었다고 해명했다.


    창원경상대병원 관계자는 "다른 병원들과 달리 우리 병원 주변 기반시설이 없다. 걸어서 10분넘게 걸리는 곳에 약국이 위치해 환자들의 민원이 많았다"면서 "약국 운영은 병원과는 관계가 없이 임차인을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 약사사회의 우려는 기우"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약사회 창원시분회와 경남지부는 창원시를 상대로 본안소송과 약국개설등록수리금지 가처분 신청을 31일 제기했다. 아울러 행정심판 재청구를 신청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