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면세점, 영업요율 기반 임대료 적용 방식으로 변경 요청… "합당한 수준아니면 철수""형평성 문제로 영업요율 기반 변경 어려울 것"
  • ▲ 롯데면세점 인천공항점. ⓒ롯데면세점
    ▲ 롯데면세점 인천공항점. ⓒ롯데면세점


    롯데면세점이 인천공항에서 철수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 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와 롯데면세점이 임대료 인하 요구와 관련해 일단 협상테이블에서 만나는데 까진 협의했지만, 롯데면세점이 요구한 '영업요율' 기반 임대료 적용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일 롯데면세점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가 9월 넷째주 임대료 인하와 관련해 실무진끼리 협의하자는 회신을 보내왔다. 앞서 롯데면세점은 지난 12일 인천공항공사 측에 임대료 조정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인천공항공사가 보내온 공문에는 협의를 진행하자는 이야기만 담겨있고 임대료 인하 방식이나 구체적인 액수 등은 빠진 상태다.

    인천공항 측에서 롯데면세점이 요구한 대로 '영업요율' 기반 임대료 적용 방식을 선택할지 아니면 '일시적 인하'나 '임대료 인하 없음'으로 방향을 잡을지가 관건이 되는 셈이다.

    롯데면세점은 현재 최소보장액과 영업요율 중 높은 금액으로 임대료를 납부하는 방식 대신 상품별 매출액에 따라 최대 35%까지 영업요율로 책정한 금액으로 임대료를 납부하는 방식을 요청한 상황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인천공항 측이 롯데면세점의 기대와 달리 '일시적 인하'나 '임대료 인하 없음'으로 방향을 잡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고 있다.

    공항공사에서 내놓을 수 있는 첫 번째 카드는 임대료 10~15% 일시 인하다. 실제로 공사는 지난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당시 외국인 관광객이 감소하자 2009년 3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공항에 입점한 면세점과 모든 상업시설의 임대료를 일률적으로 10% 인하한 바 있다.

    이러한 전례로 임대료 10~15% 인하가 현재 가장 유력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다만 2008년 당시에는 공항 여객수가 줄었고 실제 매출에도 전체 상업시설이 하락하는 추세였다는 점에서 지금과는 달라 '임대료 인하 없음'으로 결정될 가능성도 크다.

    롯데면세점의 경우 상반기 인천공항에서 4억7470만 달러 매출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0.3% 감소했지만,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각 8.8%와 23.6% 매출이 신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인천공항의 임대료 조정은 힘들 것으로 본다"며 "일단 소통의 창구를 열고 얘기해보자는 취지로 인천공항이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면세점이 요구한 영업요율 방식으로의 변경은 형평성 문제가 뒤따를 수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낮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면세점 입찰 당시 좋은 자리를 얻기 위해 롯데가 임대료를 높게 써내 좋은 자리를 얻었다. 영업요율로 변경되면 임대료는 상관없이 매출액 대비로만 임대료를 내게 돼 목이 좋은 롯데면세점에만 이익이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신라면세점의 경우 임대료 인하에는 동의하지만, 영업요율 변경은 원치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면세점외에 다른 상업시설들과의 관계도 복잡해진다. 면세점과 협의 외에 다른 시설과는 협의하지 않겠다는 일부 보도와 달리 현재 일부 상업시설에도 인천공항 측이 임대료와 관련해 협의하자는 골자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여러 사안이 얽힌 문제에서 '영업요율' 기반으로 변경을 원하는 곳이 롯데면세점뿐이라는 점에서 인천공항에서 롯데면세점의 의견을 반영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인천공항 측에서 임대료 '일시적 인하'나 '임대료 인하 없음' 카드를 꺼낼 경우 롯데면세점은 인천공항 철수 가능성은 높아진다.

    롯데면세점에 따르면 2015년 9월부터 2020년까지 8월까지 업황에 관계없이 총 약 4조1000억원의 임대료를 인천공항공사에 납부하기로 돼있다. 이에 따라 롯데면세점은 금년에만 2000억원 이상, 5년의 계약기간 최소 1조4000억원에 이르는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인천공항 측과 합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그러나 공항면세점 임대료가 적당한 수준에서 합의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인천공항에서 면세점을 철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