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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0월 2일이 임시공휴일로 확정되면서 올해 추석은 최장 열흘 간의 황금연휴가 기다리고 있다. 긴 연휴 기간 해외로 여행을 떠나거나 명절을 맞아 고향집을 찾는 사람도 많지만 1인 가구가 증가하며 나홀로 추석을 보내려는 '혼추족'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나홀로 추석을 보낼 '혼추족'들이 혼자서도 외롭지 않게 연휴를 즐길 수 있는 유통가 풍경을 미리 들여다본다. <편집자주>
15년째 자취 생활을 하고 있는 직장인 김인경 씨(여·34세)는 이번 추석 고향집을 찾는 대신 서울에 남아 황금 연휴를즐기기로 했다.
힘겨운 기차·버스표 예매 전쟁이나 교통 체증을 겪지 않아도 되고 결혼은 언제 하냐는 부모님과 친척들의 잔소리를 피해 한산한 서울 도심에서 모처럼만의 여유로운 시간을 홀로 만끽한다는 계획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김 씨처럼 나홀로 추석을 준비하는 '혼추족'들이 늘고 있다. 해외 여행을 떠나거나 고향집을 방문하는 대신 오로지 나 자신만을 위한 휴가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유통업계는 혼추족들을 위한 맞춤형 제품을 선보이고 이벤트를 준비하는 등 1인 고객 맞이에 나섰다.
◇ 싱글석·싱글팩, 혼영족 맞이 나선 극장가
영화 산업의 최대 대목인 추석 연휴를 잡기 위해 극장가는 만발의 준비를 하고 있다. 가족과 연인 단위 고객은 물론 혼영(혼자 영화 보기)을 즐기는 1인 고객들도 긴 연휴 기간 동안 대거 극장가를 찾을 것으로 기대되면서 다양한 프로모션을 준비하고 있다.
영화관 업계 최초로 '싱글석'을 도입한 메가박스는 추석을 맞아 더 부티크 스위트룸(2매)와 MX관(4매), 일반관(4매)의 영화 관람권 패키지를 할인된 가격(할인가격 미정)으로 판매할 예정이다. 긴 연휴 기간 동안 다양한 영화를 각기 다른 전용관에서 볼 수 있어 연인은 물론 영화 몰아보기를 계획하고 있는 혼영족을 공략했다.
메가박스 '싱글석'은 코엑스점 6~11관의 5열 전체에 적용돼 있으며 옆 좌석과의 사이 공간에 테이블을 설치해 개별공간이 확보되는 것이 특징이다. 집중해서 영화를 볼 수 있는 좌석으로 혼영족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이번 추석 연휴 기간 동안 자리 예매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CGV리서치센터에서 분석한 연도별 1인관객 비중을 보면 지난 2012년 7.7%에서 매년 증가해 지난해 13.3%, 올해 1~5월에는 16.9%를 기록하는 등 나홀로 영화를 즐기는 관객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CGV 측은 "이번 추석 연휴 시즌에도 혼자서 극장을 찾는 나홀로 관객이 많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1인용 팝콘과 음료를 5000원에 판매하는 싱글팩 판매도 늘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이번 추석 시즌에는 '남한산성'과 '킹스맨:골든 서클'이 최대 기대작으로 꼽히며 '범죄수사', '아이캔스피크', '넛잡' 등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 황금연휴에도 혼밥해요… 혼밥족 증가 전망
긴 연휴 기간 동안 식당을 찾는 혼밥족들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빕스와 계절밥상을 운영하는 CJ푸드빌과 애슐리, 자연별곡을 운영하는 이랜드, 파리바게뜨와 던킨도너츠, 배스킨라빈스를 운영하는 SPC그룹 등은 추석 연휴기간에도 추석 당일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매장이 정상 영업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랜드그룹은 오는 26일, CJ푸드빌은 다음주께 홈페이지를 통해 각 매장별 추석 연휴 영업 일정을 공지할 예정이다. 식당을 방문하기 전에 홈페이지나 전화를 통해 해당 매장의 휴무일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혼자서 먹고 마시고 노는 문화가 점차 대중화되면서 고객 혼자서 식당을 찾는 것이 이제는 자연스러운 풍경이 됐다"며 "올해 추석 연휴가 긴 만큼 혼자서 시간을 보내는 혼밥족들이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의외로 사람들이 붐비는 주말이나 연휴 기간 뷔페 레스토랑을 찾는 혼밥족들이 많다"며 "뷔페 특성상 음식을 가지러 돌아다니는 사람이 많고 테이블에 혼자서 밥을 먹는 경우가 많아 혼밥족들이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오히려 편하게 식사를 즐기는 것 같다"고 전했다.
