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집사육지역 이전, 인수·합병 추진… 계열화사업자 상벌 강화
-
정부가 연례행사가 되고 있는 조류인플루엔자(AI)의 방역을 위해 지방자치단체·예방 위주의 상시 방역 체계로 전환한다. 유사시 신속히 대응하고자 AI 백신 접종 체계도 구축할 계획이다.
가금 산업은 친환경 동물복지형으로 개선한다.
내년 2월 열리는 강원도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비해 오는 10월부터 최고 방역 수준인 심각단계에 준하는 특별방역을 펼친다.
정부는 7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AI 방역 종합대책을 확정했다.
AI는 2003년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후 2014년부터 매년, 계절과 상관없이 발생하는 추세다. 가금 농장이 철새 이동 경로인 서해안에 집중된 가운데 일각에선 AI의 국내 토착화 가능성도 제기한다.
정부는 AI 방역을 발생에 따른 대응에서 상시 예방 체계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종전에는 겨울철에 주로 예찰하고 10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위험시기에만 시료를 채취해 점검했지만, 앞으로는 연중 예방 위주의 방역을 전개한다.
이달 말까지 전국 전업·취약농장과 도축장, 전통시장 등에 대해 방역 실태점검을 벌이고 이후 상시 점검에 나선다. 다음 달부터 주변국에서 철새 AI가 검출되면 주의 경보를 내리고, 국내외 철새 이동·분포 정보를 온라인(철새정보시스템)을 통해 제공한다.
특히 다음 달부터 내년 2월까지는 AI 발생 심각단계에 준하는 특별방역을 벌여 평창동계올림픽에 대비한다.
전업농장 5139곳에는 폐쇄회로(CC)TV 설치를 지원한다. CCTV를 확인해 방역 노력이 인정되면 AI 발생 때 살처분 보상금을 전액 지급하는 혜택을 준다.
가금 산업 구조도 개선한다. 가금 밀집사육지역 이전, 인수·합병을 추진한다. 내년 시범사업 후 2020년까지 구조조정을 마친다는 목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전체 읍·면의 1%에 해당하는 전북 김제 용지면, 충북 음성 맹동면 등 15개 읍·면에서 2014~2017년 발생한 AI 812건의 15%가 발생했다.
구조 조정 완료 이전에는 시장·군수가 위험시기에 오리·토종닭의 사육제한을 명령할 수 있게 한다.
시설기준도 강화한다. 가축과 사료·분뇨의 출입구는 각각 분리한다.
앞으로 50㎡ 이상 허가대상 농장은 소독시설뿐 아니라 터널식·고정식 세차시설을 갖춰야 한다. 10㎡ 이상 50㎡ 미만 등록대상 농장은 분무용 소독기와 신발 소독조를 의무적으로 구비해야 한다.
가축거래상으로 등록할 때는 가금 보관시설인 계류장 정보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살아있는 가금의 유통은 2022년부터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이에 앞서 가축거래상·도축장·전통시장 등을 등록·관리하는 '산 가금 유통 방역 프로그램'을 올해 안에 시범적으로 시행한다.
축산업은 친환경 동물복지형으로 개선한다. 올해 실태조사를 거쳐 내년 축종별 지침을 마련할 계획이다.
유사시 대응할 수 있게 AI 긴급 백신 접종 체계도 갖춘다. 백신 접종 상황에 대한 원칙과 기준, 대상과 지역, 접종 후 사후관리 방안을 마련한다. 내년부터 항원을 비축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상시 백신 접종 여부는 산업계, 보건의료계 등과 충분히 논의해 11월까지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AI 예찰·역학조사 강화를 위해 진단 속도와 정확도를 높인 휴대용 AI 현장 진단장비를 내년까지 개발해 보급한다. 인력·차량 출입을 최소화하는 스마트 축사도 2022년까지 500개 농가로 확대한다. 생산부터 유통까지 단계별로 추적할 수 있는 가금 이력제는 2019년까지 도입한다.
중앙정부 중심의 획일적인 방역에서 벗어나 지자체 위주의 책임 방역으로 전환한다.
지역 여건에 맞게 방역을 벌이도록 시·도 자체 방역체계를 구축한다. 지자체는 3년마다 가축전염병 관리대책을 세우고 지역 상황에 맞는 AI 대응 매뉴얼(SOP)을 마련하게 된다.
농식품부 장관이 갖는 일시이동중지(스탠드스틸), 반출 금지, 사육제한, 소규모 수매·도태 등의 권한도 내년까지 시·도지사에게 준다.
농업인과 계열화사업자에 대한 상벌도 강화한다. 우선 가금농가를 대상으로 2019년 가금 자율방역 프로그램 인증제를 도입한다. CCTV 설치, 입식·출하·폐사두수 보고 등을 잘하면 AI 발생 때 살처분 보상금을 100% 지급하고, 가금 전국 유통을 허용하는 등의 혜택을 준다.
계열화사업자는 내년 6월까지 가금 전문수의사 채용을 의무화하는 등 방역 책임을 강화한다. 계약서에 계열화사업자와 계약농장 간 살처분 보상금 배분 방식을 명시하게 하고, 보상금이 계약농장에 지급되도록 제도를 고친다.
조기 신고를 유도하고자 제3자 신고포상금은 현행 1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올린다. 시·군별 최초 신고농장은 AI 양성이라도 살처분 보상금을 전액 지급한다.
반면 미신고자는 현행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 기준을 5년 이하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상향 조정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번 대책을 차질없이 추진해 국내 가금산업을 질병에 강한 구조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