◇ 럭셔리한 '혼추'를 꿈 꾼다면, 호텔 1인 패키지
럭셔리한 추석을 꿈꾸는 혼추족을 위한 1인 호텔 패키지도 다양하게 준비 돼 있다. 호텔 뷔페, 혼맥(혼자 마시는 맥주), 스파, 취미생활, 여행까지 호텔에서 나홀로 시간을 즐기기 충분하다.
그랜드 힐튼 서울은 책(Book)과 맥주(Beer)가 포함됀 1인 북맥 패키지(14만8000원)를 선보인다. 객실 1박, 뷔페 조식 1인과 함께 김하나 작가의 에세이 '힘 빼기의 기술', 비어 소믈리에의 선택을 받은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 1리터 맥주와 맥주잔, 간식으로 즐길 수 있는 청정원 츄앤 & 사브작 4종 세트가 포함돼 있다.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의 '싱글즈 패키지'(35만원)는 디럭스 룸 1박과 뷔페 레스토랑 타볼로24 조식 1인, 프로방스 스파 바이 록시땅의 60분 바디 트리트먼트와 '더 그리핀에' 웰컴 칵테일 한 잔을 제공한다.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 풀만의 '주인공은 나야나' 패키지(18만2000원)는 객실 1박과 가죽 공예, 프랑스 자수, 뜨개질 등 완성품 제작이 가능한 키트하비풀(hobbyful) 취미 클래스 이용권을 제공한다. 켄싱턴 스타 호텔은 '나홀로 여행' 패키지를 선보인다. 객실 1박, 조식 뷔페 1인, 비틀즈 뮤지엄 라운지 '애비로드' 이용권으로 구성됐으며 라운지에서는 기네스 생맥주 중 2잔을 즐길 수 있다.
호텔 관계자는 "싱글족을 위한 패키지는 출시 이후 꾸준히 반응이 좋아 이번 연휴에는 아예 추석 맞춤형 1인 패키지를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며 "자신을 위한 투자에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는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족들이 호텔 1인 패키지의 주요 타깃층으로 떠올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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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술·혼밥 이어 이제는 '혼추 시대'… 백화점 1인 가구 겨냥
백화점업계는 혼추족을 겨냥한 다양한 상품을 대거 선보이면서, 새로운 주류로 떠오른 1인 가구 잡기에 나섰다.
롯데백화점은 최근 간편요리를 선호한다는 점에 착안해 '혼밥 양념불고기 선물세트(2.0kg)'와 노르웨이 연어 3종 구이세트(1.2kg)'를 판매한다. 선물하기도 좋고 집에서 홀로 추석을 보내는 사람들이 간단하게 챙겨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가격은 각 4만9000원, 9만원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요즘 젊은 세대 사이에서 뜨고 있는 전통주를 '술방 미니어처 세트'를 판매한다.
문배주, 명인안동소주, 이강주, 감홍로, 진도홍주 등 5가지 증류주를 125ml의 미니어처 병에 담아 혼자서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게 배려했다. 6만3000원에 각각 다른 맛의 전통주를 한꺼번에 체험할 수 있다.
추석 연휴 기간 '집콕', '방콕' 하면서도 맛있는 브런치를 놓칠 수 없는 2030 젊은 세대를 위한 혼밥 선물세트도 출시했다.
블루베리 팬케이크와 와플 등을 손쉽게 만들어먹을 수 있는 '딘앤델루카 팬케익 포 브런치' 세트는 9만7000원, '스톤월키친 브랙퍼스트 컬렉션'의 버터밀크 팬케이크는 4만9000원이다.
현대백화점은 백화점 업계 최초로 가정간편식 '한우갈비찜'을 선보여 1인가구를 겨냥했다. 데우기만하면 바로 먹을 수 있는 제품으로 완전 조리된 한우갈비찜을 명절 선물세트로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향에 내려가지 않아도 손 쉽게 집에서 '한우갈비찜'을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혼추족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백화점 관계자는 "최근 혼술, 혼밥을 즐기는 트렌드에 맞춰, 간편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식재료를 사용한 프리미엄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며 "고객들의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는 이색 추석 선물세트 개발과 프로모션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혼추족은 우리가 잡는다"… 편의점업계, 관련상품 대거 선봬
편의점 업계는 혼추족 증가에 맞춰 기존 1인 가구들에게 사랑받는 인기 상품 라인업을 강화하는 한편, 놀거리까지 다양하게 준비해 고객을 맞을 준비를 맞췄다. 최근 추석을 휴식의 시간으로 보내는 나홀로족과 YOLO족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CU에 따르면 지난해 추석 매출의 경우 완구, 레져, 가전 등 비식품의 매출 비중은 2015년 15%에서 지난해 23%로 신장했다. 가족과 함께 지내는 전통적인 추석대신 연휴 기간 자신들의 취미생활을 즐기는 1인 가구 폭발적으로 성장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CU는 삼성 기어S3 스마트워치 클래식, 갤럭시탭A, 미니스마트빔 등 삼성전자의 5가지 인기 상품은 물론, 키덜트를 위한 드론을 5만5900원에 판매한다. 샤오미 전동 킥보드도 51만원에, 스마트폰 게임 컨트롤러도 3만3880원에 준비해 명절 연휴 홀로 즐기려는 고객들에 맞춤형 제품을 판매할 예정이다.
GS25는 명절 기간 홀로 지내는 혼추족들이 즐겨찾는 도시락과 안주 등을 선보였다. 특히 '낮도밤안'(낮에는 도시락 밤에는 안주)은 밥과 같이 먹을때는 식사로, 따로 먹을 땐 안주로 즐길 수 있는 상품으로 혼추족들을 위한 상품으로 꼽힌다. 밥과 반찬을 따로 구매할수 있다.
명절음식을 즐기고 싶어하는 혼추족을 위해 올해 추석에도 '명절도시락'도 판매될 예정이다. '명절도시락은'은 올해 설 연휴 직전년도 설 대비 매출이 47.6% 증가하는 등 매년 30~40%씩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소용량 와인과 위스키 등 약 10여종의 주류를 출시해 연휴 기간 홀로 추석을 보내는 고객들을 공략한다.
엘로우테일 시리즈는 187ml 소용량으로 만든 레드와인 2종(엘로우테일 메를로, 쉬라즈)과 화이트와인 2종(엘로우테일 샤도네이, 쇼비뇽블랑)으로 구성돼 있다.
'스택와인레드블랜드 750ml'는 컵 형태의 캘리포니아산 와인으로 항아리 모양의 컵와인(187ml) 4개로 구성돼 와인 잔을 별도로 준비할 필요가 없어 인기다. 집이나 야외에서 1~2인 가족이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미니스톱은 나홀로 추석을 보내는 키덜트 고객을 위해 드론 및 에어점핑카를 판매한다.
미니스톱에서 판매하는 'PETREL Wi-Fi 드론'은 조종기 좌측 스틱으로 단계 속도 조절이 가능하며, 헤드리스 기능도 갖추고 있다. 에어점핑카는 360도 자유로운 덤블링이 가능하며, 차체양면 주행, 공기주입식 타이어, 입체적인 스턴트 액션 등의 기능이 추가돼 있다. 가격은 각 14만원, 2만5000원이다.
명절을 맞아 일품모듬전 도시락도 판매한다. 모듬전과 잡채, 나물류로 구성해 명절음식을 간편하게 맛 볼 수 있어 집에서 홀로 추석을 보내는 고객들이 먹기 좋다.
편의점 관계자는 "과거 비교적 저렴한 선물세트로 추석용품을 준비했지만, 이번 추석은 1인 가구 증가와 혼추족을 겨냥해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게 됐다"며 "명절에 고향을 찾지 않는다면 편의점에서 다양한 놀거리와 추석음식을 맛보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